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주연기자
▲방형욱 메리어트 이그제큐티브 아파트먼트 식음료 총괄 매니저
대구 사나이의 무뚝뚝함, 타협을 모르는 고집스러움, 융통성 없는 완벽주의. '상사'로 모시기 까다로운 성격을 모두 갖춘 한 남자가 있다. 서비스업인 호텔에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지만 이 남자가 호텔 주방장에서 파스타를 만들고 고객 앞에서 몸을 낮춰 주문을 받는다. 방형욱(43ㆍ사진) 메리어트 이그제큐티브 아파트먼트 식음료(F&B) 총괄 매니저가 그 주인공. 방 매니저는 "캘리포니아 지역신문에 메리어트 이그제큐티브 아파트먼트가 '서울의 인상깊은 호텔 F&B(Food and Beverage)'에 소개됐다"며 "호텔을 찾은 고객들 1:1로 입맛과 취향 을 맞춘 것이 주효했다"고 강조했다.국내 특급호텔의 식음료 총괄 매니저 중에서 한국인 디렉터급 셰프 출신은 거의 없다. 외국인 셰프가 식음료 총괄을 맡거나, 한국인이라고 해도 서비스 담당 출신이 맡기 때문이다. 고객과의 최접점에 있는 자리에 '장인(匠人)'처럼 묵묵히 주방 셰프로 일했던 그가 고객을 응대하는 서비스 분야와 잘 어울릴까. 후배 셰프들이 만든 메뉴들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주방 문턱에서 접시를 뺏어 손수 재정렬하는 그다.방 매니저는 "호텔 셰프로 일했기 때문에 오히려 고객들에게 서비스할 때 유리한 점이 많다"고 말했다. 꼼꼼한 A형이라는 기질 탓에 고객만족 100%를 달성해야 직성이 풀리는 그는 호텔에서도 단골 고객을 끌어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호텔을 찾는 고객 한 명 한 명에게 맞춤 메뉴를 제공한다. 같은 성향을 가진 사람들끼리는 통하는 법일까, 가장 기억에 남는 고객을 묻자 "호텔 직원들이 진저리를 냈던 Mr.켄트씨"를 지목했다. 미국에서 온 그는 여의도 금융가에 파견나와 일주일에 3번 이상씩 호텔을 찾았다. 그만큼 단골고객이었지만 정작 셰프들은 그의 방문이 마냥 달갑진 않았다. 음식 주문이 워낙 까다로웠기 때문이다. 육류는 물론 생선의 굽기 정도를 따지는 한편 소스에 무슨 재료를 넣었는지 꼼꼼히 따졌다. 한 번은 직접 시금치를 사와서 "이 재료로 당신이 알아서 요리를 해보시오"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다들 혀를 내두르며 '뭐 저런 고객이 다 있나' 싶을 때 팔을 걷어붙인 이는 방 매니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