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저詩]문태준 '비가 오려 할 때'

비가 오려 할 때그녀가 손등으로 눈을 꾹 눌러 닦아 울려고 할 때바람의 살들이 청보리밭을 술렁이게 할 때소심한 공증인처럼 굴던 까만 염소가 멀리서 이끌려 돌아올 때절름발이 학수 형님이 비료를 지고 열무밭으로 나갈 때먼저 온 빗방울들이 개울물 위에 둥근 우산을 펼 때
문태준 '비가 오려 할 때'■ 첫 구절에서 문득 당신을 생각하고. 그 다음 구절에서 당신과 헤어지던 날을 생각하고그 다음 구절에서 이숙자의 그림 <이브의 보리밭>의 맥랑(麥浪)을 생각하고그 다음 구절에서 기형도의 사내들과 김종삼의 염소를 생각하고그 다음 구절에서 김지하의 황토밭과 신경림의 장터를 생각하고그 다음 구절에서 왜 그랬던가, 당신을 생각하고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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