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언론사 기획중에 가장 돋보였다" 기업인 격찬한국형 리더십의 재발견…매회마다 신선한 충격요즘 MK(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에 푹 빠졌어요.” 장장 6개월 이상 기업가 MK, 인간 MK 탐구에 골몰해 온 아시아경제신문 기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베일에 가려진 정 회장의 리더십을 정립하고 조명하기 위해 수달간 그의 주변을 맴돌았던 이들이다. 퇴직 인사, 측근 등 정 회장의 인맥을 찾아 수차례 만남을 청하고 정 회장이 평가하는 본인의 리더십, 그 한마디를 듣기 위해 몇 시간의 '뻗치기'도 마다하지 않았다. 좀처럼 파고들기 힘든 철통보안의 벽에 답답함을 호소하다가도 오래된 서적과 신문을 들춰 단 한 줄의 실마리라도 찾은 날에는 다시금 수첩을 들고 뛰어나갔다. 아시아경제신문이 지난 6월부터 매주 한 차례씩 연재해 온 'MK리더십'은 현대차의 극적인 성공 드라마, 나아가 정 회장의 리더십을 되짚어보는 과정이었다. 치열했던 그의 삶을 매주 한정된 지면에 담아내는 작업에는 어려움이 많았지만 국내 언론사 최초로 정 회장의 성공 리더십을 오늘날 재계의 화두로 던지고 정립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대단원의 막을 내리는 자리에서 특별취재팀이 미처 기사로 담지 못했던 뒷이야기들을 털어놨다.
◆참석자김영무 아시아경제신문 부국장(산업부장), 이정일 재계팀장(차장), 채명석 차장, 최일권 기자, 김혜원 기자, 조슬기나 기자6개월간 취재중 어려웠던 점은MK관련기사 의외로 없어주변인들도 언급 조심스러워해-김영무 부국장=장장 6개월에 걸친 시리즈 연재가 끝났다. 베일에 싸인 정몽구 회장의 리더십을 조명한다는 목표로 취재를 시작했다. 리더십을 조명하는 작업은 한 리더를 통해 기업의 어제와 오늘, 내일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더욱이 경제신문으로서는 더욱 주목해야 할 가치가 있다. 취재 과정에서 특별히 어려웠던 점이 있다면.▲이정일 팀장=정 회장에 대한 책이 몇 권 나온 바 있으나 대부분의 내용이 보도자료 등을 통해 이미 나왔던 수준에 그쳤었다. 우리는 퀄리티 높은, 새로운 내용이 많은 시리즈를 만들겠다는 부담감이 컸다.▲채명석 차장=연재에 앞서 각종 검색 사이트와 과거 기사, 월간지, 여성지까지 다 훑었으나 정 회장에 대한 기사는 극히 적었다. 정 회장이 언론에 등장한 것은 1972년도 압구정아파트 개발사업 기사가 나왔을 때다. 이후부터 정 회장의 기사 내용은 비리와 연계되거나 부정적인 시각에서 비춰보는 게 대다수였다. 1980년대 초반까지는 좋은 내용을 찾을 수가 없을 정도였다. 컨테이너 사업에서 1위를 했을 때 정주영 명예회장이 “수고했다”는 칭찬을 한 것 정도가 좋은 내용이었다. 결혼 기사 정도는 당연히 나왔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 기사도 없었다. 개인사에 대해서도 조명이 안 됐던 인물이다.▲조슬기나 기자=정 회장과 10분 이상 마주 앉아서 대화해본 적이 없는 상태에서 그에 대한 시리즈 기사를 쓴다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있었다. 결국 주변인들을 통한 취재밖에 되지 않는 상태였기 때문에 접근성에서 어려움이 많았다.▲김혜원 기자=알려진 대로 인맥이 넓지 않았다. 정 회장에 대해 이야기할 때 흔히들 럭비공 인사를 말한다. 그래서인지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사람조차 인사를 의식한 것인지 정 회장에 대한 언급을 조심스러워 해 취재가 어려웠다. ▲최일권 기자=전직 최고경영자들도 어려워했다. 수차례 연락해 통화가 됐으나 이 시리즈에 대한 얘길 꺼내자마자 바쁘다며 급히 끊었다. 퇴직 임원을 찾아 수차례 접촉하고 설득하는 과정도 힘들었다. “왜 하필 나냐”라는 반응이 대체적이었다. 박정인 전 회장 등은 취재 협조를 잘 해줘 특히 고마웠다.가장 기억에 남는 대목은MBTI 리더유형편 반응 대단해신입사원 설문조사편도 신선-김 부국장=당연히 MK리더십에 대한 테마를 이어가며 새로운 내용을 계속 담아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을 것이다. 시리즈 중 가장 기억에 남는 편은 어떤 것이 있나. 개인적으로 '가상 MBTI' 편을 재미있게 읽었다. A라는 리더를 다양한 각도에서 접근해 포괄적으로 볼 수 있도록 쉽게 접근했다. 다른 리더를 조명할 때도 비슷한 유형의 방법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이 팀장=신입사원 설문조사도 재미있게 진행했다. 신입사원이 바라보는 MK라는 접근 자체가 당돌하면서도 신선했다. 이 시리즈는 현대차 홍보실에서 협조해 줬는데, 언론사 설문조사를 회사 측에서 지원한 것은 처음이라고 말하더라.▲조 기자=MBTI 시리즈가 나간 후 반응이 기대 이상으로 좋았다. 다른 최고경영자들도 테스트해 보자는 제안도 쏟아졌다. 신입사원 설문조사의 경우 그들과 직접 통화하면서 현대차그룹에 대한 선입견을 많이 깼다. 상명하복의 문화가 강하게 남아 있을 것이란 생각과 달리 젊은 세대들이 깨어 있고 회사에 대해 생각보다 깊이 있는 관점을 갖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문제점을 잘 알고 있고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도 확실히 말하는 세대다. 미래가 밝다는 생각을 했다.-김 부국장=이 같은 시도는 젊은 층과의 소통을 확대할 수 있는 계기도 될 것이다. 젊은 현대로 바뀌기 위해서는 젊은 인재들과의 소통이 분명 절실하다.▲최 기자=정 회장의 측근들로부터 받은 편지 형식의 시리즈도 반응이 좋았다. 취재원들로부터 '만족스럽다' '재미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개인적으로는 현대차그룹 출입기자로서 정 회장 본인에게서 자신의 리더십에 대한 평가를 직접 들었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리더십이 아니라 장사꾼이라는 표현을 했다.▲채 차장=현대정공과 현대자동차써비스 시절의 이야기는 당초 시리즈 1회 내용으로 계획된 것을 3회로 연재했다. 세운상가 시절 정 회장의 이야기를 기사화하면서 정 회장이 '같이 뛰는 리더'라는 것을 느꼈다. 특히 지금 현대차그룹이 하고 있는 사업들이 다 그 시절로부터 나온 것이다. 자동차는 물론 부품, 제철, 기계 등에 이르기까지 그룹 포트폴리오가 정 회장의 정공, 써비스 시절부터 나온 것이다. 갑자기 등장한 것은 없다. 끈끈한 고리로 이어졌고 그 중심에 정 회장이 있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이 팀장=MK리더십을 시작했을 당시 오너에 대한 기사인 만큼 현대차그룹을 비롯한 재계의 관심이 클 것이라 생각했는데 오히려 초기에는 반응이 약했다. 일정 시리즈가 진행된 이후부터는 각종 문의가 쏟아졌다. 아무래도 처음에는 시리즈가 짧게 끝날 것이라고 생각한 독자들이 많았던 것 같다.▲조 기자=“몇 회 하냐. 3회 정도 하냐.” 연재 초반 주변에서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이기도 하다. 길게 연재될 예정이라고 답했더니 “그 면을 다 채울 내용이 과연 있기는 하냐”는 반응도 많았다. 그만큼 쉽지 않은 기획이었다는 걸 보여주는 질문이라고 생각한다. ▲김 기자=총수와 관련된 내용을 이렇게 집요하게 6개월 이상 연재할 줄은 현대차 내부에서조차 생각하지 못했던 것 같다. 일정 기간이 지난 이후에는 관련 내용에 대한 코멘트나 다음 시리즈에 어떤 내용이 나올지에 대한 질문이 여기저기서 쏟아졌다. 신문을 2부씩 복사해서 집에 따로 보관한다는 임원도 만났다.▲이 팀장=MK시리즈에 대한 반응을 확실히 느꼈던 것은 9월께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서부터다. 연재 과정에서 학계의 시각도 바뀌었다. 연재 시작 전, 현대차의 성공 스토리가 하버드 경영대학원 케이스 스터디로 다뤄진다는 2회 내용을 취재하며 한 대학교수와 통화를 했는데 MK시리즈에 대한 그의 반응은 떨떠름했다. MK리더십을 정립하고 조명한다는 것 자체가 낯설었던 시기다. 하지만 시리즈 마무리 단계에서 다시 전화통화를 했더니 확실히 반응이 달랐다. 학계의 관심이 뜨겁다고 직접 말하더라.▲채 차장=한 대기업 고위 관계자는 올해 언론사에서 기획·연재한 시리즈 중 가장 눈에 띄었던 기획으로 아시아경제의 MK리더십 시리즈를 꼽는다고 말했다. 재계의 주목도가 분명 높았다. 취재기자로서 실감한 대목이다. 범현대가의 관심도 높을 수밖에 없다. 현대중공업에서는 스크랩해서 정몽준 의원에게 보고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최 기자=정계 관계자들의 피드백도 많이 받았다. 기업가정신이 실종되고 있는 최근 상황에서 의미있는 작업이라는 반응이 대체적이었다. 현 정권이 현대건설 최고경영자 출신이라는 점 때문인지 현대가에 대한 정계의 주목도가 높다.
정의선 부회장에 어떤 영향아버지로서 기업인으로서역할 모델 겸 영원한 멘토로-김 부국장=아들인 정의선(ES) 부회장은 자신의 역할 모델로 늘 아버지인 정 회장을 꼽아 왔다. 정 회장의 리더십을 파헤쳐 개념을 정립한 이번 MK시리즈가 향후 정 부회장의 행보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채 기자=특히 향후 승계과정에서 ES의 행보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그룹 고위관계자들의 대체적인 평가이기도 하다. 정 부회장이 정 회장을 영원한 멘토로 꼽는 만큼 영향력은 클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최 기자=정 부회장의 한 측근은 이번 시리즈에 대해 평가하며 아버지가 아닌 기업인 MK를 다시 돌아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부국장=연재 과정에서 새로운 작업을 하며 느낀 뿌듯한 점도 많았겠지만 아쉬움도 있었을 텐데, 이제 아쉬운 면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최 기자=가장 아쉬웠던 부분은 사진이다. 공개된 사진들 외에 우리만의 사진이 부족했다. 취재원들에게도 요청을 많이 했는데 사진만큼은 본인(정 회장)의 허락 없이 공개하기 어렵다고 다들 꺼려 했다.▲김 기자=자연스러운 생활 속의 모습이 담긴 사진이 부족했다. 기업가 MK의 사진은 많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이러한 사진들로 그친 것이 아쉽다. 외부에 보여지지 않았던 사진들을 공개했다면 더욱 좋았을 것이다. ▲이 차장=초기에는 오해도 받았다. MK리더십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정립하는 과정에서 성과물 중심으로 조명하다 보니 지나치게 좋은 기사들만 나오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받았다. 흔히 언론계에서 말하는 '칭찬 일색의 또는 광고성'이 아니냐는 시각이었다.▲조 기자=그 부분에 대해서는 취재기자로서 속상한 점도 없지 않아 있었다. 하지만 10년간 눈부신 성장을 이룬 현대차의 실적이나 정 회장의 동물적인 감각, 성공 DNA에 대해서는 다들 수긍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초반에 그런 지적을 했던 지인들도 정 회장의 경영감각에 대해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오히려 그간 조명되지 않았기에 많은 소문과 루머를 낳았던 측면은 이번 시리즈를 통해 상당 부분 교정됐다고 본다.▲채 차장=인간 MK에 대한 측면에서 좀 더 시간과 노력이 곁들어졌으면 더 깊이 있는 기사가 나왔을 것이라는 아쉬움과 욕심도 남는다. 기회가 된다면 기업가 MK가 아닌 인간 MK에 대해 더 깊이 취재해 보고 싶다.MK에 바라는 점은이건희 회장과 어깨 나란히재계 화두 던지는 리더 되길-김 부국장=기업가 MK, 인간 MK에게 취재기자들이 바라는 점도 있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 남은 과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최 기자=정 회장의 측근인 한 취재원이 정몽구 회장과 정주영 명예회장의 차이점에 대해 “정 명예회장은 사회적인 반면 정 회장은 한 우물만 팠다”고 언급했다. 정 회장이 사회적 활동을 좀 더 활발히 하면 좋겠다. 물론 한 우물만 팠다는 점이 지금 성공의 원동력이긴 하지만 재계와 한국 사회에서 정 회장의 위상은 아직 정 명예회장을 넘어서지 못한다. ▲김 기자=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비교했을 때도 그렇다. 이건희 회장의 한마디가 재계,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키지 않나. 이건희 회장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은 반면 정 회장은 대중적 관심이 떨어지는 측면이 분명 있다.▲이 팀장=정 회장은 기업인으로 성공했고 미래도 밝지만 대한민국 재계라는 큰 틀에서의 역할은 아직까지 미흡하다. 더 많은 역할을 할 수 있는 인물이다. 화두를 던지고, 재계 변화의 촉매제가 될 수 있다는 리더가 돼야 한다. 정 회장이 후배 기업가들에게 롤모델이 되기 위해서는 이 같은 면이 필요하다. ▲조 기자=자문위원단과의 대화에서도 지적된 부분이지만 정 회장은 지금 리더십의 전환기에 놓여 있다. 20세기 제조업에서 21세기 제조업으로 패러다임을 바꾸는 과정에서 지금까지의 리더십과 다른 모습을 분명 보여야 한다. 이 부분에 대해 정 회장도 인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앞으로 그의 행보가 더 기대된다.MK리더십 특별 취재팀(이정일·채명석·최일권·김혜원·조슬기나 기자) MKleade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산업부 조슬기나 기자 seul@ⓒ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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