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중첩되는 내우외환, 정신줄 놓지 마라

예상한 대로 연초부터 한국 경제에 내우외환이 중첩되고 있다. 핵개발 문제를 놓고 미국과 갈등해 온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거론함으로써 국제 석유파동의 가능성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유럽 재정위기가 더욱 급박해졌다. 지난 주말 신용평가회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유로존을 구성하고 있는 17개국 중 과반수인 9개국의 신용등급을 무더기로 강등했다. 독일에 이어 유럽에서 두 번째로 경제 규모가 큰 나라로서 독일과 더불어 유럽 재정위기의 해결사 역할을 자임해 온 프랑스마저 이번에 신용등급을 강등당해 '트리플 A' 지위를 상실했다. 중국 경제가 경착륙할 가능성도 지적되고 있다. 유럽 재정위기는 이미 세계 경제의 활력을 크게 떨어뜨려 해외시장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를 냉각시켜 왔다. 지난 주말 한국은행의 발표에 따르면 우리 경제의 성장률이 지난해 4분기에 전 분기 대비 0% 대로 떨어졌다고 한다. 민간 경제연구소들은 올 1분기에는 성장률이 더 떨어져 아예 마이너스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이러한 성장세 급랭은 가계소득과 기업수익을 위축시켜 민간 부문의 부채감당 능력을 약화시킬 것으로 우려된다. 가계부채는 지난해 60조원가량 늘어나 900조원 대에 오른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상장기업의 평균 차입금 규모는 5000억원 선에 육박해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말의 4400억원을 훌쩍 넘어섰다. 마치 살얼음판 위를 걸어가고 있는 형국이다. 유럽 재정위기가 반전의 계기를 잡지 못하고 길게 이어지다가 자칫 대형 금융회사의 파산이라도 일어나면 세계 경제에 걷잡을 수 없는 혼란이 빚어질 수 있다. 이란이 실제로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게 되는 날에는 국제유가가 지금의 2배로 급등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게다가 우리에게는 북한 변수도 잠재돼 있다. 북한에 새로 들어선 김정은 중심 체제가 좀 더 안정된 뒤에 보여줄 대외정책 행보가 어떤 것일지는 아직 예단하기 어렵다. 이렇게 안팎으로 불확실성이 큰 동시에 어려움이 겹치는 상황에서는 아무래도 정부의 역할이 커질 수밖에 없다. 정부가 중심을 잡는 동시에 위기의 조짐을 신속히 파악해 적절한 대응조치를 취하는 기동성도 발휘해 줘야 한다. 특히 경제관료들은 나중에 후회할 일을 남기지 않으려면 정신 바짝 차려야 할 것이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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