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 인상적인 10분을 위해

[아시아경제 채정선 기자] 15분 내외, 더 짧게는 10분 내외에 모든 것을 보여줘야 한다. 갈수록 쇼는 짧아지고 지루함 없이 인상을 남기고 사라져야 한다는 것이 추세라고도 했다. 어떻게 하면 일관성 있고 주목도를 높이면서 콘셉트를 전달하는 쇼를 이끌어낼 것인가. 이러한 고민이 드러나는 남성복 컬렉션들, 연출은 날로 새로워진다.

▲ 서울패션위크 신재희 2012 FW

▶ 영화관이 된 쇼장 많은 쇼는 시작 전, 영상을 상영한다. 영상으로 쇼의 초입을 장식하는 건 바이어와 기자를 포함한 관람객들에게 전체 콘셉트를 전하는 데 있어 효과적이다. 서울패션위크 첫 날, 첫 번째 오프닝을 장식한 장광효는 쇼의 시작을 영상으로 열었다. 1920년대 흑백 필름을 편집한 영상은 당시 복식을 그래픽을 가미해 이미지로 전달했다. 디자이너가 모티브를 얻었다는 책 ‘위대한 개츠비’와 더불어 쇼를 일관된 흐름으로 진행시키는 데 기여한 것들이다. 영상과 모티브를 공개하며 쇼의 콘셉트를 전달한 게 장광효라면 재희신(Jehee Sheen)은 아예 영화의 형식으로 컬렉션을 진행한 경우다. 재희신의 콘셉트는 ‘초월(Transcendence)’이었다. 디자이너는 'being, being, being' 이라는 영화를 상영했다. 자연에 대한 경외심을 느끼게 하는 과정을 설명한 영상은 사람들의 감성을 자극하기에 유용한 것이었다. 동양철학에 푹 빠진 디자이너답게 흑백필름은 이름 모를 해안의 모래밭과 파도소리로 채워졌다.▶ 퍼포먼스를 런웨이로 록큰롤 스타일을 선보인 ‘도미닉스 웨이(Dominic's Way)’의 송혜명은 그룹 SS501의 멤버인 박정민을 런웨이로 불러들였다. 그는 쇼의 마지막에 폭 2미터 가량의 회색 날개를 달고 걸어 나오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장식이 많이 달린 강렬한 가죽 재킷과 바지, 강렬한 록 비트를 실은 스타일에 힘을 실어주는 마무리였다.

▲ 퍼포먼스로 진행된 송혜명의 피날레

첫 날 양희민의 ‘반달리스트(Vandalist)' 쇼는 시선을 압도하는 면이 있었다. 강렬한 음악에 맞춰 등장한 첫 번째 모델이 음악에 몸을 맡기는 행위 예술을 선보였다. 새로운 디자인을 갈망하며 독창적인 의상을 선보이는 디자이너 양희민의 콘셉트와 잘 어우러졌다는 평이다. 관객들은 마지막 모델이 무대 뒤편으로 사라질 때까지 긴장을 놓을 수 없었다. 쇼 전체가 하나의 퍼포먼스가 되었고 누구에게나 인상적인 쇼로 남았다. 한편 3일 첫 번째 쇼를 연 강동준은 드라마틱한 쇼를 선보였다. 마술사 이은결이 등장해 마술쇼를 펼치며 시선을 잡아끌더니 여성관객 하나를 끌어내 찰리 채플린 룩으로 갈아 입히는 퍼포먼스가 이어졌다. 그리고 등장한 모델들은 찰리 채플린과 같은 의상을 입고 익살을 떨며 무대를 돌아다녔다. 세대를 막론하고 친근한 기법과 아이콘을 들여온 디자이너의 시도가 색달랐던 무대다.

▲ 이은결의 마술쇼로 쇼의 시작을 연 강동준

▶ 시선을 잡아 두는 무대 장식 정두영의 ‘반하트 디 알바자(VanHart di Albazar)'쇼에는 무대 전면에 빨간색 커튼이 드리워져 있었다. 시선을 압도하던 커튼이 젖혀지면서 모델이 등장했다. 18세기 이탈리아 작곡가 지오반니 바티스타 페르골레시의 오페라에서 영감을 받은 귀족적인 스타일이었다.

▲ 오페라의 한 장면을 연상케하는 정두영의 무대

고태용의 ‘비욘드 클로젯(Beyond closet)'쇼에서는 활동적인 옷 디자인만큼 마치 운동 경기장 안이 아닐까 싶은 느낌을 주는 바닥 장식이 있었다. 김선호 디자이너의 ‘그라운드웨이브(GROUNDWAVE)'는 구름 위를 걷는 듯, 바닥에 솜을 깔아 두었다. 그가 선보인 이번 컬렉션이 누빔 의상이었다는 걸 생각하면 어우러지는 무대 연출이다. 그러나 꼭 누빔 의상이어서 바닥에 솜을 깐 것은 아니었으니, 모델이 맨발로 가볍게 걷게 하기 위한 전략이 있다고 했다. 무게감 있는 의상에 반한 가볍고 포근한 느낌을 주려 했다고 전한다. 채정선 기자 est@<ⓒ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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