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소통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은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새누리당 대선경선 후보인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4ㆍ11총선을 약 한 달 앞둔 지난 3월 7일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안철수 원장에게서 배우고 싶은 게 있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박 전 위원장은 당시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을 향해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국익을 위해 추진했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나 제주 해군기지 등에 반대하고 있다"면서 "이해하기 어렵다. 도대체 정치철학이 뭐냐"고 날을 세웠다. 토론회 이후 '박 전 위원장이 안 원장은 대선에 나서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 듯하다' '전선구분을 한 것 같다' 같은 후문이 돌았다.안 원장을 "훌륭하다"고 치켜세웠던 박 전 위원장 측은 당혹스러운 눈치다. '안철수의 생각' 출간, '힐링캠프' 출연 뒤 안 원장의 지지율이 고공행진을 하며 양자대결 가상 조사에서 잇따라 박 전 위원장을 앞서면서다. 안 원장은 책과 방송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대중에 알렸으니, 이에 대한 반응을 바탕으로 최종 결정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박 전 위원장 입장에서는 자신이 칭찬했던 '소통'이 위협의 단초가 될 수 있는 셈이다. 박 전 위원장 측의 한 관계자는 27일 "안 원장이 아직 대선 출마 선언을 하지도 않았고 공식적으로 정치인이 아니지 않느냐"면서 "공식적인 대응은 일체 하지 않겠다는 것이 현재의 방침"이라고 밝혔다.적어도 안 원장이 출마 선언을 할 때까지는 '무대응'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것이지만 속내는 그리 편치 않은 분위기다. 박 전 위원장 측은 안 원장의 책과 방송 내용 등을 바탕으로 내부적인 검증 작업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분위기 반전을 위해 박 전 위원장이 이벤트 성격의 대중ㆍ민생행보에 적극 나서는 방안도 꾸준히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박 전 위원장 측 인사들은 라디오 방송 등에서 "'안철수의 생각'은 짜깁기" "기회주의자" "구름 위의 손오공" 같은 표현으로 잇따라 안 원장을 깎아내리며 외곽 공격을 진행중이다. 박 전 위원장의 관훈 토론회 발언 이후 안 원장과 박 전 위원장이 서로에 대해 직접 언급한 적은 없다. 그러나 안 원장은 '안철수의 생각'을 통해 일부 사안이나 현안을 둘러싸고 박 전 위원장과의 대립각을 분명하게 세웠다. 최근 일단락된 MBC 파업 사태에 관한 입장이 대표적이다.안 원장은 책에서 "공영방송의 파행을 몇 달째 방치한다는 것은 안 될 일"이라며 "누군가 중재를 하거나 결론을 내줘야 한다"고 말했다. 안 원장은 또 "우선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회가 1차적으로 책임을 지고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면서 "여기서 해결이 되지 않으면 국회가 청문회나 국정조사를 통해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고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치권의 적극적 개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반면 박 전 위원장은 지난 6월 "(파업이) 징계사태까지 간 것은 참 안타깝다"면서도 "노사 간에 빨리 타협하고 대화해서 정상화되길 바란다"며 '정치권 개입 반대' 및 '자체해결' 입장을 나타냈다. MBC 지분의 30%는 정수장학회 소유다. 안 원장이 출마 선언을 하고 각종 현안에 대한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기 시작하면 둘 사이의 직ㆍ간접적 대립과 충돌은 빈발할 것으로 보인다. '안철수의 생각' 대담자인 제정임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교수는 "(대중에게서) 긍정적인 피드백이 많이 온다면 다음 단계에는 대선 공약집 같은 게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효진 기자 hjn2529@<ⓒ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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