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EN >│주상욱 “실장님 이미지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div class="blockquote">괴물 잡는 괴물. 주상욱이 연기한 OCN < TEN >의 수사 팀장 여지훈은 범죄자들보다 더 냉혈한 같고 한편으론 더 잔인할 수 있는 인물이다. 하지만 지난 6일 방송된 8화에서는 알 수 없는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모습이 그려졌고, “괴물을 잡을 수 있을 것 같아서 괴물이 되고 싶었던” 그의 나약한 부분 또한 슬쩍 드러났다. 공포를 이기기 위해 강함을 가장할 수밖에 없었던 남자. 주상욱은 극과 극을 가진 여지훈을 완벽하게 소화해내며 새로운 영역으로 다시 발을 뻗었다. 그렇게 오래도록 그를 따라다니던 ‘실장님’의 그늘을 조금씩 떨쳐낸 그를 <10 아시아>가 만났다. 범죄에 대해서 “아닌 건 아닌 것”이라는 생각을 단호하게 밝히다가도 “실제로 살인사건이 일어난 현장이 있다면 절대 못 볼 것 같다”고 겁을 내고, “(김)상호 형 너무 사랑한다, 진짜”라고 애교도 부리는 그는, 만나기 전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다양한 느낌을 가진 배우였다.
이제 < TEN >의 마지막 회 방송만 남겨두고 있다. 출연을 결정했을 때 이렇게 반응이 좋을 거라고 예상했나.주상욱: 이게 얼마나 잘된 건지 잘 모르겠다. 사실 시청률로만 볼 때는 OCN <뱀파이어 검사>가 더 잘된 것 아닌가 싶기도 한데. (웃음) 뭐, 보시는 분들의 반응은 < TEN >이 더 좋은 것 같기도 하다. (웃음)<H3>“여지훈? 세상에 그런 놈이 어디 있어? 싸가지 없게”</H3>
수사물 출연은 처음이라 캐릭터를 준비하고 잡는 것만 해도 힘들었겠다.주상욱: 여지훈을 많이 찾아 헤맸다. 원래 스릴러를 좋아해서 < CSI > 시리즈나 일본 수사물 등을 보긴 했지만, 거기서 어떤 부분을 정확하게 딱 끄집어냈다기보다는 그냥 계속 봤다. 무작정. 그러다가 ‘어? 혹시 여지훈은 이런 느낌이 아닐까?’ 하고 혼자 생각했다. 그냥 상상력에 맡겼다. 그게 어떤 느낌이었던 건가. 주상욱: 뭔가 판타지적이면서 몽환적인 느낌이랄까. 외계인처럼 다른 공간, 다른 차원에 있는 사람의 느낌이길 바랐다. 시청자분들이 보실 때 여지훈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저 행동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왜 저러는 건지 아무것도 모르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거다. 쟤 뭐야? 도대체 뭐 하는 인간이야? 하는. (웃음) 그렇다면 제대로 표현이 된 것 같다. 처음 여지훈을 봤을 때, 인간미라고는 하나도 없어 보여서 진짜 ‘뭐야?’ 하는 생각이 들었으니까. (웃음) 주상욱: 여지훈을 연기하면서 참 재미있었다. 얘는 그냥 누구든 다 무시해버리거든. 선배고 뭐고 없다. (웃음) 세상에 나밖에 없는 거지. 실제의 나는 그렇게 못 하니까 재미있더라. 그런데 현실감이 없다. 진짜 존재할 것 같은 인물이 아닌 거다. 세상에 그런 놈이 어디 있어? 싸가지 없게. (웃음) 대리만족인 건데, 그래서 연기하기가 더 편했을 수도 있었겠다. 주상욱: 그런 것보다는 이런 상황 자체가 익숙해서 편했다. 지금까지 연기했던 역할 중에 누군가로부터 지시를 받고 따르는 인물은 없었다. 항상 높은 직급에 있어서 사람들이 다 나를 따르고, 내가 지시하는 대로 행동하는 거였지. 여지훈도 팀장이니까 그런 부분에서 연기하기가 편했다. 초반에는 백도식 형사와 미묘한 신경전도 많았다. 그럴 때 김상호와의 호흡은 어땠나.주상욱: 정말 잘 맞았다. (김)상호 형 너무 사랑한다, 진짜. (웃음) 둘이 연기할 때가 제일 행복했다. (김)상호 형은 워낙 연기를 잘하시는 분이니까, 일단 대립을 하든 사건을 풀든 같이 연기하면 이 신에서 나의 부족한 부분을 형이 다 채워주실 것 같은 편안함이 있었다. 기댈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랄까.<H3>“원래 진담보다 농담을 더 많이 하는 성격”</H3>
을 보니까 김상호와의 관계뿐만 아니라, 현장 분위기 자체가 전반적으로 좋은 것 같더라.주상욱: 정말 편안하고 즐거웠다. 원래 촬영장에서 편안함을 굉장히 강조하는 편이다. 처음에 연기를 시작했을 때, 선배님들 다 계시고 감독님은 막 무섭게 소리 지르시고 그러면 너무 불편하고 부담스러워서 아무것도 하지 못했던 기억이 있어서. 현장 분위기가 편해야 배우들도 더 즐겁게 일할 수 있는 거고, 그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같이 연기하는 사람들이 선배건 후배건 간에 항상 먼저 친해지려고 노력한다. 사진에서도 편하게 장난스러운 표정을 자주 짓고 있었다. (웃음)주상욱: 아, 컷! 하고 일단 촬영이 끝나면 항상 그렇다. (웃음) 원래 진담보다 농담을 더 많이 하는 성격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SBS <일요일이 좋다> ‘런닝맨’에 출연했을 때도 긴장을 많이 하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주상욱: 정말 처음 예능 프로그램에 나갔을 때는 엄청나게 긴장했었다. MBC <환상의 짝꿍>이었는데, 입에서 침이 마르고 계속 목만 타더라. (웃음) 아무리 집중해서 들어도 다들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내가 뭐 하고 있는지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느낌이었다. 방송 나온 걸 보니까 아니나 다를까, 가만히 서 있기만 하더라. 너무 힘들어서 그때 다시는 예능을 안 한다고 그랬었다. 그랬는데 어떻게 편해진 건가.주상욱: 예능을 많이 한 편은 아닌데, MBC <세바퀴>랑 KBS <해피투게더>, <승승장구> 등 지금 방송되고 있는 프로그램에는 다 한 번씩 출연을 했다. 그랬더니 언젠가부터 예능에서도 약간의 여유가 생겼다. ‘런닝맨’도 이틀 촬영했는데 첫날에는 다 처음 뵙는 분들이다보니 대하기가 굉장히 어려웠다. 그러다가 하루 지나니까 좀 친해져서 뭐, 난리가 난 거지. 이번 주에 보시면 아실 거다. (웃음) 이런 유쾌한 성격이 < TEN > 8화에 등장했던 여지훈의 과거 모습에 좀 반영된 것 같은데. 주상욱: 그렇다. 마지막 회에서 나오겠지만, 여지훈은 형사일 때도 그냥 계속 잘 나가던 애였다. 좀 깐족거리고 껄렁대지만, 실력만큼은 에이스인. 여지훈이 변하게 된 과거의 사건을 간략하게 표현하자면, 그러던 애가 까불다가 한 방 맞은 거다. 그래서 과거의 모습을 어떻게 보여줄까 고민하다가 좀 가벼운 느낌으로 연기를 해본 거다. 그게 실제 내 성격에 더 가까운 거였기 때문에 좀 더 편안했고, ‘실장님’이라는 이미지 안에 갇혀 있는 것 같은 갑갑함을 조금이나마 벗어날 수 있는 부분이었다. < TEN >을 통해서 실장님 이미지를 벗고 싶다는 생각을 했을 텐데, 어느 정도 충족됐다고 보나.주상욱: 사실 약간 무게 있고 폼 잡고 진지한 건 SBS <자이언트> 때도 많이 나왔다. 여지훈도 실장님은 아니지만, 그때 했던 연기에서 크게 벗어날 수가 없더라. 이렇게 해볼까, 저렇게 해볼까 하면서 노력을 했는데 그 틀에서 빠져나오기가 쉽지 않았다. 어떤 분들은 분명히 ‘여지훈이랑 실장이랑 다른 게 뭐야. 무게 잡고 눈에 힘주는 건 똑같은데’ 그렇게 생각하실 수도 있다. 그래도 만약 둘을 놓고 본다면, 대다수 사람들이 이번엔 실장님 같진 않았다고 이야기하시지 않을까. 어느 정도는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아님 말고. (웃음) 다른 배우들도 다 그렇겠지만, 특히 더 이미지 변신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나 보다. 주상욱: 내가 맡는 역할들은 그 기본에 반듯함이나 엘리트라는 게 항상 깔려있다. 그래서 자꾸 실장님 같다는 말이 나오는 것 같다. 여지훈 같은 경우도 전직 교수에, 수사대 에이스까지 맡을 정도로 엘리트적인 형사이지 않나. 어떻게 보면 이런 식으로 해서는 이미지 변신을 할 수가 없다. 거지 역할 정도는 해야 진짜 이번에는 연기변신을 위해서 이런 노력을 했다고 할 수 있는 건데 굳이 그런 걸 원하는 건 또 아니다. 지금 가지고 있는 부분에서 표정이나 연기로 다른 느낌들을 충분히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H3>“ 나중에 뭔가를 진짜 보여주기 위해 더 쌓고 있는 시기”</H3>
그렇다면 연기에 대한 부담감도 더 많을 텐데, 지금까지 슬럼프는 없었나. 주상욱: 연기하면서 제일 힘들었던 시기가 MBC <깍두기> 할 때다. 처음으로 주연을 맡았는데 내가 생각하는 대로, 혹은 감독님이 원하는 대로 연기를 할 수 없는 거다. 나도 하고 싶은데 안 되더라. 연기적인 측면에서 봤을 때 나 자신이 너무나 한심스럽고 싫었다. 다른 배우들과 감독님한테도 너무나 죄송했다. 처음 캐스팅된 날엔 기분이 엄청 좋아서 기억도 나지 않을 정도로 술을 많이 마셨는데, 정작 작품 하는 6개월 동안은 너무 힘들었던 거지. 지금은 어떤가.주상욱: 이제는 표현하고 싶은 부분을 마음대로 표현해도 되고, 할 수도 있다. 대신 나 혼자서 ‘그래, 생각했던 대로 표현을 잘한 것 같아. 제대로 했어’ 하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 대중들이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는 것에 신경을 쓰게 됐다. 팬카페나 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같은 곳에 가서 종종 반응을 보기도 하나. (웃음)주상욱: 본다. 아, 그런데 글을 쓰는 건 굉장히 부담스럽다. 막상 쓰면 별로 하는 얘기도 없는데,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너무 고민이 되는 거다. 글을 쓰려고 딱 컴퓨터 앞에 자리 잡고 앉으면 정말 한 시간 또는 두 시간 동안 고민을 하게 된다. 왠지 “너무 춥습니다. 감기 조심하시고요. 사실 요즘엔 제가 이런 작품을 하고 있는데요”라고 쓰면 그게 다 가식이고 이미지 관리처럼 느껴지더라. 몇 달에 한 번씩 글을 쓰면서 항상 마지막에는 “앞으로 자주 글 남길게요”라고 쓰긴 하는데, 아, 정말 안 써진다니까. (웃음) 내 안에서 무언가가 거부감을 느끼는 것 같다. 그게 아니고서야 이거 (키보드) 치는 게 뭐가 어렵다고. 말은 잘하면서 이건 왜 안 되는 거야. (웃음) 결국은 좋은 작품으로 보여 드리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작품을 끊이지 않고 하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일까. 주상욱: 일단 작품 욕심이 많다. 쉬지 않으니까 힘든데, 아직은 충분히 다 참고 할 수 있을 정도다. 가끔은 배우 주상욱이 너무 소모되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들도 많이 하시는데, 틀린 말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스스로도 가진 걸 다 보여주면 그다음에는 뭘 보여줘야 하나, 이런 생각이 들 때도 있으니까. 그런데 오히려 난 그렇게 생각한다. 작품을 많이 하고, 계속 연기를 하는 게 지금 내가 가진 걸 꺼내서 보여준다기보다 나중에 뭔가를 진짜 보여주기 위해 더 쌓고 있는 시기라고. 이번에도 < TEN >을 끝내자마자 MBC <신들의 만찬>에 들어간다. 주상욱: <신들의 만찬>에서 맡게 된 최재하 역은 좀 독특하다. 회사원인데 일하는 모습도 잘 안 나오고, 이 사람이 뭘 하는지 모르겠다. 딱히 중요하지도 않은 것 같고. 부모님도 부유한 분들이라고는 하시는데 미국에 계신다는 설정이라 안 나온다. (웃음) 어쨌든 최재하의 성격은 깐족거림의 결정판이라고 보시면 된다. 설마 이번에도 끝난 다음에 ‘실장님 같았다’ 이런 이야기가 또 나오진 않겠지. (웃음) 앞으로 < TEN > 시즌 2가 제작된다면 출연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시즌 2에서 여지훈은 어떻게 변할 것 같나.주상욱: 좀 더 복잡한 감정을 보여 드릴 수 있을 것 같다. 범죄와 싸우면서 여지훈이 점점 지쳐가든가 더 강해지든가, 더 작아지든가 성장을 하든가. 어떤 심경의 변화들이 있을 거니까 그런 부분들을 비춰주지 않을까. 대신 처음에 표현하려고 했던 몽환적인 느낌이나 판타지적인 느낌은 사라질 것 같다. 그때부터는 과거에서 벗어나 진짜 현실의 싸움이 될 테니까. <10 아시아>와 사전협의 없이 본 기사의 무단 인용이나 도용,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10 아시아 글. 황효진 기자 seventeen@10 아시아 사진. 채기원 ten@10 아시아 편집. 이지혜 seven@<ⓒ즐거움의 공장 "10 아시아" (10.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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