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산업이 뜬다]대한민국 ‘말산업’ 질주 시작됐다

2025년 5조5000억 시장을 향하여…

인간 교통의 오랜 친구이자 한때는 교통수단으로, 때로는 오락수단이 됐다가 죽으면 뼈와 살이 요리가 돼 식탁에 오르고 가죽으로는 가방과 지갑을 만들기도 하고 태반은 여성들의 피부 미용에 바르는 화장품으로 다시 태어나는 동물은 무엇일까? 정답은 말이다. 말은 오랫동안 인간 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심지어 인간의 의(衣)·식(食)은 물론 생사고락(生死苦樂)을 함께 해온 동물로 꼽힌다. 인간과 말의 관계는 5500년 전 카자흐스탄에서 식용으로 이용된 것이 최초이며 이후엔 식용보다는 탈 것으로 인류와 깊은 관계를 맺었다. 현재의 말들은 약 200만년 전 북미대륙에서 진화한 에쿠스(Equus)로 빙하기 베링해협을 건너와 중앙아시아로 전파된 것들이 생존해 현대까지 명맥을 잇고 있다. 기동력 있는 말은 농경이 중심이 됐던 고대·중세 때는 ‘국력(國力)’을 상징할 정도로 막강한 전쟁의 수단이 됐다. 세계 전쟁사를 바꾼 몽고군의 주요 전력도 기병이었고 몽고 이전 아시아 지역의 최강 부대도 고구려의 개마무사라는 기병대였다. 유럽에서는 십자군 전쟁과 몽골 침략 등으로 인해 기사(Knight)문화가 발달하기도 했다. 우리나라 역사 속에서도 말의 흔적은 곳곳에서 발견되며 기마민족에 뿌리를 둔 우리 민족과 말의 오랜 공생관계를 잘 보여준다. 청동기 유적에서 말뼈가 출토됐으며 사기(史記) 등 문헌상에서 고조선 시대 공물이나 특산물로 말을 활용한 기록이 존재한다. 고구려 무용총의 수렵도나 안악고분의 벽화, 신라 천마총에서 출토된 천마도는 말을 친근하게 여기고 가까이서 다뤘던 당시 사람들의 생활상과 의식을 잘 표현해준다. 말은 역사 속에서 신화와 설화 속에서 등장하고 예술작품의 소재가 되는 등 인간 생활과 꾸준히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이런 말이 최근 말산업이라는 새로운 문화 트렌드이자 농산업의 새로운 기회로 떠오르고 있다. 말산업은 말의 생산·육성·유통·소비까지를 매개로 해 발생되는 모든 산업의 집합체로 규정된다. 작물재배, 말 사육, 축산 관련 서비스업 등 1차 산업을 비롯해 식료품 제조업, 가죽 가방 및 신발 제조업, 축산분뇨 처리업 등 2차 산업과 경마, 승마 등 스포츠여가 서비스업 등 3차 산업까지 약 20개 업종과 연관된 복합 산업으로 구성된다. 그 중에서도 3차 산업의 비중이 높다. 그만큼 말 산업은 부가가치 창출의 기회가 다른 가축보다 월등히 많다. 말은 자동차가 발명된 산업화 시대 이후 그 효용을 잃은 듯 했지만 현재도 전 세계에서 레저와 스포츠 수단으로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범위도 레저와 스포츠를 넘어 맹인 안내를 위한 맹도마, 장애인 재활치료 등까지 그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말의 부산물도 이외에 화장품, 약품, 퇴비 등에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말산업은 국민 소득 증대에 따른 레저 수요의 증가와 FTA 시대를 맞이한 국내 농촌의 신소득원 발굴, 반려동물과 함께 하는 라이프스타일의 변화 등 시대적 추세에 따라 폭발적인 성장을 눈앞에 두고 있다. 한국마사회는 말산업이 더 이상 귀족 스포츠나 경마산업만이 아닌 건강한 사회를 이끌어 가는 재활과 회복의 웰빙산업, 풍요로운 농어촌을 선도하는 농어촌 활력산업,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에 부합하는 녹색 국민레저산업으로 거듭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정부나 지자체에서도 말산업 육성을 통한 일자리 창출과 관광레저산업 진흥을 위해 정책과 예산 지원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런 높은 성장 잠재력을 인정받은 말산업은 올해 단일 축종에 대한 국내 최초의 특별법으로 제정, 지난 9월 말산업 육성법 시행령과 시행규칙이 공포되면서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됐다. 말 육성법에 따르면 정부는 말산업 육성에 관한 종합 계획을 수립해야 하고 지자체 말산업 육성을 지원하기 위한 특구도 지정하게 된다. 또한 말산업 육성의 체계적인 지원을 뒷받침하기 위해 전문 인력 양성기관, 연구개발(R&D) 연구소, 전문 자격제도 등도 신설될 전망이다. 국내 말산업 규모는 2010년 통계에 따르면 2조8000억원으로 말은 2만8000두, 승마 인구는 2만5000명으로 추산된다. 말산업법 제정으로 말산업에 대한 대중들의 참여와 관심이 높아지게 되면 말산업 규모는 지속적으로 성장해 2025년 5조5000억원, 말은 10만두, 승마인구 7만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이코노믹 리뷰 김은경 기자 kekisa@<ⓒ 이코노믹 리뷰(er.asiae.co.kr) - 리더를 위한 고품격 시사경제주간지,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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