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 존슨 워싱턴 내셔널스 감독[사진=Getty images/멀티비츠]
데이비 존슨 워싱턴 내셔널스 감독은 메이저리그 현역 최고령 사령탑이다. 올해 만 69세로 내년이면 고희를 맞이한다. 그런데 존슨이 맡고 있는 워싱턴은 메이저리그 30개 구단 가운데 평균 연령이 세 번째로 젊다. 캔자스시티 로열스(26.3세), 휴스턴 애스트로스(27.2세)에 이어 27.5세에 불과하다. 존슨과 선수단의 나이 차는 무려 40년이 넘는다.스스로 자신을 지구상에서 사라진 ‘공룡’이라고 말하는 솔직한 성격의 존슨은 21일 현재 워싱턴을 내셔널리그 동부지구 선두(53승 37패)로 이끌고 있다. 지난해 중순 워싱턴 감독으로 부임할 때만 해도 과거 화려했던 이력을 재현할 수 있을 지에는 적잖은 의문이 제기됐다. 하지만 그는 하위권을 맴돌던 워싱턴을 올 시즌 동부지구는 물론 리그 정상까지 넘보는 강팀으로 변모시키고 있다.그런 존슨에게 많은 야구관계자들의 관심이 쏠리는 건 자연스런 일이다. 2005년 몬트리올 엑스포스에서 옮겨온 이후 매 시즌 5할 승률을 넘긴 적이 한 번도 없었던 워싱턴이 올 시즌 리그 최고 승률을 이어가고 있으니 존슨의 리더십을 궁금해 하는 건 당연지사다.존슨은 1984년 뉴욕 메츠에서 빅리그 감독으로 데뷔한 이후 지금까지 16시즌 동안 1200승 이상을 올린 명장이다. 1999년 LA 다저스를 맡기 전까지 12시즌(시즌 도중 해임되거나 선임된 두 차례의 경우는 제외) 동안 5할 승률 이하를 기록한 적이 없을 만큼 늘 꾸준한 성적을 내왔다. 특히 1986년에는 메츠를 월드시리즈 정상으로 이끌었다. 지구 우승도 메츠(2번), 신시내티 레즈(1번), 볼티모어 오리올스(1번) 등에서 총 다섯 차례나 일궈냈다. 화려한 이력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올림픽 대표팀(2008년)과 월드베이스볼클래식(2009년)에서 미국대표팀의 사령탑으로 발탁됐다. 그는 2000년 다저스를 끝으로 빅리그 감독직에서 물러난 뒤 무려 11년이 지난 2011년 워싱턴을 맡아서도 여전히 빼어난 성적을 내며 명장이라는 칭호를 받는다.아무리 존슨의 과거 이력이 화려하다지만 지금도 마법을 부린다는 건 도통 이해하기 어렵다. 성공적인 리더십 발휘의 비결은 과연 무엇일까. 이는 그가 1984년 당시로는 젊은 나이인 41세에 메츠를 맡았을 때나 28년이 지난 지금이나 늘 한결같다는 점에서 발견할 수 있다.존슨은 가식이 없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 항상 진실하고 선수들과 거리를 두지 않으며 즐거움을 찾으려 한다. 이런 모습은 1984년이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인데 워싱턴의 최연소 스타 선수인 브라이스 하퍼(19)는 존슨 감독의 ‘소통’ 리더십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존슨 감독이 클럽하우스에서 웃지 않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선수들과도 친숙해 모든 동료들이 감독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한다.”소통은 선수들에게 불필요한 오해와 심리적인 압박을 안기지 않는다. 이와 관련해 불펜투수인 타일러 클리파드는 “존슨은 즉흥적이지 않다. 전혀 필요가 없는 갑작스런 결정을 내리지 않는다. 선수들이 프로답게 알아서 경기를 풀 수 있게끔 만들어준다. 경기 결과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심리적인 압박은 있을 수 없다”라고 말한다.
내야수 이안 데스몬드(왼쪽)와 데이비 존슨 감독[사진=Getty images/멀티비츠]
이 같은 존슨의 소통은 지난해 6월 짐 리글맨 당시 감독이 재계약이 어렵게 되자 갑작스럽게 사표를 썼고 이 바람에 어수선했던 팀 내 분위기를 재빨리 수습하는데 절대적인 도움을 줬다. 팀 단장 고문역을 맡고 있었던 존슨을 감독으로 선임했던 마이크 리조 단장은 “당시 우리는 큰 위기였지만 당황스러워하는 어린 아이와도 같은 팀을 존슨 감독이 현명하게 이끌어왔다”며 존슨의 영입을 자신이 내린 최고의 결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수학 전공 학사 출신으로 선수 시절 일찌감치 확률 야구에 관심을 뒀던 존슨은 그때나 지금이나 새로운 것에 흥미를 느끼고 수용하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항상 젊고 개방적인 사고를 유지한다. 1984년부터 남들은 관심조차 갖지 않았던 컴퓨터를 통해 기록을 관리하며 최상의 라인업을 작성했던 건 존슨의 개방적이고 진취적인 사고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다. 물론 이 때문에 존슨은 공격적인 야구를 지양하고 너무 선수들을 믿고 맡긴다는 비판에 시달렸다. 하지만 그는 암묵적으로 관리 야구에서도 남다른 실력자라고 평가받는다. 일례로 1984년 메츠는 득점보다 실점이 많은 가운데서도 90승72패의 빼어난 성적을 올렸다.남들보다 앞서갔던 선구자였으며 지금도 그 길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는 존슨은 자신의 신념을 포기하고 구단에 휘둘리는 스타일이 아니다. 그는 메츠, 신시내티, 볼티모어, 그리고 다저스에서 기대 이상의 성적을 내지 못했거나 성적 외 문제로 시비가 일어났을 때마다 변명 대신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선수들은 이런 대쪽과 같은 존슨의 모습을 보며 믿고 따르고 있다.존슨은 메츠가 팀 재건에 나선 1980년대 초중반 투타의 핵심이던 우완 선발투수 드와이트 구든과 왼손타자 데릴 스트로베리를 중심으로 선수단을 최정상에 올려놓았다. 공교롭게도 존슨은 워싱턴에서 구든과 스트로베리를 너무나 닮은 스티븐 스트라스버그와 하퍼를 만나 다시 한 번 정상을 꿈꾸고 있다. 존슨이 예나 지금이나 바뀌지 않는 소통 리더십에 닮은꼴인 2명의 핵심 투타 선수로 노익장을 과시할 지 궁금해진다.이종률 전 메이저리그 해설위원<ⓒ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골프팀 이종길 기자 leemean@ⓒ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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