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년의 가구명가 보루네오의 몰락

정복균 보루네오 회장

[아시아경제 이승종 기자] 왕년의 가구명가 보루네오가구(이하 보루네오)가 몰락의 길을 걷고 있다. 실적 악화가 이어지자 정복균 보루네오 회장은 회사 매각을 결정하며 발을 뺐다. 남은 건 누더기가 된 회사 이미지뿐이다. 보루네오는 지난 17일 최대주주인 정 회장이 보유 주식 320만주(33.3%)와 회사 경영권을 김승기 AL팔레트 대표에게 200억원에 매각키로 계약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보루네오는 다음달 28일 임시주주총회를 열 계획이다. 김 대표는 주주총회 전일까지 잔금을 지급할 예정으로 이날 경영권 양수도 절차가 마무리된다. 지난 2002년 설립된 AL팔레트는 알루미늄 팔레트 전문 업체다. 정 회장은 지난 2007년 법정관리를 거친 보루네오를 인수했다. 정 회장의 갑작스런 회사 매각 배경으론 지난해부터 수렁에 빠진 실적이 꼽힌다. 2007년 매각 당시 1912억원이던 매출액은 지난해 1529억원으로 20%가까이 떨어졌다. 영업이익은 19억원에서 13억원으로, 당기순이익은 30억원에서 적자 전환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보루네오 실적 악화의 원인은 정 회장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보루네오만의 킬러 콘텐츠를 생산하기 보다는 문어발식 사업 확장에 치중하며 힘을 낭비했다는 것이다. 정 회장은 인수 이듬해 사업목적에 건설업, 방송업, 숙박업 등을 추가했는데 이를 두고 업계서는 "가구와 연관성 없는 사업영역 확대"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 회사는 지난해는 건강식품, 바이오제품개발, 유통사업 등을 신사업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경영진의 오판 속에 보루네오의 시장 점유율은 계속 떨어졌다. 2008년 기준 가정용 가구 11.7%, 사무용 가구 15.9%였던 점유율은 지난해 각각 8.3%, 9.2%로 줄었다. 업계는 왕년의 가구명가인 보루네오의 몰락을 착잡하게 바라보고 있다. 지난 1966년 설립된 이 회사는 1980년대까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가구업체로 이름을 날렸다. 그러나 무리한 사업 확장으로 지난 1992년 부도가 발생했고, 네 차례나 매각작업에 실패한 끝에 만난 인수자가 정 회장이었다. 이번 매각으로 보루네오는 5년 만에 또 주인이 바뀌게 됐다. 전문가들은 보루네오의 향후 행보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누더기가 된 대외 이미지 때문이다. 지난해 실적 악화를 벗어나기 위해 올해 들어 보루네오는 침실가구, 옷장, 소파, 침대 등 반값가구 시리즈를 연달아 선보였다. 저렴한 값으로 소비자들의 주머니를 열겠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실적은 더욱 악화됐고, '저렴한 가구'라는 이미지만 소비자에게 인식시켰다. 이 회사의 올 1분기 매출액은 지난해에 비해 22.1% 줄어들었고, 영업손실은 9억2000만원을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제 보루네오는 반값가구 회사로 인식됐으니 앞으로 제값으로 사려는 소비자가 나오겠느냐"며 "이래저래 보루네오의 상황이 안타까울 뿐"이라고 말했다. 이승종 기자 hanarum@<ⓒ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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