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19대 국회가 개원도 못 한 상황에서 대기업 단체와 정치권의 공방이 뜨겁다. 대기업의 지배구조와 사업 영역에 대한 정치권의 규제 입법 움직임에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제동을 걸고 나선 모습이다. 지난 18일 전경련이 한국규제학회와 의원 발의 법률안에 대한 모니터링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자 어제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가 "경제민주화를 무산시키려는 오만방자한 일"이라며 경제 쿠데타적 발상을 취소하라고 했다. 대기업 규제 입법 행보에는 여야가 따로 없다. 어제까지 의원 발의 법률안은 새누리당 5건, 민주통합당 11건, 선진통일당 1건 등 17건이다. 불공정 하도급 행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대형 유통업체의 중소 도시 진입 및 영업시간 제한, 대기업 지배 중소기업의 소상공업 진출 제한, 재벌의 일감 몰아주기와 편법 증여에 대한 과세 강화 등이다. 4ㆍ11 총선을 앞두고 시작된 정치권의 경제민주화 공약과 관련한 입법 움직임은 대선 때까지 이어질 것이다. 균형성장ㆍ적정분배ㆍ경제주체 간 조화를 핵심 가치로 내세우는 경제민주화는 양극화와 빈부 격차가 심각한 우리 사회에 필요한 시대정신이다. 하지만 그 실행 방안을 놓고 재계와 정치권이 대립하기에는 경제 상황이 너무 엄중하다. 재계는 19대 국회 의원 발의 법률안을 기업 활동을 옥죄는 '전봇대' 규제로만 인식해서는 곤란하다. 재벌 스스로 변하는 게 해법이다. 기업소모성자재(MRO) 구매 대행과 골목상권 철수처럼 떠밀려서 하지 말고 편법 상속이나 일감 몰아주기, 담합, 불공정 하도급 행위 등을 추방해야 한다. 정치권은 대선 분위기에 편승해 표를 의식한 비합리적인 재벌 때리기를 경계해야 한다. 총수의 전횡이나 재벌 기업이 우월적인 힘을 과시하는 불공정 행위를 막는 제도는 필요하다. 하지만 투자 등 정상적인 기업활동을 억제해서는 안 된다. 전경련의 모니터링 운운에 과잉 반응하는 것도 볼썽사납다. 경제단체든, 개인이든 국회 입법 활동에 의견을 개진할 수 있다. 건전한 비판은 수용하고 그릇된 로비에 휘둘리지 않는 처신이 더 중요하다. 각 당의 입법안에는 중복되는 내용도 있다. 서둘러 국회를 열어 경제단체는 물론 이해 관계자를 불러 진지하게 토론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 정치권이나 재계나 2013년 체제로 가는 시대정신을 제대로 읽어야 한다.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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