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짓달 기나긴 밤을 한허리를 둘에 내어춘풍 이불 아래 서리서리 넣었다가어론님 어신 날 밤이여든 구뷔구뷔 펴리라황진이 시조 (5) '동짓달 기나긴 밤을'■ '한허리를 둘에 내'는 것은 허리 한쪽을 도려낸다는 의미이거나, 하나로 된 허리를 둘로 나눈다는 의미일 것이다. 긴 밤을 두 개로 나눈다는 것. 이것이 이 시를 도약하게 만든다. 밤이라는 시간을 두 개로 나눴으니 당연히 그 중 하나는 이불 속에 넣을 수 숨겨놓을 수 있을 것이다. 무슨 이불인가. 꽃피는 봄이 오면 님과 덮고잘 그 로맨틱 아이템이다. 황진이가 진심으로 사랑한 남자는 화담 서경덕이었다 한다. 그전에 불세출의 '쪼다'가 되어버린 지족선사라는 스님도 있었다. 오랜 면벽으로 수행하던 그에게 다가가 황진이는 단 10분만에 파계시키고 말았다. 그런데 화담은 아무리 유혹을 해도 도무지 넘어오지 않았다. 그래서 조선은 이렇게 말했다. 봐라. 불교의 스승은 한큐에 넘어가지만, 유학자는 의젓하지 않느냐? 이 훌륭한 스토리는 숭유억불(崇儒抑佛)의 최고소재가 되었다. 일부에선 스님은 여자 구경을 할 기회가 없어 뜻밖의 상황을 견디기 어려웠고, 유학자는 세속에 사는 것이기에 단련이 되어 낫지 않았느냐고 지족 동정론을 펴기도 한다.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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