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의 투자를 촉진해 재정부담을 줄이면서 효율적으로 도로나 철도 등 사회기반시설을 확충한다는 명분으로 도입한 민간자본 유치사업이 왜곡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어제 서울외곽순환도로 북부 구간, 인천국제공항철도, 대구부산고속도로 등 전국의 6개 대형 민자사업의 경우 공공부문 지분율이 50%이상이라고 밝혔다. 무늬만 민자지 실제는 공공사업이다. 그런데도 수익성을 보장하다 보니 이용자들만 비싼 요금을 물게 됐다. 예컨대 한국도로공사가 건설한 서울외곽순환도로 남부구간 평촌~강일(36.5㎞)의 통행료는 1800원이다. 반면 민자도로인 북부구간 일산~퇴계원(36.3㎞)은 4300원이다. 이용거리는 거의 비슷한데 민자사업이라는 이유로 2배 이상 비싸게 받는 것이다. 이같은 상황은 민자부분의 대부분을 국민연금이 인수, 사실상 공공기관 투자로 바뀐 뒤에도 달라지지 않았다. 인천국제공항이나 대구부산고속도로 등도 사정은 같다. 정부가 사실상 지배력을 갖고 있는 기관을 민간 부문으로 간주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공공부문 출자 비율이 50% 이상인 민자사업 법인은 공공기관으로 지정해 이용료를 다른 공공부문의 건설 시설과 같은 수준으로 책정하는 게 옳다. 건설 비용과 통행량, 적자보전 비율 및 기간 등 이윤의 적정성을 전면 재검토해 통행료를 조정하는 게 바람직하다. 민자사업이 사실상 정부사업으로 변질되는 것을 막기 위해 민자사업의 기준도 고쳐야 한다. 현행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민간투자법'은 민간투자 없는 민자사업도 가능하도록 돼 있다. 기획재정부가 사업자를 민자사업으로 지정하면 된다. 부산울산고속도로가 대표적이다. 부울고속도로는 한국도로공사(51.0%)와 국민연금공단(49.0%) 등 공공기관이 100% 지분을 갖고 있다. 국민의 노후를 보장하는 안전판 역할을 해야 할 국민연금공단이 서울외곽순환도로 북부구간, 대구부산고속도로 등 대형 민자사업 3곳의 대주주인 점도 문제다. 연금 재정 확충을 위해 수익성을 우선시해야 할 국민연금이 수익성과 공공성을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지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공공기관 지정에서 해제되긴 했지만 대주주가 공공기관인 산업은행을 민간사업자로 인정하는 것도 재고의 여지가 있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