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위해 삶 바친 故이진용 박사, 가는 길도 장기기증

환자 4명에게 새 삶

[아시아경제 박혜정 기자]한 평생 환자 진료와 봉사를 하며 살아온 노(老) 의사가 마지막까지 환자들을 위해 장기를 기증하고 떠나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지난 19일 서울성모병원 장기이식센터. 오전 8시16분, 고(故) 이진용(74) 박사에게 최종 뇌사판정이 내려졌다. 곧바로 그의 몸에서 신장과 각막이 떼어졌고 모두 4명의 환자가 새 삶을 살게 됐다. 지난 2일 운동 중 쓰러져 뇌사상태에 빠진 지 17일 만이다.이 박사는 한 평생 환자 진료와 봉사를 하며 살아왔다. 1963년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후 서울대병원 교육연구부장, 청와대 산부인과 주치의, 서울대병원 교수를 지냈다. 2002년 을지병원 모자보건센터소장으로 옮긴 이듬해 을지병원장을 역임했다. 생전 국민훈장 동백장과 옥조근정훈장을 받을 정도로 한국 의학발전에도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박사의 가족은 대대로 '의사 집안'이다. 이 박사는 국내 이비인후과 1호 의사인 부친의 뜻에 따라 의사가 됐다. 고인의 뒤를 이어 차남인 이근호 서울성모병원 산부인과 교수까지 3대째 의사의 길을 걷고 있다. 이번 장기기증도 평소 고인의 뜻을 가슴에 새긴 이근호 교수가 장기기증 의사를 밝히면서 이뤄졌다.국내의 경우 전체 장기이식 대기자는 2만명이 넘는다. 하지만 장기를 기증하고 떠난 뇌사자 수는 2005년 100명 미만에서 지난해 268명으로 늘었을 뿐이다. 올해(11월 기준)는 뇌사자 333명이 꺼져가는 1342명에게 고귀한 생명을 선물하고 떠났다.이런 가운데 의사가 먼저 나서 장기기증을 실천한 터라 의료계에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고인의 한 후배의사는 "장기기증자가 100만명당 5명에 불과한 우리나라 현실에서 선배께서 장기이식에 발 벗고 나서준 것은 국내의 모든 의료인들에게 귀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이근호 교수는 "평소 아버님은 환자를 먼저 생각하는 의사로 잘 알려져 있는데, 이번 장기이식을 계기로 대한민국 의료계 뿐만 아니라 온 사회에 생명 나눔의 숭고한 정신을 널리 알리게 된 것 같다"고 전했다. 박혜정 기자 parky@<ⓒ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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