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공직부패 정조준한 '김영란법'

[아시아경제 ]국민권익위원회가 '부정청탁 및 이해충돌 방지법안'을 이달 안에 입법예고하고 오는 8월 국회에 제출할 방침이다. 이 법안은 대법관 출신인 김영란 국민권익위원장이 지난해 초 취임한 뒤 각별한 의지를 가지고 추진해 온 것이어서 '김영란법'으로도 불린다. 공직자의 부정부패에 대해 기존의 관련 법률보다 한 차원 높은 방지 장치와 처벌 기준을 도입하는 법안이다. 그 내용 중 가장 주목되는 것은 '대가성'이 없더라도 공무원이 100만원 이상의 금품이나 향응을 받거나 요구하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게 한다는 대목이다.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과 이국철 전 SLS그룹 회장 간의 금품 수수 사건을 비롯한 각종 공무원 비리 사건에서 혐의자가 '돈은 받았지만 대가성은 없었다'고 발뺌하는 모습을 우리는 신물 나게 보아 왔다. 형법상 뇌물수수죄 조항은 공무원의 직무 수행과 관련된 대가성이 확인돼야만 적용된다는 점이 비리 공무원에게 방패막이가 돼 온 것이다. 김영란법은 이런 방패막이를 제거하고자 한다. 법안은 또 공무원의 가족이 금품이나 향응을 받았거나, 받기로 약속했거나, 요구한 경우에도 그 공무원이 그것을 반환하거나 신고하는 절차를 지키지 않으면 처벌하도록 했다. 직무나 고용관계를 이용해 다른 공무원에게 부정한 청탁을 한 공무원과 그런 청탁을 받아들인 공무원도 마찬가지다. 공무원이 소속된 기관이나 그 기관의 산하 조직이 해당 공무원의 가족과 수의계약이나 고용계약을 맺으면 해당 공무원은 처벌 받는다. 공무원의 개인적 이해관계가 걸린 업무에서는 그 공무원을 배제한다는 등의 이해충돌 방지 조항도 눈길을 끈다. 국민권익위원회가 관가와 정치권 일각의 반발에도 1년 이상 준비한 끝에 이 같은 법안을 입법예고할 단계에 이르렀다니 박수를 보낼 만하다. 그동안 법률 전문가 의견 청취, 공개 토론회, 권역별 순회 설명회 등을 통해 법안에 대한 사전 점검도 꼼꼼히 한 편이다. 알선, 청탁, 스폰서, 떡값과 같은 공직사회의 검은 관행이 주된 타깃이다. 국제투명성기구(TI)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 8번째로 공무원과 정치인의 부정부패가 심한 나라다. 김영란법이 조속히 제정되어 국가 시스템의 효율화와 국격 개선에 기여하게 되기를 바란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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