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황준호 기자] 고속철 경쟁체제 도입을 두고 국토해양부와 코레일이 함께 연 토론회는 치열했다. 숨막히는 공방 속에 3시간여 논쟁이 벌어졌다. 이 자리에서 정부는 코레일의 방만 경영이 민간사업자를 찾는 이유라고 주장했다. 경쟁체제를 도입하면 코레의 경영 구조가 개선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코레일은 대기업 특혜 의혹을 제기하며 정부가 의도한 요금 인하는 불가능하다고 맞섰다. 토론회장 밖에서는 KTX민영화 저지를 위한 시민단체들이 '민영화 반대'라며 목소리를 높여 긴장감을 높였다. ◇전반엔 열띤 요금 논란= 국토해양부와 코레일(한국철도공사)은 20일 과천시민회관 지하 1층 세미나실에서 '고속철 경쟁체제 도입 관련 토론회'를 개최했다. 정부가 지난해말 2015년 개통되는 수도권 고속철의 운영권을 민간사업자에게 넘기겠다며 업무보고한 이후 열린 첫 토론회다. 정부와 코레일은 각각 5명씩 토론회에 참여해 각자의 입장을 피력했다.주요 의제는 요금, 대기업 특혜 논란 등 10개로 각 안건마다 주장이 갈렸다. 먼저 차경수 코레일 여객계획처장은 "정부는 인건비를 20%만 줄여도 운임을 줄일 수 있다고 하는데 근거가 없다"며 "정부와 (용역을 수행한) 한국교통연구원 모두 이를 숨기고 있다"고 말했다. 또 사장부터 KTX기장까지 모두 사라진 채 '유령회사'를 만들어 운영해도 운임의 15.7%만을 낮출 수 있다며 20% 운임 인하 주장에 의혹을 제기했다. 동시에 이 같은 주장의 근거자료를 제시하라고 요구했다. 정부는 근거자료를 내놓지 않았지만 코레일이 수익을 내고 있다면 그 부분을 요금 인하하는데 썼는지에 대해 따졌다. 고용석 국토부 철도운영과장은 "서울-부산간 1인 KTX요금이 5만7000원이다. 4인 가족 기준으로 하면 20만원을 넘어선다"며 이용자의 부담이 크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어 "공사는 한 해 3000억원의 이익을 낼 수 있다고 하는데 그건 운임을 인하하는 데 써야한다"고 덧붙였다. 구본환 철도정책관도 나서 "철도청에서 코레일로 조직이 전환되면서 인건비가 22% 가량 올랐다. 효율적인 운영을 못한 탓"이라며 요금인하를 못한 것이 높은 인건비라는 점을 에둘러 표현했다.그렇지만 코레일은 수익 발생분을 적자보전에 쓰고 있다고 항변했다. 그나마도 적자에 대한 원금이 아닌, 이자 상환용으로 들어간다고 했다. 또 코레일에서 수익이 나고 있는 것은 용산역세권개발 등 각종 부지에 대한 현물출자로 얻은 수익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후반전 '특혜' 놓고 대립각= 토론회 후반 들어서는 대기업 특혜 논란을 두고 대립각이 이어졌다. 정정래 코레일 미래기획처장은 "정부가 주장하는 경쟁체제 추진은 지난해 11월까지 진전이 안되는 상황이었는데 최근 들어 언론보도를 내는 등 갑자기 속도가 빨라졌다"며 그 배경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다. 이어 "알짜 KTX노선을 개방한다면서 열차, 역사, 차고 등을 지원해주고 비용마저 저리로 지원한다는데 국민이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라며 특혜 의혹을 제기했다.이에 대해 배석주 국토부 철도운영과 사무관은 "이미 지난해 2월17일부터 민영화 논란이 있었다"며 "당시 코레일도 공청회에 참여했다"고 답했다. 이어 한문희 코레일 기획조정실장에게 "'(논란이 있어도) 가만히 있으면 (수도권 고속철 운영권이) 우리에게 올 줄 알았다'고 하지 않았느냐"고 반문했다. 이에 한 실장은 "(국토부와 코레일간 업무회의에서) 우리끼리 한 말을 토론회에서 공개적으로 말하는 거면 저도 할말이 많다"고 되받자 사회자가 끼어들어 격앙되는 분위기를 가라앉히기도 했다.특혜 의혹에 대해 구본환 철도정책관은 "(KTX 운영권을 가져갈) 기업을 정해놓은 게 아니다"라며 "공모를 통해 민간에게 사업을 넘기는 대신에 임대료, 적정수익률 이상은 모두 거둬들일 계획"이라고 답했다. 또 코레일측은 '2015년 수서평택 구간 신설로 나는 수익은 철도공사의 경영개선에 기여할 것'이라고 명기돼 있다며 경쟁체제 도입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재차 제기했다. 2009년 12월 철도산업위원회 보고 , 2008년 국토부 업무보고 등 각종 보고에서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됐다는 것이다. 차 처장은 "결국 정부는 새로운 운영자가 들어오는게 목표"라고 일축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정부와 코레일이 수도권 고속철 민영화 관련 논의를 일찍부터 진행해 왔다는 점이 새롭게 드러났다. 하지만 지금 시점에서 반드시 경쟁체제 도입이 필요한가에 대한 답변은 나오지 않았다. 이밖에도 8가지 의제가 논의됐으나 적절한 답변은 나오지 않은 채 지리하게 자리가 마무리됐다. 이들은 토론이 끝나고 서로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 정부와 소속 공기업으로 다시 돌아간 순간이다. 누가 적인지 분간할 수 없었다. 과연 경쟁체제 또는 민영화가 도입돼야 하는지, 요금 등 서비스는 제고될 것인지 등의 궁금증만 남게 됐다.
황준호 기자 rephwang@<ⓒ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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