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3.25%인 기준금리를 바꾸지 않고 그냥 놔둔다는 결정을 어제 또다시 내렸다. 9개월째 금리 동결이다. 그동안 해외에서 유럽 재정위기와 유가 급등, 국내에서는 물가 불안과 성장세 위축 등 우여곡절이 많았는데 금통위만 무풍지대였다. 어제 결정도 그 연장선에서 내려졌다. 김중수 한은 총재의 말마따나 금리 동결도 중요한 정책결정이다. 그것도 중앙은행으로서 한은이 시장에 보내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의미가 한은은 계속 뒤로 물러앉아 있으려 하거나 앞으로 나서서 어떤 조치도 취할 용기가 없다는 것으로 읽히니 문제다. 그 이유의 상당 부분은 김 총재 자신에게 있다. 어제 금통위 회의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 총재는 기대물가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우리나라는 인플레이션 결정의 40%가 기대심리에 의해 이루어진다고 했다. 소비자물가가 최근 3% 대 초반으로 낮아졌지만 기대 인플레이션율은 8개월째 4% 대의 높은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는 조사 결과도 내놓았다. 그러나 기대물가 관리계획을 묻는 질문에 김 총재는 엉뚱하게도 '전문가들보다 물가 예상을 높게 하는 일반 국민'을 탓하고, '유통구조를 통해서든 수입을 통해서든 체감물가 관련 품목의 가격을 낮춰야 한다'는 말로 책임을 정부에 떠넘겼다. '한은이 할 수 있는 조치'를 추궁하는 질문에는 '금리 조정 외에도 많다'고만 말하고 구체적 내용을 밝히지 않았다. 소극적이고 회피적인 태도라고 아니할 수 없다. 가계부채 대책에 대해서도 김 총재는 '문제가 되는 계층에 대한 미시정책이 먼저'임을 거듭 주장했다. 이 역시 한은은 가능한 한 나서지 않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한은이 금리를 어떻게 조정하느냐보다 더 중요한 것이 한은에 대한 시장 참여자와 국민의 신뢰다. 이래서 금리를 올리기가 어렵고 저래서 금리를 내리기도 어려워 뒤로 빠져 있을 테니 앞날이 궁금하면 정부에 가서 물어 보라는 식의 태도로는 신뢰를 얻기 어렵다. 정부는 정부대로 역할이 있고, 한은은 한은대로 역할이 있다. 금리 동결 결정도 한은의 의지가 읽히는 조치여야 한다. 그래야 한은이 시장에 미래 예측의 나침반이 된다. 다음 달로 예정된 금통위원 중 절반의 교체가 한은이 그동안 상실한 존재의미를 되찾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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