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외신들의 한국경제에 대한 ‘깎아 내리기’가 여전하다. 얼마 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한국을 대표한 대기업들이 해외시장에서 일본 경쟁업체를 누르고 승승장구하고 있다는 기사를 송고한 적이 있다. 이 신문은 삼성전자의 3분기 순익이 일본 19개 주요 가전 기업 전체 순익 보다 4배나 많았고 한국의 조선업이 일본을 누르고 세계 1위에 오른 점을 예로 들었다. 또한 현대차가 쏘나타를 전면에 내세워 미국에서 도요타 캠리와 당당히 경쟁하고 있다는 전했다.언뜻 보기엔 한국 대기업들이 일본 경쟁사들을 완전히 압도하고 있는 현장을 보도한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FT는 한국 대기업의 외형적 성과 이면에는 정부가 부당하게 환율에 개입해 특혜를 줬기 때문이라는 한국정부의 대외신뢰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주장을 거리낌 없이 보도했다. FT의 보도 사실여부를 떠나서 한국정부는 인위적으로 환율을 개입하는 환율개입국가로 외국인에게 낙인찍힌 것이다. 게다가 이 신문은 “(이 때문에)일본당국자들이 화가 치밀어 불만을 토해내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라며 우리경제를 바라보는 삐딱한 시선을 여지없이 보여줬다. 또한 한국정부가 중소기업 육성에 나서겠다고 다짐했지만 대기업에 대한 의존도를 깨기 위한 실질적인 정책은 거의 실행되지 않고 있고, 대기업들이 중소기업의 직원과 자산을 빼앗아가 자금 확보도 힘들어 일본이나 독일 같은 경쟁력을 갖기 힘들다고 침소봉대(針小棒大)식 보도를 이어갔다. 사실 외신들의 삐딱한 시선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특히 영국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 FT 등은 2008년 리먼 사태 이듬해인 2009년 우리국가의 외채 비율을 들먹이며 과도한 외채비중으로 채무불이행국가로 전락할 수 있다며 ‘한국 흔들기’에 앞장을 섰다.당시 FT는 “세계 최대 채권국(일본ㆍ중국) 사이에서 어쩔 줄 몰라 하는 꼬마(tad)”로 표현하며 “한국은 여전히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강도 높은 비난을 아끼지 않았다.이 신문은 한국의 유동외채가 외환보유액의 97%에 달한 점을 들어 보유 외하를 모두 빚을 갚는 데 사용해야 할 판이라며 디폴트 가능성까지 제기했다.하지만 만기가 1년 이내인 외채를 말하는 유동외채는 논리의 비약이 숨어 있다. 즉 1년 만기로 빌린 단기외채에 1년 안에 만기가 돌아오는 장기외채가 포함된 금액이다. 이 경우 단기외채에는 수출기업들이 환헤지를 하는 과정에서 은행들이 일시적으로 빌려온 금액도 포함돼 있다. 실제 세계 경기침체로 선박 투자 및 해외증권 투자가 위축돼 환헤지용 외채가 줄어들며 단기외채도 줄어들면서 외신들의 외채 위기 지적은 슬그머니 꼬리를 감췄다. 앞서 FT가 깎아내린 삼성전자나 현대차는 한국의 간판기업이다. 우리나라의 자부심이다. 삼성전자만한 기업이 10개만 있으면 경제강국으로 부상하고, 1인당 국민소득 4만달러 시대를 앞당길 수 있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한해 수출이 1000억달러(2010년 기준)로 전체 수출의 20%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 기업과 경제에 대한 외신들의 편협된 시각은 시간이 지나면 사라질 것이란 속 편한 생각을 갖기보다는 정부가 지금이라도 더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야하는 이유다. 이규성 기자 bobos@<ⓒ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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