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의 3.1절 기념사 전문

[아시아경제 조영주 기자]이명박대통령이 일본정부에 "군대 위안부 문제만큼은 여러 현안 중에서도 조속히 마무리해야 할 인도적 문제"라고 촉구했다. 이 대통령이 위안부 문제 해결을 공식석상에서 촉구하는 것은 지난해 12월 한일정상회담 이후 두달 여 만이다. 이명박 대통령 취임 이후 3.1절과 8.15 광복절 기념사에서 위안부 문제가 거론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대통령은 1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93주년 3.1절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통해 "양국이 진정한 동반자로서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역사의 진실을 외면하지 않는 진정한 용기와 지혜가 필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이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일본 교토(京都)에서 열린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위안부 문제를 공식 제기한 지 불과 두 달 여만에 위안부 문제 해결을 다시 촉구함에 따라 일본 정부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주목된다. 이하는 이명박 대통령의 3.1절 기념사 전문이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700만 재외동포와 북녘 동포 여러분, 제93주년 3.1절을 경축합니다. 조국 광복에 몸바친 애국선열들께 깊이 머리 숙이며, 독립 유공자와 유가족 여러분께 감사와 따뜻한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93년 전 오늘, 우리 민족은 5천 년 역사에 길이 빛날 새로운 전환점을 만들어냈습니다. 일제의 혹독한 무단통치에 굴하지 않고 온 민족이 하나 되어 대한 독립과 동양 평화, 인류 공존을 부르짖었습니다. 3.1운동은 '자유'를 향한 우리 민족의 거보(巨步)이자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역사의 시작입니다. 3.1운동을 통해 우리 겨레는 새 사람, 새 민족, 새 나라로 거듭났습니다. 자유와 평화를 향한 담대한 희망, '인류 평등'의 이상 아래 민주공화국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수립했습니다. 그 법통을 이어 1948년 자유민주주의 이념 위에 대한민국을 세우고, 공산주의에맞서 피 흘려 싸웠습니다. 자유의 바탕 위에서 민주주의와 경제적 번영을 꽃피웠습니다. 자유민주주의는 오늘 이 시대 대한민국의 확고한 정체성입니다.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3.1운동은 우리 민족이 가장 힘없고 가장 암울한 시대에불타오른 힘찬 횃불이었습니다. 식민지배에 이은 분단과 6.25 전쟁, 빈곤과 독재와 싸워 온 우리 현대사는 혹독한 수난의 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3.1운동이 남긴 불굴의 용기는 우리의 가슴 속에 늘 살아 있었습니다. 우리는 단 한 세대 만에 민주화와 경제발전을 동시에 이룬 유일한 나라가 되었습니다.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며 세계를 놀라게 했습니다. 오늘날 대한민국은 한반도와 아시아를 넘어 전 지구촌을 무대로 활동하는 '성숙한 세계국가'로 뻗어가고 있습니다. 과거 제국주의 시대에는 총칼로 영토를 넓혔습니다. 하지만 우리 대한민국은 FTA로 세계에서 가장 넓은 경제영토를 개척하며 작년 세계 아홉 번째로 무역 1조 달러를 달성했습니다. 대한민국 국군은 전 세계 15개국에서 평화유지와 재건, 구호를 위해 땀 흘리고 있습니다. 우리 군은 다른 어느 나라 군보다도 현지인의 사랑을 크게 받고 있고, 국제적으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2010년에는 세계 경제 최상위 회의인 '서울 G20정상회의'를 성공적으로 개최했습니다. 이달에는 세계 평화와 안전을 지키기 위한 세계 안보 최상위 회의로서 지구촌 50여 개국 정상들이 참가하는 서울 '세계핵안보정상회의'를 주최합니다. 5월에는 전 세계 106개국과 10개 국제기구가 참여하는 '여수세계박람회'도 열립니다. 이제 대한민국은 지구촌 경제와 안보를 논의하고 세계를 선도하는 주요국의 일원으로 확고히 자리 잡았습니다. 우리 영화, 드라마 같은 한류 물결도 전 세계로 빠르게 퍼져가며, 세계인으로부터 큰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K-pop은 전 세계 젊은이들을 열광시키고 있습니다. 세계 곳곳 남미와 아프리카 오지에서도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배우려는 열기가 뜨겁습니다. 우리 민족의 문화사랑은 그 역사적 뿌리가 깊습니다. 8세기 무렵 신라인이 만든성덕대왕신종에는, "당시 세상은 금과 옥 같은 보물을 멀리 하고 문화를 숭상하였다"는 글이 새겨져 있습니다. 우리 민족은 그 서릿발 같은 제국주의 치하에서도 "신예(新銳)와 독창으로서 세계 문화의 대조류에 기여(寄與)"하겠다는 꿈을 꿨습니다. '기미독립선언서'의 꿈은 이제 현실이 되었습니다. 오늘날 대한민국은 단순한 경제 대국이 아니라 품격 있는 문화국가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우리 젊은이들은 패기와 재능으로 '더 큰 대한민국'을 열어가고 있습니다. 엊그제 창업사관학교 졸업식에서 만난 젊은이들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하며, 뜨거운 열정으로 길을 열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들에게서 저는 한국의 미래를 볼 수 있었습니다.  우리 젊은이들은 또한 전 세계 5대양 6대주를 누비며 큰 활약을 펼치고 있습니다. 올림픽을 비롯한 각종 국제 스포츠에서 눈부신 성적을 거두고 있고, 국제기능올림픽에서는 17번이나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젊은 과학도들은 수학, 물리, 화학, 생물학 국제올림피아드에서 세계 최고의 실력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세계 각지에 진출하여 그곳 주류사회에서 활동하는 젊은이들, 지구촌 곳곳의 보이지 않는 곳에서 어려운 이웃을 위해 땀 흘리는 젊은이들도 많습니다. 아프리카와 남미에서 내가 만난 우리 청소년들은 정말 헌신적으로 봉사하고 있었고, 현지인들의진심 어린 사랑을 받고 있었습니다. G20 세대의 우리 젊은이들은 세계를 향해 도전하고 세계 속에서 활동하는 세대입니다. 안만 보지 말고 고개를 세계로 돌리면 우리가 해야 할 일도 많고 가야할 길도 드넓게 펼쳐져 있습니다.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3.1운동 때 우리 민족 앞에는 너 나가 없었습니다. 세대와 신분, 지역과 종교를 초월하여 모든 사람이 오직 한민족이었을 뿐입니다. 그 단합의 정신으로부터 새로운 민족정신이 창조되고 새 역사가 열렸습니다. 우리 역사를 보면 힘을 모았을 때는 부흥했고, 분열되었을 때는 항상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19세기 말 세계열강이 전 세계와 교류하며 선진화될 때, 우리는 한반도에 갇혀 서로 다투다 나라를 잃었습니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도 이념 갈등과 지역갈등, 세대갈등과 빈부갈등 등 많은 분열과 대립이 있습니다. 하지만 비온 뒤에 땅이 굳는 것처럼 우리가 소모적인 대립과갈등을 넘어 양보와 배려, 소통과 화합을 통해 하나될 수 있다면 '더 큰 대한민국'도 만들 수 있다고 믿습니다.오늘 우리가 이곳에 모여 3.1정신을 되살리고자 하는 것도 바로 그 때문입니다.내외 귀빈 여러분, 3.1운동이 오늘날 더욱 빛나는 것은 위대한 '관용' 정신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약육강식과 적자생존 논리에 신음하던 우리 민족은 원한과 복수가 아니라 "진정한 이해와 동정에 기본한 우호"를 호소했습니다. 제국주의에 대한 저항조차 "다만 자기의 건설에 소임이 있을 뿐 결코 남의 파괴에 있지 않다"고 당당히 천명했습니다. 말뿐이 아니라 무자비한 총칼의 진압에 평화롭고 단합된 질서와 위엄으로 맞섰습니다.가장 힘없는 자의 이런 고귀한 행동이 전 세계 양심을 일깨웠습니다. 당시 한국에 있던 한 외국인 선교사는 "이 날은 한국의 위대한 날"이라고 칭송하며, 큰 존경의 뜻을 표했습니다. 악을 악으로 갚지 않고, 서로를 살리는 3.1정신은 오늘날 동북아와 세계가 나아갈 길을 밝혀주고 있다고 믿습니다. 지난해 후쿠시마 대지진 때 한국 국민들은 일본이 겪는 어려움에 안타까워하며 이재민들을 돕는 데 흔쾌히 발 벗고 나섰습니다. 한국과 일본은 가까운 이웃으로서 다양한 이익을 공유하며 미래를 함께 열어가야 할 동반자라는 사실은 두 나라 국민 모두가 다 잘 알고 있습니다. 특히 한일의 젊은이들은 이미 과거의 장벽을 허물며 국경 없는 친구가 되었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양국이 진정한 동반자로서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역사의 진실을 외면하지 않는 진정한 용기와 지혜가 필요합니다. 특히 군대 위안부 문제만큼은 여러 현안 중에서도 조속히 마무리해야 할 인도적문제입니다. 평생 마음에 아픈 상처를 갖고 살아온 할머니들은 이제 80대 후반을 훌쩍 넘겼습니다. 이분들이 마음에 품은 한을 살아생전 풀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신다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일본은 이 문제를 해결할 기회를 영원히 놓치게 되는 것입니다. 이것이 내가 일본 정부에게 보다 적극적 자세를 촉구하는 이유입니다. 21세기는 아시아의 시대입니다. 동북아 평화는 지역 발전뿐만 아니라 세계 발전에도 매우 중요한 관건입니다. 동북아 지역에서 반목과 충돌의 역사가 다시는 되풀이 되면 안 됩니다. 저는 3.1운동이 천명했던, "동양평화가 중요한 일부가 되는 세계평화"가 하루빨리 이뤄지기를 진심으로 소망합니다.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독립유공자와 내외 귀빈 여러분, 우리의 지난 역사를 돌이켜 보면 쓰라린 고난의 연속이었습니다. 하지만 3.1운동이 남긴 교훈처럼 우리가 단합했을 때는 어떤 국난도 극복했고 외부의 어떤 침략도 물리치는 힘을 발휘했습니다. 금년 한 해는 국내외적으로 대단히 중요한 시기입니다. 유로존의 재정위기로 세계 경제가 매우 어렵고, 국내적으로는 양대 선거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이런 때일수록 저와 정부는 중심을 잡고 국민과 약속한대로 일자리를 지키고 물가를 잡아 서민 생활을 편안히 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아울러 어떤 경우에도 국가 존립과 나라의 미래가 걸린 정책에 대해서는 확고히원칙을 지켜나갈 것을 약속드립니다. 부정과 비리는 단호히 척결하겠습니다. 학교 폭력을 뿌리 뽑는 데 전력을 다하겠습니다. 양대 선거를 공정하고 엄정하게 관리하겠습니다. 3.1정신과 기상이 살아 있는 한, 우리 국민이 하나 되는 한, 대한민국은 희망의땅입니다. 우리 모두 다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따뜻한 나라를 만들어갑시다. 고맙습니다.조영주 기자 yjcho@<ⓒ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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