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드' 소신이 1등 애널리스트 만들었다박재석 삼성증권 이사, 4년만에 베스트 분석가 탈환
[아시아경제 김소연 기자]한 달에 프리젠테이션 40여 차례, 평균 퇴근시간 밤 11시에 온 몸은 종합병원. 1965년생 IT업계 베테랑 애널리스트, 박재석 삼성증권 이사가 살아가는 법이다. 박 이사는 트렌드에 민감해 젊은 애널리스트들이 유독 많은 ITㆍ게임업종에서 최고참 애널리스트다. 지난 2000년부터 코스닥ㆍIT업종을 맡았고 이전 조선ㆍ해운업종 경력까지 합하면 18년차다.눈 감고도 흐름을 알 수 있는 경력이지만 젊은 애널리스트에게 뒤쳐지지 않기 위해 더 부지런을 떤다. 신규 게임이 출시되면 PC방에서 게임을 해보고 주위 청소년의 반응을 살핀다. 게임을 한창 즐길 나이인 고등학교 1학년 아들이 그에게 가장 든든한 조력자인 이유다.그는 애널리스트가 인기직종으로 떠오르기 직전, 연봉이 박했던 상황을 견딜 수 없어 6개월 간 외국계 벤처회사에서 투자자금 모집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회사에 대해 과장된 청사진을 제시하면 할수록 양심에 가책을 느꼈고 결국 그만두게 됐다. '전화위복'이라는 말처럼 벤처회사 경험은 오히려 그가 복귀한 후 '벤처 붐'에 대해 냉철한 시각을 갖도록 하는 계기가 됐다. 기업이 잘못됐다고 생각하면 과감히 '홀드', '셀'을 외치는 색깔이 갖춰진 것도 이때부터다.박 이사는 "증시에 벤처 붐이 일면서 주가가 수급이나 소문에 일희일비할 때가 많았다"며 "벤처회사에 있으면서 회사 말을 다 믿을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남들이 하루 분석할 것 일주일 분석해서 '홀드'의견을 냈다"고 말했다. 투자의견 '보유(홀드)'리포트는 '바이(Buy)' 일색인 국내 시장에서 사실상 '매도' 의견이다. 투자자로부터 온갖 협박을 견디며 '홀드'의견을 고수했던 씨앤씨엔터프라이즈, 한통데이터는 각각 분식회계와 감사의견 거절로 상장폐지를 당했다. 이상급등했던 5~6종목도 반토막이 났다. 박 이사는 "주변에서 굳이 단점 이야기할 필요없다고 말렸지만 일반투자자들은 내가 말하지 않으면 끝까지 모르고 피해를 입을 것 같아 버텼다"고 말했다. 다사다난한 애널리스트 생활에 그의 몸은 종합병원이다. 이명과 난청, 어지러움을 동반하는 매니에르 증후군에 2년 전 갑상선암도 앓았다. 그러나 더 뛰어야 하기에 체력적인 아쉬움을 토로한다. 열정은 그가 2008년까지 8년 연속 베스트 애널리스트를 석권하고 올해 4년 만에 1위에 복귀하는 원동력이 됐다. 주변에서 '고목나무에 꽃 핀격', '왕의 귀환'이라는 찬사도 쏟아진다.지천명을 바라보는 나이, 워커홀릭인만큼 후배 애널리스트들에게 하고픈 말도 많다. 박 이사는 "애널리스트는 분석의 정확성과 시장 인기, 둘 중 어떤 것에 중점을 둬야 하는지 항상 고민하게 된다"며 "틀리더라도 소신있게 의견을 내야 시장에 다양한 목소리가 형성될 수 있다"고 당부했다. 김소연 기자 nicksy@<ⓒ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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