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태상준 기자] 김강우가 '돈의 맛'에 빠졌다. 물론 영화 속에서의 이야기다. '바람난 가족' '그때 그 사람들' 임상수 감독의 7번째 장편 극영화 '돈의 맛'(17일 개봉, 제작 휠므파말)에서 김강우는 대한민국 최상류층 '백씨' 재벌의 충직한 비서 '주영작' 으로 등장한다. 재벌 그룹의 은밀하고 검은 뒷일을 도맡으며 점차 변해가는 역이다. 2002년 김기덕 감독의 '해안선'으로 데뷔했으니 김강우는 올해로 벌써 경력 11년 차에 접어든 중견 배우다. 김강우가 말하는 배우 김강우와 영화 '돈의 맛' 이야기를 들어본다.주영작 지금까지 연기했던 역할을 통틀어 가장 세지만, 비열하지는 않은 '숙맥' 캐릭터다. '바람난 가족'에서 황정민 선배가 연기한 캐릭터 이름도 주영작이다. 그 주영작이 초반부터 자신의 의지를 표현하는 캐릭터라면 '돈의 맛' 주영작은 반대다. 계속 자극을 받다가 나중에 '확' 뒤집어지는 캐릭터다. 처음이 힘들었다. 내 의지대로 움직이고 노는 순간들은 오히려 편했다. 철저히 관찰자 입장에서 대사가 아닌 시선으로만 그들을 지켜봐야만 하는 것이 최대 난관이었다. 윤여정과 백윤식 선배를 보며 힘을 얻었다. 대선배들과 작업할 수 있었던 것은 '돈의 맛'의 가장 큰 수확이다. 그분들을 보며 나이를 더 먹어서도 연기할 수 있는 해답을 얻었다.
임상수 감독 배우 이전에 관객 입장에서 팬이었다. '그때 그 사람들' 보고 시쳇말로 '뻑' 갔다. 그 당시에도 그랬고 다시 봐도 대단한 영화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일곱 편 장편 영화에서 모두 고집과 시선을 일관되게 유지하면서 위트와 캐릭터 등으로 개성을 살리는 것은 녹녹한 작업이 아니다. 내면에 가진 것이 많으니까 그런 영화들이 나올 수 있는 거다. 만약 10년 전에 '돈의 맛' 출연 제의가 왔으면 절대 못했을 것이다. 80% 이상의 희로애락을 대략 다 경험한 30대 중반이 되니 비로소 임상수 감독과 작업할 수준이 된 것 같다.(웃음)노출 '눈요기' 용 노출이었다면 나도 안 했다. '돈의 맛'에서는 내러티브 전개에 있어 영작의 몸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영작은 백금옥(윤여정 분)과 윤회장(백윤식 분) 등 구(舊)세대 인물과는 철저히 대비되는 인물로, '팔팔'한 육체를 통해 수컷의 매력적인 냄새를 풍겨야 한다. 금옥도 그의 몸을 탐하고 싶고, 그의 딸인 나미(김효진 분)도 영작을 자연스럽게 원하도록 만들어야 했다. 비주얼로 보여줘야 명확해진다. 감독보다 내가 더 욕심을 냈다. 결혼 후에도 노출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이런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배우자라면 서로 힘들다. 결혼이 서로에게 고통이 될 수 있는 거다.(웃음) 다행히 그 친구는 내 결정을 100% 지지하고 있다.
칸 처음이다. 사실 '돈의 맛'이 칸 간다는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는 별로 감흥이 없었다. 그 전에도 한국 영화가 여러 번 경쟁 부문에 진출했고, 임권택ㆍ이창동ㆍ박찬욱 감독과 전도연 선배가 여러 차례 상도 수상했으니 말이다. 점점 "이것 참 대단한데?"라는 생각으로 변하고 있다. 칸 경쟁 부문에 오르는 영화가 스무 편 남짓인데 그 안에 한국 영화가 두 편이나 껴있다. 정말 놀라운 사건이다. '다른 나라에서'로 칸 경쟁 부문 가는 홍상수 감독과도 이미 '하하하'로 한 차례 인연이 있다. 홍상수와 임상수, 두 감독 모두 잘 되었으면 좋겠다.데뷔 11년 차 연기를 처음 시작할 때 다짐했다. 무조건 10년은 해보고 아니면 접자는 다짐. 10년 했을 때 내 것이 아닌 다른 느낌을 내는 게 진짜다. 아직 갖춰지지 않았는데 완전히 다른 것으로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것은 '거짓' 연기다. 강렬한 악역은 '각' 살리기도 좋고 연기하기 쉽다. 평범한 연기가 가장 어렵다. 그 동안 내가 가장 두려워했던 장르가 멜로다. 멜로는 젊은 배우에게 가장 많이 들어오는 장르고, 여타 장르에 비해 리스크도 작다. 나는 반대로 생각했다. 기본기가 없는 상태에서 멜로 연기를 하면 탄로가 날 수 있다고 생각해서 의도적으로 피했다. 이제는 변했다.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고, 이제는 나에게 없는 다른 것도 도전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돈의 맛'이 그 신호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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