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지성 기자]KCC가 에버랜드 2대주주에 올라서며 삼성가와 범현대가 사이의 협력의 기틀을 마련했다. 두 기업의 이 같은 동맹은 당장의 이해관계는 물론 상호 성장 동력 마련에도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1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KCC는 삼성카드가 보유하던 에버랜드 주식 64만여주 가운데 42만5000주(총 발행주식의 17%)를 매입했다. 주당 인수가격은 182만828원, 총 인수금액은 약 7739억원이다. 이로써 KCC는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25.1%)에 이어 2대 주주가 됐다. 에버랜드는 이 밖에 이 사장의 동생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이 각각 8.4%의 지분으로 주요주주로 등재돼 있다. KCC는 "삼성에버랜드는 삼성생명 지분 19.3%를 보유해 삼성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회사"라면서 "안정적인 사업기반을 확보해 지난해 매출이 25%나 늘면서 2조원을 돌파하는 등 최근 실적이 크게 늘었다"고 주식취득이유를 밝혔다.KCC는 지난 7월 매각한 만도의 주식 대금 6370억원과 2일 매각한 현대차 주식 대금 2397억원 등 1조원이 넘는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 이 자금의 용처에 대해 의견이 분분했지만 결국 안정적이 수익과 미래 동력 확보의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에버랜드 지분 매입을 결정했다. 에버랜드는 삼성의 5대 신수종 사업에 해당하는 바이오제약과 신재생에너지 사업부문에 적극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그간 KCC가 전개해온 사업 방향을 비춰 봤을 때 에버랜드의 신재생 에너지 부문에 협력 관계의 방점을 둘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또한 에버랜드의 삼성 그룹 내 가치를 생각했을 때 보유 후 재매각으로 차익을 거둘 가능성도 있다. KCC는 "에버랜드 2대 주주가 됨으로써 기존의 건자재, 도료 및 소재 부문 사업역량을 바탕으로 신규시장 확대를 통한 성장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삼성그룹과 전략적 협력관계를 통해 미래 신수종사업에 같이 동참해 동반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삼성카드 입장에서도 나쁘지 않은 거래다. 이번 매각은 금융사가 계열사 지분을 5% 이상 보유할 수 없도록 하는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법)에 따른 것이다. 삼성카드는 내년 4월까지 에버랜드 지분율을 5%로 낮춰야 한다. 1조원에 가까운 규모의 주식 중 한 번에 85%를 털어내면서 향후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거래에 임할 수 있게 됐다. 삼성카드는 법에 따라 매각해야 하는 주식 중 이번에 매각되지 않은 지분(3.64%)은 추가로 투자자를 찾아 기간 내 매각을 완료할 계획이다.삼성카드 관계자는 "KCC가 에버랜드의 주식에 투자한 이유는 성장성, 미래 신수종 사업 분야에서 동반성장 할 수 있는 사업기회 참여 등"이라며 "이번 매각으로 확보된 자금은 삼성카드의 자산건전성 제고와 영업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재원 등 주주가치 제고에 활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을 계기로 양사가 추가 협력 관계로 발전할 가능성도 있다. KCC는 여전히 3000억원 가까운 현금이 있고 현대중공업, 현대상선 등 2조원에 가까운 매도가능금융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큰손이다. 2대 주주라는 위치로 봤을 때 추가적인 투자를 통해 에버랜드의 신수종사업에 동참할 수도 있다. 재계 관계자는 "KCC의 미래 성장 동력 가운데 하나인 실리콘 사업 등이 에버랜드의 신재생 에너지와 맞아 떨어지는 부분이 있다"며 "양 사의 추가적인 협력이 기대된다"고 전했다. 박지성 기자 jiseong@<ⓒ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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