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호점에서 3호점, 알고 보면 천차만별

[아시아경제 채정선 기자]1호점에서 3호점, 알고 보면 천차만별

▲ BRCD 청담점

요즘의 레스토랑은 하나의 거대 브랜드가 여러 매장을 거느리는 식이다. 이로 인해 소비자들이 누릴 수 있는 게 있다면, 무엇보다 안정적인 서비스가 있다. 어딜 가도 같은 가격에 크게 다르지 않은 메뉴와 맛. 이것은 대체로 크게 실망할 일 없는, 평균적인 만족도를 제공한다. 선택의 폭이 좁다고 할 수도, 같은 이유로 갈등의 여지가 없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런데 알고 보면 같은 브랜드라도 지점별 개성이 천차만별이라는 사실. 이들 브랜드는 매장을 늘려 나갈 때 보통 청담동, 한남동을 포함하는 이태원, 가로수길로 대두되는 신사동과 광화문 입지를 공략해 오픈한다. SG 다인힐에서 운영하는 스테이크하우스 ‘붓처스컷(Butcher’s Cut)’의 경우 이태원을 시작으로 압구정동, 광화문에 매장을 오픈했다. 이렇게 다른 지역에 매장을 오픈하게 되면 자연히 지역 편차를 감안하게 되고 이에 따라 매장마다 구성은 달라지기 마련. 크게는 공간 컨셉트가 다르고, 테이블 크기와 구성도 달라진다. 또 주력하는 메뉴와 주종이 달라지고 지점마다 메뉴판이 달라지기도 한다.
▶ 어디냐에 따른 공간 붓처스컷의 경우, 3개 매장의 차이를 확연히 느낄 수 있다. 애초에 붓처스컷의 컨셉트가 브랜드를 떠올릴 때 떠오르는 공간 이미지가 획일화된 것이 아니기를 의도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붓처스컷은 매장마다 지역, 타깃에 적합한 각개의 인테리어 컨셉트를 지니고 있다. 예를 들어, 처음 론칭한 이태원점의 경우 찾아오는 이들의 연령대가 다양하고 외국인이 많다는 특징이 있다. 때문에 정통 미국식 스테이크 컨셉트 그대로를 표방해 다소 자유분방한 분위기를 내고 있다. 이러한 컨셉트는 두 번째 매장, 청담동 오픈과는 확연히 구분된다. 청담동은 프라이빗한 공간 구성이 특징이다. 1, 2층으로 분할된 공간은 그만큼 특화되어 있어 필요에 따라 방해 받지 않고 사용할 수 있도록 구분했다. 세 번째 광화문점은 또 다르다. 광화문 붓처스컷은 주된 타깃이 직장인이다. 점심시간을 예로 들더라도 이태원이나 청담동처럼 모임을 통해 ‘머무르는’ 장소가 아니다. 때문에 전체가 탁 트인 듯한 느낌을 준다. 실제로 광화문점에 찾아오는 이들은 다른 두 곳에 비해 ‘좀 더 좋은 자리’를 요구하는 빈도수가 낮다고 한다. 전반적으로 광화문점 공간은 프라이빗한 청담동 분위기만큼은 고급스럽지 않다. 공간으로만 보면 이태원과 청담동의 중간쯤 된다고 봐도 좋을 것 같다.

▲ 붓처스컷. 왼쪽 위부터 청담점, 광화문점, 이태원점.

베이커리 카페, 다이닝 레스토랑과 바를 한 번에 즐기는 ‘유러피언 멀티 스팟’ 컨셉트를 지향하는 브래댄코의 ‘비알시디(BRCD)’는 아예 지점 특색에 맞춘 리뉴얼을 예정하고 있다. ‘Simply BRCD'라는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어 안국역, 광화문역, 강남구청역을 순차적으로 리뉴얼할 것이라고. 비알시디는 청담점과 달리 이 3개 매장은 유동인구가 확연히 많았던 것을 놓치지 않았다. 머무르지 않는 곳, 또한 직장인이 많다는 분석. 너른 공간이 필요 없었고, 유동인구와 직장인을 위한 점심 메뉴에 골몰하는 편이 낫다는 결론이었다. “유동성 있는 지역적 특성을 적극 수용해 매장 특성을 재정비했다. 청담점이나 건대입구 스타시티점보다 훨씬 동적인 점을 감안했다.”고 박성희 BRCD 사업팀 팀장은 전한다. 최근 이태원에 2호점을 낸 스패니시 레스토랑 ‘미카사(Mi Casa)’ 역시 1호점인 청담점과는 다른 공간 컨셉트를 갖는다. 가장 큰 차이는 이태원에는 2층 라운지 & 바가 특화되어 있다는 것. 이곳에는 전문 DJ가 상주하고 있다. ▶ 누가 오느냐에 따른 메뉴레스토랑은 찾아오는 손님 유형에 따라 지점마다 메뉴를 달리하고 있다. 붓처스컷 이태원점의 경우 브런치를 찾는 이들이 많다. 이태원점이 브런치 메뉴가 활성화되어 있는 데 반해 청담동은 브런치보다는 점심 미팅, 모임이 많은 곳이다. 그래서 청담점에는 과감하게 브런치 메뉴를 없앴다. 대신 점심 메뉴를 대폭 늘렸다. 찾는 이들이 많은 만큼 많게는 3~4가지 메뉴를 늘려 선택의 폭을 넓게 한 것이다. 또한 붓처스컷 광화문은 점심 및 퇴근 후 바에 주력하고 있다. 직장인들이 퇴근 후 가볍게 한잔 하러 찾아오는 것에 착안한 것이다. 실제 외국계 기업이 밀집해 있기 때문에 미니 스테이크 등 바를 위한 메뉴와 더불어 가볍게 담소를 나누고 돌아가는 분위기는 자연스레 형성되는 편이다. 그리고 다른 지점과 달리 점심은 테이크아웃이 가능하게 했다. 어느 지점이나 테이크아웃이 가능하긴 하지만 특별히 바쁜 직장인들을 위한 테이크아웃 메뉴를 강조하는 것이다. 얼마 전 신사동 가로수길 초입에 입점한 CJ의 제일제면소 역시 본점과 다른 메뉴를 선보이고 있다. 주변 직장인들이 퇴근 후 회식을 위해 찾아오는 것을 감안한 것이다. 제일제당센터 푸드월드에 있는 1호점과 달리 안주 메뉴를 대거 추가했다. 사케와 사와 등의 주류 메뉴도 강화했는데, 이는 1호점이 다소 가벼운 끼니를 위한 메뉴가 주를 이루는 것과 대비된다.

▲ 왼쪽부터 미카사 청담점과 이태원점

최근 오픈한 미카사 이태원점은 오픈 키친을 마련해 청담점보다 더욱 다이내믹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조금 더 이국적인 정취, 이곳은 특별히 좀 더 많은 글라스 와인을 즐길 수 있도록 더 배려했다. 청담점에 2대 있는 에노매틱(Enomatic, 글라스로 판매할 수 있도록 고안된 디지털 와인 셀러)이 이태원에는 5대 준비되어 있다. 또 청담점이 주중 비즈니스 고객 비율이 높은 데 비해 주말 비즈니스를 위해 찾는 고객이 많은 것에 착안, 메뉴의 양에 차이를 두고 주문할 수 있게 구성하고 있다. 미카사 마케팅 담당자는 “청담점은 프라이버시를 존중하는 파인 다이닝의 개념에 가깝고 이태원은 보다 자유롭게 음식을 즐기고 바를 즐기는 이들을 공략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채정선 기자 est@<ⓒ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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