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한밭체육관에 땅 주인 충남대서 1억1000만원 청구, 이수남 관장 “47년 제자를 키워왔는데...”
[아시아경제 이영철 기자] “가정과 사회에 불만을 가진 아이들이 이 체육관에서 운동하며 다시 태어날 때 느꼈던 기쁨을 다시는 못 누릴 것 같다.”대전시 중구 은행동 으능정이거리. ‘대전의 명동’이라 할 만큼 젊은이들이 많이 몰리는 곳이다. 번화가 뒷골목을 걸어들어가면 슬레이트지붕을 한 허름한 창고같은 권투 체육관이 나온다.
전국서 가장 오래된 복싱체육관인 한밭체육관 모습.
이수남 관장이 1965년부터 권투를 가르쳐온 한밭복싱체육관이다. 대한복싱연맹 소속 체육관 중 가장 오래 됐고 가장 많은 제자를 길러낸 곳이다. 이 관장이 키운 제자가 1만5000명이 넘는다. 그 중엔 WBC세계 챔피언을 지낸 염동균, 1970년대 국내프로복싱계 인기선수였던 김사왕, 송광식, 오영세 등 유명한 제자들도 많다. 이 체육관이 1억여원의 빚으로 문 닫을 처지에 놓였다. 한 달 수입이 80만원이 채 안되는 이 관장에게 1억원은 TV뉴스에서나 들어본 액수다. 체육관이 자리한 대전 중구 은행동 142-7번지 땅 소유권을 가진 충남대학교가 부지 무단점유에 대한 변상금 1억1000만원을 내라고 통보하면서 이 관장의 시름이 깊어졌다. 변상금은 지난 5년(2006년11월∼2011년11월)간 무단점유에 대해 소급산출한 금액으로 매달 185만원씩 계산한 것이다. 이달 14일까지 내지 않으면 3개월 뒤 체육관은 행정대집행 등의 대상이 된다. 게다가 충남대는 건축물 철거 등 원상복구를 통보한 상태다.이 관장이 대전체고 개교 때 복싱부 창설을 이끌고 무보수로 지도했다. 대전소년원에서도 8년간 무보수코치를 맡아 전국대회 종합우승을 차지하는 등 제자를 길러내는 데 능력발휘를 하면서도 돈과는 인연이 없었다.이 관장은 “체육관은 인생의 전부였다. 반백년 동안 제자를 길러냈고 지금까지 남은 것은 명예 하나 뿐”이라며 “복싱발전을 위해 노력해온 지난 세월이 허무하다”고 말했다.충남대는 국유재산법에 따라 집행하는 것이어서 다른 방법은 없다는 입장이다.이영철 기자 panpanyz@<ⓒ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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