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인터뷰. 한여울기자
인터뷰. 윤희성
사진. 이진혁
편집. 장경진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의 김재원 PD, 소형석 PD. (왼쪽부터)
<div class="blockquote">토요일 밤 11시, 방송이 시작되면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를 차지하는 교양 프로그램이 있다. 20년 가까이 온갖 미스터리와 사건을 파헤쳐 온 SBS <그것이 알고 싶다>는 최근 장르물을 연상시킬 정도로 짜임새있는 스토리텔링과 섬세한 재연으로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강한 연출만큼 자극적이라는 지적 역시 동시에 받고 있지만 교양 프로그램으로서도, <그것이 알고 싶다> 내부적으로도 분명 전과 다른 화제를 만들고 있는 사람들을 만났다. 최근 6개월 내지 1년 동안 고단한 일정임에도 눈을 반짝이고 있는 김재원, 소형석 PD에게서 <그것이 알고 싶다>의 힘이 무엇인지 조금은 느낄 수 있었다.[그것이 알고 싶다]는 최근 적극적인 세트 활용과 몰입도 높은 스토리텔링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 후 제작하기는 더 어려워졌을 것 같다. 전반적인 제작 시스템은 어떤가.김재원 PD: 보통 아이템 선정하는데 2주, 취재하는 데 2주, 편집하는 데 1주가 걸리고 방송이 끝나면 무조건 1주는 쉰다. 그렇게 6주 기준으로 6명의 PD들이 돌아가며 제작하고 5명의 작가가 있어 매번 다른 작가와 일하도록 한다. PD는 여러 명이지만 급할 때 서로 도와주는 식이고 겸업을 하진 않는다. 소형석 PD: 내 경우에는 2주, 2주, 1주 이렇게 규칙적으로 제작하기는 힘들다. 보통 아이템 하나 들어갈 때 못해도 2, 3개를 취재하게 되더라. 아이템 하나를 취재하다가 중요한 증거를 갖고 있는 사람이 정말 어렵게 마음을 열어줘서 2, 3일을 찍었는데 갑자기 다음 날 전화 와서 “하지 말자”고 할 때가 있다. 그러면 여러 아이템을 취재하다 최종 방송을 만들게 된다. 역시 아이템 선정부터 쉽지 않은가보다. 아이템은 어디에서 찾나.김재원 PD: 보통 기사 검색이나 제보로 찾는다. 하지만 과거에 비하면 제보는 많이 없는 편이고 요즘에는 의외로 일반 네티즌들이 스스로 포털 사이트에 올리는 이야기에서도 찾는다. 기사화되기 전에 먼저 억울함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은데 그런 사연에서 더 새로운 걸 얻을 수도 있는 거다. 하지만 정보 흐름이 많아지면서 제작하기는 더 힘들어지더라. 초기 <그것이 알고 싶다>는 사람들이 모르는 UFO, 에이즈 등을 다루면서 특종이라는 큰 무기를 갖게 됐었다. 솔직히 요즘은 네티즌이 우리보다 훨씬 많이 알 때가 있다. 지난 번 ‘위험한 장난 - 바바리맨의 진화’를 만들 때는 해당 인터넷 카페에 가입을 하기도 했다. (웃음) 접할 수 있는 사건의 양이 더 많아지고 있는 셈인데 그 중에서 아이템을 골라내는 기준이 있을까.김재원 PD: ‘미스터리가 살아 있느냐’가 중요하다. 뭐든지 방송으로 만들 수는 있지만 미스터리가 없다면 하지 않는 편이다. 또 ‘약자를 위한 것인지, 강자를 위한 것인지’를 고민하는데 웬만하면 약자를 위한 소재를 택한다. 살인 사건도 사실 약자인 피해자 중심으로 갈 때가 많은 소재다. 사실 시사 프로그램으로서 최근 너무 살인 사건 위주로 방송한다는 지적도 나온다.소형석 PD: 시사적인 이슈를 지켜보고는 있지만 다루기 쉽지 않다. 소재의 특성상 결정적인 이야기를 해주는 사람이 필요한데 임팩트가 강한 만큼 말하려는 사람이 많지 않다. 완성도 측면에서 단순한 현상 분석으로 끝낼 수 없으니 결국 그런 이슈를 다루기 쉽지 않은 거다. 물론 이야기해주는 사람을 우리가 확실히 지켜줄 수 있다는 신뢰를 먼저 줘야할 것 같다. 우리는 준비가 되어 있지만 앞으로 더 열심히 해서 풀어야 할 숙제다. 김재원 PD: 살인 사건도 시대를 반영한다. 프로그램 단골 소재가 되는 사이코 패스도 그렇다. 과거에는 그래도 살인마가 양심이 있는 경우가 많았지만 요즘은 다르니까. 도덕성 결여와 황금만능주의가 사건에 모두 들어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물론 시사적으로 핫한 아이템에 대한 요구는 많지만 막상 방송을 하면 사람들이 잘 안 보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사람들이 보게끔 만드는 이야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부러진 화살’ 편이 그런 노력 중 하나다. 단순히 사법부의 여러 사례를 나열하고 결론을 내리기보다 ‘미스터리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우리가 궁금해서 조사해보니 이런 결과가 나왔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렇게 만든 거다. 미스터리로 물고 들어가서 그 안에서 사회적인 현상까지 끄집어내는 게 최종 목표다. <H3>“시청자가 피해자들을 이해하도록 만드는 게 목표”</H3>김재원 PD “정확한 팩트를 보여주고 시청자가 고민하게끔 하는 것이 우리의 일”
아이템 뿐 아니라 이야기 구성에도 보는 사람이 쉽게 따라갈 수 있도록 하는 그러한 접근법이 반영된 것 같다.김재원 PD: 예를 들어 ‘어느 부부의 유서’ 편은 뉴스에서도, <궁금한 이야기 Y>에서도 다룬 소재였지만 구성을 달리 했다. 부모가 아이들과 어느 곳으로 떠났다는 팩트를 소풍이란 설정으로 만들어 시작한 거다. 아이들은 소풍을 떠났는데 사라졌고 10개월 후에 처참하게 사체로 발견이 됐다. 사람들은 사고를 당했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여기에서 미스터리가 또 나온다. 아이들 사체만 있고 부모가 없는 거다. 또 부검의는 아이들 사체가 덮여있었다는 말을 한다.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구성하면 사람들은 쉽게 따라올 수 있다. 연출 또한 프로그램을 계속 보게 만든다. ‘청테이프 살인 사건’은 세트를 적극적으로 쓰면서 범인이 현장을 재연하고 빠질 때 진행자 김상중 씨가 어둠 속에서 나온다.소형석 PD: 추리 소설을 유심히 보기도 했고 스튜디오를 최대한 활용했다. 그 사건은 밀실에서 일어나지 않았나. 도면을 구해서 시청자들이 집중할 수 있게 세트를 만들었다. 언급한 미장센같은 경우가 CG보다 훨씬 몰입도가 높고 자연스럽다. 그래서 ‘청테이프 살인 사건’은 실제 목격자가 된 느낌을 많이 준 것 같다.김재원 PD: 그게 핵심이다. 소형석 PD가 좋아하는 건데 그 방송에서는 주로 카메라가 창틀에서 스윽 들어가며 찍는다. 앞에 뭘 걸고 찍는 거지. (웃음) 세트에서 범인은 아무도 못 봤다고 생각하며 계속 범행을 저지르고 있는데 카메라는 보고 있는 느낌이다. 소형석 PD: 시청자들이 제작진만큼 사건에 몰입하진 못하겠지만 최대한 빠져들게 해서 사건의 당사자인 것처럼 생각하게 하는 거다. 그렇게 피해자들을 이해하게끔 하는 의도다. 800회 특집 ‘화성 연쇄 살인 사건’에서 실제 1980년대의 버스 뒤로 진행자가 등장하는 연출이 인상적이었다. 버스가 나오는 건 추적에 직접적인 관련이 없고 철저히 보여주기 위한 장치이지 않나.김재원 PD: 그 버스가 <무한도전>에서 게임하던 버스다. (웃음) 이틀 걸려 빌려온 건데 작가와 많이 고민한 부분이었다. 개인적으로 재연 VCR에서 진행자 멘트로 이어지는 부분을 가장 신경 쓰는데 그 사건에서는 버스 기사가 결정적인 목격자였기 때문에 재연에서 만든 최고조의 긴장감을 그대로 이어갈 때 버스가 필요했다. 범인의 시각으로 사건을 다시 보자는 의도였는데 최대한 무섭게, 몰입도 높게 재연을 찍고 김상중 씨의 진행으로 그 긴장감을 계속 가져가는 거다. “어디 부자연스러운 점이 있지 않으십니까”처럼 시청자를 추리하게 만드는 진행 멘트 또한 긴장감을 주기 위한 건가. 소형석 PD: 부자연스러운 점이 있어야 사람들이 계속 보기도 하지만 그 멘트는 실제 경찰의 말이기도 하다. 보통 경찰들은 의중을 드러내지는 않지만 카메라를 끄고 개인적으로 술 한 잔 할 때는 그런 이야기를 한다. 취재 초반 팩트를 모으면서 부자연스러운 지점이 생길 때니까 시청자들도 그 순간을 알아야 된다고 생각해 강조했다.<H3>“배우들처럼 우리도 사건에서 나오기가 힘들다”</H3>소형석 PD “자부심이라면 미스터리한 현상을 우리만의 툴로 진실을 밝힌다는 점”
사건 특성상 취재할 때 경찰과의 공조가 꼭 필요할 것 같다.김재원 PD: 공조가 잘 될 때도 있고 아닐 때도 있다. 안 될 때 경찰 분들 설득하는 것도 힘들기는 하다. 경찰들이 우리와 공조할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잘 도와주시는 편이다. 프로그램이 가끔 경찰을 비판도 하지만 수사를 잘 하시는 경찰 분들이 참 많다. 가끔 시청자 게시판에는 우리가 경찰보다 낫다는 의견도 올라오지만 사실 터무니없는 이야기다. ‘청테이프 살인 사건’도 실제 경찰의 사건 수사 동영상으로 시작하면서 경찰 시점이 부각됐다.소형석 PD: 감정 이입할 대상이 필요했다. 피해자는 사망했고 범인은 잡히지 않았다. 그 사건을 맡은 경찰 분들에게서 범인을 잡고 싶다는 진정성이 많이 느껴졌다. 영화 <살인의 추억>의 ‘미치도록 잡고 싶다’라는 카피처럼. 그래서 경찰의 시선으로 시작했다. 경찰 못지않게 연출자 입장에서도 취재를 하면서 어디까지 감정 이입을 해야 할지 고민될 것 같다.김재원 PD: 사실 확실하게 ‘나쁜 놈’이 나오면 취재도 편집도 편하다. 하지만 ‘어느 부부의 유서’처럼 동반 자살이라는 사회적인 문제가 섞일 때는 한 쪽을 잘못했다고 하기 어렵다. 그 때는 최대한 정확한 팩트를 보여주고 시청자 스스로 고민하게끔 하는 것이 우리의 일이라고 생각한다. 소형석 PD: 가끔 배우들이 작품에서 빠져나오기 힘들다고 하지 않나. 우리도 만만치 않은 것 같다. 피해자가 관련 사람들과 방송 전후로 계속 연락을 하고 스스로 ‘내가 하는 일이 억울한 일을 당한 사람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는지’를 반문하니까 사건에서 나오기 어렵다. 방송을 보는 사람도 이 피해자를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느껴질 때가 있다. 수사에 직접 상관은 없지만 유족이나 피해자 지인들이 슬퍼하는 장면을 길게 보여주는 것도 그런 마음이 반영된 결과인가.소형석 PD: 맞다. 결정적인 증거를 못 찾아 미제 사건으로 남은 경우 피해자는 잊히기 쉽다. 하지만 우리가 사건을 다루면서 주의 환기를 시키면 피해자들이 조금 덜 억울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누군가가 계속 관심 있게 지켜보면 경찰이든 법원이든 그냥 넘어가긴 힘들지 않을까.김재원 PD: 만약 경찰 수사 내용과 우리 취재 결과만 보여줬을 때는 프로그램이 오락물로만 소비될 수 있다. 하지만 정작 동생을 잃어버리고 부인이 죽어 억울한 사람이 있지 않나. 그래서 그 사람들 이야기를 더 넣어 보는 사람이 공감하고 분노를 느끼게 하는 거다. 하지만 취재를 할 때는 피해자로 주장하는 사람이나 그 지인들의 이야기도 의심해봐야 하지 않나. 중립에 서기 힘들 것 같다.김재원 PD: 그럴 때는 정말 힘들다. 하지만 확신이 들 때까지 취재를 하고 편집도 신중하게 한다. 편집 방향이 시청자 판단에 큰 영향을 끼치니까. 소형석 PD: 가끔 말은 못하지만 유족들 해석이 어색할 때도 있고 경찰의 실수가 보일 때도 있다. 하지만 우리가 수사 기관이나 법리적 판단을 하는 사람이 아니니까 철저하게 팩트를 보고 상식선에서 판단을 내리는 거다. 갖고 있는 팩트를 비교해보고 여러 전문가에게 물어보면서 할 수밖에 없다. 상식선이라고는 하지만 수사와 다름없는 실험을 하기도 한다. ‘청테이프 살인 사건’에서 화장품 제조 용기로 실험하는 게 인상적이었다.소형석 PD: 그건 작가들의 힘이다. 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그 화장품은 화장대에서 떨어져 범인 족적을 남기게 했다는 점에서 굉장히 중요한 물건이었다. 그래서 한 번 떨어뜨리려고 했는데 반나절 만에 작가에게서 그 화장품은 단종 됐지만 용기를 외주 제작하던 회사가 있다는 정보를 들은 거다. 김재원 PD: 팀워크가 참 좋다. <동물농장> 등 여러 교양 프로그램을 하셨던 작가 분들과 함께 일하는데 작가들 중 최고 에이스가 <그것이 알고 싶다> 팀으로 온다. ‘부산 중소기업 부부 실종 사건’ 때 박윤미 작가와 일했는데 도움을 많이 받았다. 스님 인터뷰로 시작한 건 작가가 먼저 말한 거다. 너무 좋을 거 같아서 난 그림을 어떻게 표현할까 고민했고 스님이 염주 돌리다 갑자기 멈추는 장면을 생각한 거다. 그렇게 작가와 교감을 많이 하는 편이다. 가끔 취재하다 덮어버리고 싶을 때도 있는데 그 때마다 작가에게 연락한다. ‘큰일 났어’, ‘대박’ 이러면서. (웃음) <H3>“<그것이 알고 싶다>는 거인 같은 프로그램”</H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