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詩]미당 서정주의 '도화 도화(桃花)' 중에서

푸른 나무 그늘의 네갈림길 위에서/내가 불그스름한 얼굴을 하고/앞을 볼 때는, 앞을 볼 때는/내 나체의 엘레미아서/비로봉상의 강간사건들./미친 하늘에서는/미친 오필리아의 노래 소리 들리고,/(......)해와 함께 저물어서 네 집에 들르리라. 미당 서정주의 '도화 도화(桃花)' 중에서■ 도화살(桃花煞)은 묘하게 이성을 끌어들이는 기운을 말하는데 이런 살이 있으면 여자는 여러번 결혼하게된다는 속설이 있어, 예부터 경계해왔다. 여성연예인에게 이런 사주가 많다고 한다. 요즘은 오히려 도화살을 동경하는 일이 벌어졌는데, 휴대폰이나 컴퓨터의 바탕화면에 복숭아꽃을 깔아두면 기운을 받아 예뻐진다고 믿는 유행까지 생겼다. 미당은 까닭없이 일어나는 대책없는 춘정(春情)을 떠올린 것 같다. '나체의 엘레미아서'는 편도(遍桃,아몬드) 가지를 쥔 이스라엘의 예언자인 엘레미아가 멸망의 슬픔을 한탄한 노래이다. 미당은 벌거벗은 그의 조각상을 보았을 것이다. 비로봉 위의 강간은 하늘 가까운 곳에서 일어난 섹스사건이다. 로마신화 속의 음탕을 연상케한다. 미친 오필리어의 노래는, 세익스피어 '햄릿'의 한 장면이다. 실성한 그녀가 노래한다. "들어갈 때는 처녀였으나, 나올 때는 처녀의 꽃잎이 떨어졌지요." 오오, 도화.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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