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로소 지상으로 내려온 캐리 브래드쇼 - '하이힐을 신고 달리는 여자'의 사라 제시카 파커 인터뷰

[아시아경제 태상준 기자] 사라 제시카 파커(Sarah Jessica Parker)보다는 캐리 브래드쇼(Carrie Bradshaw)가 더 익숙하다. 1998년 미국의 드라마 전문 채널 HBO에서 방영을 시작한 '섹스 앤 더 시티 Sex and the City'의 위력은 실로 대단했다. 캐리와 사만다, 살롯, 미란다 등 서로 다른 외모와 성격, 배경과 가치관을 가진 네 명의 뉴욕 여자들의 사랑과 일, 삶과 우정을 솔직하고도 과감한 대사와 화면으로 그려낸 '섹스 앤 더 시티'는 즉각적으로 전세계에 수많은 폐인들을 양성했다. 그 화제의 중심에는 사라 제시카 파커가 연기한 캐리 브래드쇼가 자리한다. 사랑과 일 사이에서 놀라울 정도로 균형을 잡는 섹스 칼럼니스트 캐리 브래드쇼의 극 중 내레이션은 전세계 여성들에겐 일종의 복음으로 다가왔다.2일 개봉되는 '하이힐을 신고 달리는 여자 I Don't Know How She Does It'(이하 하이힐)에서 사라 제시카 파커는 동시대 대표 워킹 우먼 케이트로 등장한다. 앨리슨 피어슨의 동명 '칙 릭 Chick Lit'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하이힐'의 케이트는 집과 회사에서 모두 성공하고픈 '슈퍼 맘'으로, 기존의 도도하고 세련된 이미지에 현실 감각을 살짝 가미한 캐릭터다. "캐리 브래드쇼는 멋져요. 지난 12년 세월 동안 나의 모든 경력을 차지할 정도로 내 대표 캐릭터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나와 캐리 브래드쇼의 선택이 항상 같지는 않았어요. 캐리를 연기하면서 살짝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도 많이 있었거든요. 이번에는 아닙니다. '하이힐'을 촬영할 때는 극 중 케이트의 선택을 완전히 이해할 수 있었어요."
그의 말처럼 캐리와 케이트는 서로 닮은 것 같지만 또 다르다. 캐리가 자신의 일과 사랑에 모든 것을 건다면 케이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화목하고 행복한 가정이다. 여기에는 사라 제시카 파커의 성장 환경이 크게 작용했다. 뼈 속까지 뉴요커로 보이는 사라 제시카 파커는 사실 미국 오하이오주 '깡촌' 넬슨빌에서 태어났다. 한 번 재혼한 어머니와 7명의 형제ㆍ자매와 함께 성장한 그는 미국에서는 보기 드문 대가족 환경에서 부대끼며 성장한 탓에 그 누구보다 가정의 소중함을 잘 안다.그 자신이 세 아이의 어머니로 배우 외에도 영화 제작자, 패션과 향수 사업의 CEO로 그 누구보다 바쁜 삶을 보내는 사라 제시카 파커는 극 중 케이트에 자동으로 자신을 오버랩시켰다. "재미있었어요. 모든 것을 다 잘 하려는 케이트의 복잡하고 어려운 마음이 솔직하게 묘사된 것이 마음에 들었죠. 좋은 어머니면서 사랑스럽고 존경 받는 배우자, 동시에 성공한 직장인 여성이 되기를 원하는 케이트의 인생은 이 시대 모든 일하는 여성의 자화상이라고 생각해요.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이었습니다."
극 중 케이트는 다소 심하게 보일 정도로 털털한 면을 관객들에게 노출한다. '킬 힐' 차림으로 바쁘게 뛰어다니느라 넘어지고 삐끗하는 것은 기본. 블라우스에 팬케이크 반죽을 묻힌 채 출근하기도 하고, 집 꼬마에게 옮은 이 때문에 머리를 연신 긁어대는 '진상'을 떤다. 캐리라면 감히 상상도 하지 못했을 끔찍한 행동 리스트들이다. 그런데 이런 허점들이 전혀 추접스럽거나 밉게 느껴지지 않는다. 자신의 이익과 상황만을 고려하는 미성숙한 개인주의자 캐리와는 달리 케이트는 자신이 포함된 가족의 중요성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현실은 '섹스 앤 더 시티'의 '블링블링'한 세트장과는 달라요. '하이힐'의 케이트는 지상으로 내려온 캐리라고 할 수 있을 거에요.(웃음)"'하이힐'을 끝낸 후에도 사라 제시카 파커를 기다리는 프로젝트는 줄을 섰다. 그는 '귀여운 여인'의 게리 마샬 감독이 연출한 옴니버스 로맨틱 코미디 '뉴 이어즈 이브'에 로버트 드 니로, 미셸 파이퍼, 잭 애프론과 함께 등장하며, 1970년대 활동했던 비운의 포르노 스타 린다 러브레이스의 일대기를 그리는 '러브레이스'에서는 미국의 저명한 여성 사회운동가 글로리아 스타이넘으로 분한다. 도무지 쉴 틈이 없다."포기하지 못하는 것이 내 치명적인 단점이에요. 더 이상 일할 수 없을 때까지 혹은 누군가가 나를 말려야 할 때까지 일하고 일하고 또 일하는 성격이었죠. 아이가 생기면서 변했어요. 이젠 일과 가족 사이에서 적당한 타협점을 만들어 놓고 둘의 균형을 맞추려고 노력해요. 어머니가 되는 것은 이 세상에서 가장 눈부시게 멋지고 흥분되는 일임에 틀림없습니다.(웃음)" 캐리, 어른 다 됐다.
태상준 기자 birdcage@ㆍ사진제공_누리픽쳐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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