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가 회사 먹여살린다?' PPL, 대박과 쪽박의 차이는

[아시아경제 오주연 기자]"PPL이 늘 '대박'만 치는 건 아닙니다. 시청률이 잘 나오지 않는 프로그램에 잘못 들어가면 PPL 비용으로 아무리 수억원을 썼다고 해도 그 비용은 고스란히 날리는 거죠. 그래서 요즘 홍보 기획자들도 대박 프로그램을 골라낼 수 있는 안목이 필요해졌어요."
한 외식업체 관계자의 말처럼 최근 TV드라마와 시트콤 등에 PPL(Product Placement·간접광고)을 넣고 있는 외식·유통업체 홍보기획 담당자들의 업무가 하나 더 늘었다. 각각 자사가 PPL을 통해 제작지원하고 있는 프로그램의 시청률이 얼마나 나왔는지 확인하고 있는 것. 시청률에 따라 제품 홍보 효과가 달라지기 때문이다.23일 외식·패션업계에 따르면 최근 PPL효과가 가장 뛰어나다고 손꼽히는 드라마 중 하나가 바로 SBS 주말드라마 '신사의 품격'이다. 주목도가 높은 장면에 제품이 노출되기라도 할 때면 말 그대로 '대박'을 친다. 대표적인 곳이 망고식스. 신생브랜드 망고식스는 이 드라마에 회당 1000만원 이상씩, 총 2억원을 웃도는 PPL 비용을 냈다. 효과는 즉각적이었다. 41세 동갑내기 남성 4명의 한국판 '섹스 앤드 더 시티'로 불리면서 20~40대 남성고객 비중이 1%에서 5%로 높아졌고, 드라마 초반에 장동건ㆍ김민종ㆍ김수로ㆍ이종혁 등 주인공 4인방이 모여 망고코코넛을 마시는 장면이 노출된 이후에는 해당 음료 매출이 5배 뛰었다.
특히 지난달 24일 김하늘이 장동건을 기다리며 주문했던 파란색 음료 '블루 레몬에이드'는 '김하늘 레몬에이드'로 불리며 3배 증가했다. 이날 신사의 품격은 AGB닐슨미디어리서치 기준 시청률 20.3%를 기록하며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지켜왔던 KBS 2TV '개그콘서트'를 제쳤다.망고식스 관계자는 "방송 다음날이면 고객들이 제품명 대신 '김하늘이 마셨던 음료ㆍ김민종이 사간 음료 달라'며 주문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PPL에 있어서 주효한 것은 노출 횟수보다 언제 어느 장면에서 노출되느냐의 문제인 것 같다"고 귀띔했다. 드라마의 인기 덕분에 조연들이 사용하는 소품까지도 대박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신사의 품격에서 청담동 재벌녀 역할을 맡은 김정난이 착용한 선글라스는 방송 이후 '완판'됐다. 패션안경숍 룩옵티컬은 올해 신상품으로 선보인 '마이클 코어스'의 스퀘어 타입 선글라스가 방송에 나간 이후 3000개 모두 소진됐다고 밝혔다. 이와 반대로 시청률이 기대 이하로 나와 PPL효과를 보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카페베네의 블랙스미스는 KBS주말드라마 '넝쿨째 굴러온 당신'에 PPL을 하고 있다. 이 드라마의 평균 시청률은 40%대. 최고 46%대까지 치솟아 '국민드라마' 대열에 올랐다. 덕분에 블랙스미스 창업 문의는 2배 이상 높아졌다.

▲망고식스는 SBS 주말드라마 '신사의 품격'에 PPL을 넣고 있다. 이 드라마가 41세 동갑내기 남성 4명의 한국판 '섹스 앤드 더 시티'로 불리면서 20~40대 남성고객 비중은 1%에서 5%로 높아졌다.

그러나 블랙스미스가 KBS2 시트콤 '선녀가 필요해'에 PPL을 했다는 것을 아는 소비자는 많지 않다. 이 드라마는 평균 시청률 4%대를 맴돌고 있다. 방송 초기 차인표와 황우슬혜, 심혜진 등 화려한 출연진으로 관심을 받았던 것을 상기하면 초라한 성적표다. 보는 사람이 적으니 당연히 이 시트콤을 통해 PPL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보기에는 무리인 게 사실이다.블랙스미스 관계자는 "일일드라마와 주말드라마라는 성격상 PPL가격 차이가 나긴 했지만 현격히 벌어질 정도로 많은 건 아니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뜰 줄 알았던 작품이 뜨지 못했다고 해서 후회해봤자 이미 엎질러진 물"이라면서 "그래서 PPL들어가기 전에 프로그램 기획안, 배우, 제작사는 물론 브랜드 방향성과 맞는지 꼼꼼히 분석한다"고 말했다.이렇다보니 '대박' 드라마를 선점하려는 경쟁은 더욱 치열하다. 신사의 품격 PPL의 경우 커피전문점만 3:1의 경쟁률이었다.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겹치지 않기 위해서 한 드라마에 동종업계 한 개씩만 들어가는데 기대되는 작품들은 업체들이 서로 들어가겠다고 한다"며 "이러한 인기 드라마의 PPL가격은 당연히 훨씬 비싸져 총 제작지원비가 10배 가까이 차이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오주연 기자 moon170@<ⓒ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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