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간 등·하교길 교통지도하는 ‘오뚝이 삼촌’

장애인 신석현씨, 서산 고북초등학교 앞 20년째 봉사…학생수업 중엔 쓰레기 줍고 신발정리도

20년간 등하교길 교통지도를 하고 있는 충남 서산의 ‘오뚝이 삼촌’ 신석현씨. 경찰복장에다 재미난 몸짓이 행인들에게 웃음짓게 만든다.

[아시아경제 왕성상 기자] 충남 서산에 20년 가까이 어린이들의 안전한 등·하굣길을 책임지는 장애인이 있어 화제다.주인공은 ‘오뚝이 삼촌’으로 불리는 신석현씨(48·홍성군 갈산면 취생리). 그는 서산시 고북면 기포리와 가구리를 가르는 국도 29호선 고북초등학교 앞 횡단보도에서 호루라기를 불며 길을 건너는 어린이들을 보호한다. 경찰관 복장을 한 신씨가 영화 ‘메트릭스’ 주인공이 총알을 피해 몸을 유연하게 움직이는 모습을 떠올리게 하는 동작으로 행인들의 관심을 모은다. 그래서 그런지 그의 별명이 ‘우리 삼촌’이나 ‘경비 삼촌’에서 ‘오뚝이 삼촌’으로 바뀌었다.그의 손짓, 발짓, 호각 소리에 따라 자동차와 사람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모습을 보면 웃음이 절로 나온다.신씨는 정신지체를 가진 장애인이다. 몸을 제대로 움직이기 힘들었던 그가 고북초등학교 앞에서 교통지도를 시작한 건 1990년대 중반. 그 때 신씨는 지금 교통정리를 하고 있는 자리에서 초등학생 2명이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는 장면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 그 뒤로 그는 매일같이 등·하교시간 어린이안전지킴이를 자처하고 나섰다.

교통지도를 하고 있는 ‘오뚝이 삼촌’ 신석현씨

그는 어린이들이 등교하기 전인 오전 8시쯤 초등학교 앞 횡단보도에 도착, 학생들의 교통지도를 하는 것으로 일과를 연다. 아이들이 수업하는 동안엔 학교 이곳저곳을 둘러보며 쓰레기를 줍고 신발정리도 한다. 학교급식실에서 아이들과 함께 점심을 먹은 뒤엔 다시 학생들의 하굣길을 돕는다.신씨가 고북초등학교와 인연을 맺은 건 30년도 훨씬 넘는다. 장애를 갖고 있어 학교를 제대로 다니지 못한 그는 동생들을 따라 처음 이곳에 발을 들여놨다. 동생들이 수업하는 동안 신씨는 아이들이 다칠세라 운동장의 돌을 골라내고 잔디밭 풀을 뽑았다. 누가 시킨 게 아니라 동생들 수업이 끝날 때까지 무료한 시간을 보내기 위해 터득한 그만의 소일거리였다.처음엔 거리를 두며 멀리 하던 아이들도 하루 이틀 시간이 지나면서 신씨와 가까워졌고 학교 아이들 모두가 신씨와 친구가 됐다. 그러다가 친하게 지내던 친구들 죽음을 보게 됐고 교통정리를 시작한 게 지금에 이른다.오창표 서산시 고북면장은 “눈이 오나 비가 오나 한결같은 모습으로 아이들 등하굣길을 지켜주고 있어서 얼마나 든든하고 고마운지 모른다”며 “오뚝이 삼촌이 이곳에서 교통정리를 한 뒤론 교통사고가 거의 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2남 3녀 중 막내인 신씨는 태어날 때부터 지적장애를 갖고 태어났다. 10살 때 아버지를 여의었고 지금은 서산시 고북면의 옆 동네인 홍성군 갈산면에서 치매증세가 있는 어머니 이철순(84)씨와 단둘이 정부보조금으로 살고 있다.신씨는 “신호에 따라 움직여주는 운전자들이 대부분이지만 가끔 무시하고 그냥 가거나 욕을 하며 지나가는 사람도 있어요. 그럴 때면 속상한 건 둘째 치고 위험한 상황이 생기기 일쑤”라며 “힘이 닿는 날까지 이곳에서 우리 아이들과 함께 있겠다”고 말했다. 한편 신씨는 2004년 전국 초등학생들이 뽑은 ‘제1회 어린이들이 고마운 어른께 드리는 밝은 햇살상’을 받기도 했고 모 방송프로그램을 통해 알려진 적도 있다.왕성상 기자 wss4044@<ⓒ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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