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 떨이까지' 노세일 화장품이 자존심 굽힌 이유

-'불황 털자' 노세일 브랜드도 가세

[아시아경제 오주연 기자]불황을 타개하기 위한 움직임이 화장품 업계에서도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최근 특히 눈에 띄는 점은 단연 할인율. 예전에는 할인 폭이 10~20% 수준에 머물렀던 것에 반해 올해에는 50%씩 통 큰 할인이 이어지고 있는 게 특징이다. 1+1 마케팅은 예사고 게릴라성 이벤트로 70~90%까지 파격 할인하는 경우도 있다. 너도나도 할인정책을 펼치고 있어 이제 웬만한 할인율로는 고객들의 시선을 끌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경희뷰티는 오는 31일까지 여름 시즌 제품을 최대 70% 할인 판매할 예정이다. 이에 정상가 3만2000원짜리 '한경희 에스테틱 RX 퍼펙트 유브이 365 선크림'과 에센셜 파우더인 '에어 핏 선 팩트'는 9900원에 판매한다.한경희뷰티 관계자는 "이번에는 기존 행사보다 할인율이 큰 편"이라면서 "화장품 업계 전반적으로 예년에 비해 매출이 많이 떨어져서 이를 만회하려고 다양한 할인 프로모션을 벌이고 있다"고 설명했다.에이블씨엔씨의 미샤도 오는 31일까지 여름 빅세일을 진행하고 있다. 매달 20% 세일해 주는 '미샤데이'와 달리 이번에는 할인 폭이 50%까지 확대됐다. KGC인삼공사의 생활홍삼 브랜드 굿베이스는 뷰티본 품목을 20% 할인 판매하고 있으며 네이처리퍼블릭 역시 오는 27일부터 30일까지 나흘간 30% 할인 판매할 계획이다.이렇다보니 지난해까지 '노세일(No-sale)'을 고수했던 브랜드들도 올해는 하는 수 없이 할인경쟁 대열에 뛰어들고 있다.LG생활건강의 멀티 브랜드숍 보떼는 지난해 한 번도 실시하지 않았던 세일을 올 6월과 7월 연속으로 준비했다. 할인폭도 크다. 오는 17일까지 이자녹스, 수려한, 보닌, 캐시캣 등 LG생건의 대표적인 중고가 제품들을 최대 50%까지 할인하는 것. 지난 달 20~30%였던 것에 비하면 파격가인 셈이다. 해당 제품들은 미백이나 자외선 차단제 등 여름철에 많이 사용하는 바캉스 필수 제품들로 이번 할인 기간을 통해 여름철 화장품 재고를 재빨리 소진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더페이스샵도 마찬가지. 지난해까지만 해도 일부 아이템별로 1+1 이벤트를 진행하긴 했어도 대규모 세일은 한 번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올 들어 벌써 5번째 20~50% 할인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LG생활건강 관계자는 "최근에 화장품 브랜드들이 경쟁적으로 세일을 하고 있어서 우리만 노세일을 고수하기 힘들어졌다"며 "아무리 고객 충성도가 높다고 해도 옆 매장에서 50% 세일한다고 펑펑 터뜨리면 고객들 마음이 움직이게 마련"이라고 말했다. 불황을 나기 위한 몸부림으로 시작된 파격 할인의 효과는 즉각적이다. 더페이스샵의 경우, 세일 전후 매출을 비교했을 때 매장별로 차이가 있지만 4배~7배가량 매출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창립 12주년을 맞아 지난 11일 50% 할인 이벤트를 한 이지함 화장품은 이날 오전 한때 접속량이 평소 대비 2000% 이상 급증해 홈페이지가 폭주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업계 관계자는 "화장품은 사실 한 번 사놓으면 2~3달 쓰기 때문에 소비 주기가 빠른 상품군이 아니다"라며 "여기에 불황까지 겹쳐 화장품 업체들이 고전을 겪고 있는데 일단 세일을 하면 고객 주목도가 높아져서 매출이 웬만큼 잡히니 통 큰 할인 이벤트를 기획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오주연 기자 moon170@<ⓒ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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