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됐다고 잔치했는데…'4년의 참혹함'

▲인적이 드문 마장동 축산물 시장

[아시아경제 박소연 기자, 오주연 기자]“정육점 칼은 2~3일에 1번씩 갈아줘야 하거든. 그런데 요즘은 6개월 만에 칼 가는 사람도 있어. 어이가 없더라고. 식당이 안 되니까 정육점도 안 되고. 그러니까 내가 죽겠어.”11일 오후 주말을 맞아 손님들로 북적여야 할 서울 마장동 축산물 시장. 인적이 끊긴 듯한 고요함 속에 도둑고양이들만 자투리 고기를 찾아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30년간 마장동에서 칼을 갈아 온 칼갈이도 넋을 놓았다.대형 마트에서 9년간 일하다 전통시장으로 들어왔다는 한우나라 직원은 “처음 마장동에 발을 들여놨을 때와 비교하면 시장 분위기가 참혹할 정도로 침체됐다”고 설명했다.고깃값이 오른 것이 찬물을 끼얹은 요인이다. 한 정육점 주인은 “소값이 떨어졌다 하지만 고깃값은 오히려 더 많이 올랐다”면서 “외래 손님들이 자꾸 들어와야 시장이 활기를 띠는데 요즘은 우르르 몰려왔다 가던 외래 손님들을 보기가 힘들다”고 말했다.고깃값이 오른 이유로는 대형 마트의 사재기를 꼽았다. “경매장에 가잖아요? 대형 마트 쪽 사람들이 3~4명씩 나와서 엄청 비싼 값을 불러서 좋은 고기를 다 사가요. 소매하는 사람들이니까 비싸게 사도 남지. 그런데 우리는 그렇게 사면 남는 게 없어. 마트에서는 버리는 거 없이 자투리 고기까지 다 세일해서 팔아치우지만 여긴 그게 안 되니까….”마장동에서 수십년간 매점을 운영해 온 한 상인은 전통시장 상인들이 매기는 이명박(MB) 정부 4년의 참혹한 성적표를 매일 보고 듣는다.“대통령 당선됐다고 할 때 마장동에서는 축제까지 벌였지. 여기 보이죠? 천장에 비 막아주는 이것을 지금 대통령이 서울시장 시절에 만들어준 거거든. 우리가 그때 경제 대통령이 됐다고 얼마나 기대를 했어. 그런데 지금은 대통령 이름 꺼내면 맞아 죽어.”

▲한적한 노량진 수산물시장

주말을 맞아 손님들로 북적이는 노량진 수산시장은 그나마 상황이 나아 보였다. 하지만 이곳 역시 상인들의 불만은 하늘을 찔렀다.30년간 수산시장에 몸담아 온 한 상인은 “30년 장사 중 지금이 최악”이라고 말했다. “자리 반납하고 나가는 사람이 많아. 지금 주꾸미 철인데 작년에는 1㎏에 1만5000원이었거든. 지금 2만원이 넘어요. 사람들이 안 먹고 만다' 이러면서 가버린다고.”상인들은 MB정부에 대한 실망감을 감추지 않았다. 수산식품 유통업을 하는 상회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한다면서 정치적 쇼를 할 뿐 정작 중요한 것은 다 대기업에 넘겨준다”며 불만을 토했다.“IMF 때까지만 해도 괜찮았어. 그때까지는 대기업들이 시푸드(seafood) 사업에 손을 안 댔으니까. 경마장이나 여러 공기업, 공공단체에 여기 상회들이 다 납품을 했거든. 그런데 지금은 다 대기업들이 시설 지어주고 낚아채 가 버리니까. 정부도 '전통시장 살린다' 말만 하지, 뒤로는 다 대기업에 밀어주고… 암담해.”같은 시각 가락동 농수산물시장 청과시장도 분위기는 비슷했다. 형형색색의 봄 제철과일들로 물들었지만 지갑을 여는 손님은 드물었다. 3명 중 1명은 이리저리 가격을 재며 '비싸다'를 연발하기 일쑤였다. 채소상인 양모(55)씨는 물가가 이 정부 들어 2배 이상 뛰었다고 토로했다.“이명박 대통령이 경제 하나는 잡겠다고 했었지 않았나. 다 거짓말이다. 물가가 올라가니 손님들 발걸음도 뚝 끊겼고…. 저렴해야 재고 없이 빨리빨리 회전이 되는데 비싸니까 사람들이 안 사려고 하지. 과일은 쟁여두면 썩으니까 마진 얼마 남지 않더라도 울며 겨자 먹기로 팔 수밖에 없어.”다래·냉이 등 봄나물을 판매하고 있는 채소상인 임모(60)씨도 MB정부의 물가 관리, 민생안정 정책에 낙제점을 매겼다.“배추 장관, 무 차관 만들어봤자 다 부질없는 짓이야. 물량이 없어서 가격은 오르는데 잡겠다고 해서 지금 잡혔나? 물가는 정치랑 달라. 괜한 말로 표심에 이용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물가 잡는 말, 다 쉰 소리야.”

▲썰렁한 가락동 청과물 시장

박소연 기자 muse@오주연 기자 moon170@<ⓒ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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