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가 1년 못견디는 '초보장사'…그래도 놀 순 없어
[아시아경제 박연미 기자] "프랜차이즈 창업에 뒤탈이 많다고들 하지만, 얼마 안되는 퇴직금으로 시작할 수 있는 게 음식점밖에 더 있나요. 일하고 싶은 아들은 취직이 안되고, 쉬고 싶은 나는 일해야 하니 답답한 노릇이지요." 중소기업에 다니다 퇴직한 최영해(58) 씨는 요즘 프랜차이즈 창업 설명회장을 자주 찾는다. 생활비에다 취업을 준비하는 막내 아들 용돈까지 대느라 고정 수입이 절실해서다. 최씨는 "작은 치킨집을 생각했었는데 가맹비 부담이 크다고 해 서민들이 쉽게 찾는 삼겹살, 두루치기 같은 업종을 알아보고 있다"며 "퇴직금에 빚까지 얹어 시작하는 일인데 경기가 안좋아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최씨처럼 창업 전선에 뛰어드는 '백발의 구멍가게 사장님'이 크게 늘고 있다. 10월 현재 50대 이상 고령층 자영업자 수는 310만명. 대개 소규모 도·소매업이나 운수업, 숙박·음식점업으로 눈을 돌리는 경우가 많다. 특별한 기술이 필요 없고, 진입장벽도 낮은 업종들이다. 하지만 그만큼 작은 파이를 두고 벌어지는 경쟁도 치열하다. 연령대별로 나눠 보면, 고령층의 창업붐으로 5년 4개월만에 전체 자영업자 수가 플러스로 돌아선 올해 8월, 50대 자영업자는 음식·숙박업에서만 2000명 늘었다. 9월( 4000명)과 10월(6000명)에는 증가세가 더 두드러졌고, 도·소매업 분야에서도 4월 이후 매월 3만~4만명 정도가 꾸준히 늘고 있다. 6월부터는 운수업에서도 1만3000~1만8000명의 증가폭이 유지되고 있다. 60세 이상 자영업자들도 5월 이후 음식·숙박업 분야에서만 1만명 넘게 증가하고 있다. 도·소매업에 뛰어든 사람도 8월 1만5000명, 9월 1만4000명, 10월 1만7000명 등으로 좀체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고령층 창업자 가운데는 '수명 100세 시대'를 형벌처럼 느끼는 이들도 적지 않다. 베이비붐 시대에 태어난 이들은 직장에서 떠밀리듯 내몰리지만, 아들 세대는 직장을 잡지 못해 여전히 가장의 책임을 떠안아야 하는 처지다. 생계형 소규모 창업이 대다수를 이루는 이유다. 문제는 이들의 창업이 자칫 중산층의 위기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점이다. 손민중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50대 이상 고령층 퇴직자들이 창업 전선에 뛰어드는 경우가 많지만, 대개 영업 노하우가 부족한데다 창업 준비 기간도 짧아 실패할 확률이 높다"며 "경기가 서서히 하락하고 있어 가게 문을 열고도 개점 휴업 상태인 곳들이 많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황수경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도 "준비가 덜 된 사태에서 창업에 나선 이들끼리 작은 시장을 두고 출혈 경쟁을 계속하다보면, 지난 2003년 카드 대란 이후 자영업자들이 무너진 것처럼 또 한 번 위기가 올 수 있다"며 "다른 나라처럼 금융이나 부동산 등 전문 서비스업으로 창업 분야를 확대하고, 고령자가 영세 자영업자로 내몰리지 않도록 완충하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고령층 창업자들에게 '자세 전환'을 조언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경희 창업전략연구소 소장은 "퇴직했거나 퇴직을 앞두고 창업에 나선 50대 이상 고령층은 대개 조직에서 관리자 지위를 누리다 시장에 나온다"면서 "자영업으로 성공하자면 과거의 지위를 잊고 완전히 낮은 자세로 시작해야 안착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박연미 기자 change@<ⓒ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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