[사진=Getty Images/멀티비츠]
[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마스크를 벗은 남현희(성남시청)는 고개를 숙였다. 반대편에서 포효하는 숙적 발렌티나 베잘리(이탈리아)의 함성만이 경기장을 가득 메웠다. 4년 전 악몽이 되살아났다. 2008 베이징올림픽 펜싱 여자 플뢰레 결승. 근소한 리드를 지키던 남현희는 종료 4초전 뼈아픈 역전을 허용하며 베잘리에게 금메달을 빼앗겼다. 이후 그는 절치부심 설욕을 다짐했다. 그리고 4년여 뒤 재대결이 성사됐다. 무대는 3~4위 결정전. 관계없었다. 다시 만난 베잘리는 승부욕을 자극하기 충분했다. 2006년 이후 국제펜싱연맹(FIE) 대회에서 단 한차례 밖에 이겨보지 못했다. 하지만 얄궂은 운명은 이번에도 남현희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또 한 번 마지막 1초를 버티지 못했다. 허무하게 동점을 허용했고 연장에서 역전을 내주며 다 잡은 승리를 놓쳤다. 고질적인 고관절 부위 염증과 근육통을 참아가며 준비했지만 결국 남현희는 빈손으로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올림픽 출전을 위해 2세 계획까지 뒤로 미룬 터라 아쉬움은 더 클 수밖에 없었다.아시아 최초로 펜싱 금메달을 획득한 김영호 로러스펜싱팀 총감독은 “남현희가 4년 전 아픈 기억 탓인지 경기를 소극적으로 운영했다”며 “베잘리에 대해 너무 잘 알고 있는 점이 오히려 독이 됐다. 누구보다 열심히 준비했는데 정말 안타깝다”라고 전했다. 남현희에게 ‘베잘리 징크스’는 결국 넘지 못할 벽으로 남는 것일까. 희박하지만 설욕의 가능성은 남아있다. 38살 노장 베잘리는 이미 다음 올림픽을 바라보며 출전의지를 불태운다. 불리한 신체조건과 열악한 환경을 딛고 세계 정상급 선수들을 상대해온 남현희의 아름다운 도전이 쉽게 멈춰서는 안 되는 이유다. 김흥순 기자 sport@<ⓒ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골프팀 김흥순 기자 sport@ⓒ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