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의 한 교도소. 어느 밤 굳게 닫혔던 감방 문이 자동으로 열리고, 혼란에 뒤엉킨 죄수들 사이로 한 남자가 여유롭게 탈출에 성공한다. 감옥에서는 ‘세르게이’라는 이름으로 불렸던 그는 전직 IMF(Impossible Mission Force) 요원 에단 헌트(톰 크루즈). “국장이 날 꺼냈다는 건 바깥 세상이 어지럽다는 거야.” 핵폭발의 망상에 빠진 과학자의 음모를 막기 위해 헌트 요원과 그의 팀은 네 번째 ‘불가능한 임무’를 받아 들고 크렘린 궁으로 향한다. <hr/>
엔트로피 폭발하는 열여섯 청년의 네 번째 과제
6, 70년대 인기 TV 드라마 <제 5전선>(Mission Impossible)이라는 명망 높은 부모 아래 태어난 영화 <미션 임파서블>은 1996년 브라이언 드 팔마의 터치를 거치며 음울하면서도 격조 있는 첩보 액션물로서의 첫 인상을 남겼다. 이후 과도한 페이스 오프, 거추장스러운 긴 머리, 잦은 비둘기의 비상과 함께 노회한 영웅담으로 엇나갈 뻔한 방황의 시기를 거쳐, J.J. 에이브람스를 만나면서 극적으로 회춘한 이 시리즈에 2011년, 4번째 미션이 떨어졌다. 1, 2, 3 편에서 키예프, 런던, 프라하, 상하이 등 전 세계를 누리던 에단 헌트의 행보는 여전히 모스크바에서 두바이로, 뭄바이로 바쁘게 오가고, 긴박한 교신과 현란한 동선을 선보이는 무도회장, 바티칸에 이어 금지의 공간 크렘린 궁 내부로 침입하는 등 시리즈의 공간적 전통은 그대로 이어진다. 애니메이션 <인크레더블>, <라따뚜이>의 감독 브래드 버드는 확고한 선택과 집중을 통해 영화 전체의 색을 정갈하게 채색하고, 주요 장면을 밤보다는 낮, 내부보다는 외부에서 주로 촬영하면서 역대 시리즈 중 가장 밝고 환한 느낌을 안겨준다. 새로운 로케이션이 펼쳐질 때마다 선보이는 눈이 시원해지는 고공 샷을 비롯, 갈색 회오리에 갇힌 인물들이 샌드아트 같은 잔영 속에 추격을 이어가는 모래 폭풍 신은 이 영화를 반드시 아이맥스로 봐야 하는 이유다. 용감한 원경과 디테일한 근경, 시퀀스를 잇는 촘촘한 얼개와 찰진 컷의 리듬, 사소한 유머와 주차 타워의 움직임에 따라 싸움의 헤게모니와 위치의 고저가 전복되는 긴장감 넘치는 결투까지, <미션 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은 반짇고리부터 숙면용 인형까지 실용과 감성을 모두 챙기는 여행 9단의 수트케이스 속처럼 빠짐없이 실하고 알차다. 또한 연구소에서 빠져나와 현장에 합류한 벤지 요원(사이몬 페그)과 브란트(제레미 러너), 제인(폴라 패튼) 요원의 협업은 이 영화의 시초가 1인 영웅극이 아니라 기막한 팀워크의 활극이었음을 상기 시킨다. 828m 높이의 빌딩 유리창에 실제로 매달린 에단 헌트 아니 톰 크루즈에게서는, 스파이더맨 같은 슈퍼 히어로의 영역에 도전하겠다는 무모한 자신감 보다는, 그 옛날 백화점을 맨손으로 기어 올라가 대형 시계 바늘에 온몸으로 매달려있던 무성 영화 속 히어로의 간절한 숭고함이 느껴진다. <미션 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은 영화라는 산업이 동원할 수 있는 첨단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동시에 정교한 CG, 블루스크린 위 감쪽같은 눈속임은 절대 구현해내지 못하는 진짜 살의 투박한 부딪힘, 그 날 것의 힘을 믿고 증명 시킨다. 어쩌면 그것이야 말로 이 세계적 흥행 블록버스터 4편이 비로소 완수한 ‘불가능한 미션’이었는지도 모르겠다. <10 아시아>와 사전협의 없이 본 기사의 무단 인용이나 도용,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10 아시아 글. 백은하 기자 one@<ⓒ즐거움의 공장 "10 아시아" (10.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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