民 위한 '재건축 표준계약서'...民이 운다
[아시아경제 진희정 기자]서울시가 주민 권익 보호를 목적으로 도입한 정비사업 표준계약서가 재산권 침해 논란에 휩싸이며 주민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지난달 13일 서울시는 '공공관리 정비사업 공사표준계약서'를 도입해 재개발ㆍ재건축 현장에 보급해 주민의 권익을 보호하고 공사 시공자에겐 합리적 이익을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서울시는 이르면 연말이나 내년초에 시공자를 선정하는 고덕주공 2단지가 공공관리 '정비사업 공사표준계약서'를 적용하는 최초의 시범사업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표준계약서, 조합원들도 불만 표출=실제로 강동구청도 이를 위해 지난달 10일부터 사업시행인가를 위한 주민공람에 착수했고 조합 역시 시공사 선정입찰 공고채비를 갖추고 있다. 정작 조합원들은 첫 사례가 되는 것이 달갑지 않은 표정이다. 오히려 재산권을 침해하고 있다며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문제는 바로 지분제 금지다. 공사표준계약서는 산출내역서 등 불필요한 계약방식으로 주민들의 오해를 부를 소지가 있어 지분제 입찰을 금지하고 있다. 지분제는 시공사가 일반분양을 통해 공사비 등을 충당하고 조합은 미리 정해진(시공사와 협의) 조합물량(조합원 대물분)만 가지게 된다. 이 경우 시공사에서 조합운영에 대한 비용, 이주, 분양 등을 책임진다. 설사 미분양이 나더라도 조합은 책임질 의무가 없다. 반면 도급제는 조합에서 사업의 추진, 분양 등의 사업주체로서 시행역할을 전부하며 시공사만을 선정해 공사에 따른 공사비만 주는 방식이다. 이 경우 조합은 조합운영. 이주, 분양 등을 직접해야 하므로 자금이 있어야 한다. 지금처럼 시장 침체기에 미분양에 대한 우려가 높은 만큼 대부분의 조합들이 지분제를 선호하고 있다. 또 대지지분 비율이 높은 아파트일수록 단순도급제가 아닌 확정지분제를 선택할 경우 같은 무상지분율을 적용받아도 더 큰 면적으로의 무상입주가 가능하게 된다. 강동구 일대 고덕 재건축 단지들 대부분이 지분제를 선택해 무상지분율을 높게 부른 시공사를 선택해왔다. ◇도급제 계약이 가장 문제=4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강동구 고덕동 고덕주공2단지의 대지지분 비율은 159%로 서울 재건축 아파트 중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이어 고덕주공7단지 144%, 고덕주공3단지 142%, 고덕주공4단지 139% 순으로 나타났다. 또 고덕주공6단지가 134%로 6위를 차지했고, 고덕시영현대와 한라도 각각 130%와 129%로 8위와 9위를 나타냈다. 그러나 높은 대지지분 비율로 주목받았던 고덕주공2단지에서 정비사업 표준계약서 적용으로 지분제 사업이 불가능해졌다. 고덕주공2단지 인근 L공인 중개업소 관계자는 "대지지분율이 높을수록 추가부담금이 적기 마련인데다 지분제로 사업을 진행하는게 조합원 입장에서 유리하다"며 "하지만 서울시가 정비사업 공사표준계약서를 적용한다는 방침에 조합원들이 술렁거리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조합 관계자는 "정비사업 공사표준계약서대로 할 경우 당초 기대했던 지분율을 받지 못한다"며 "이 부분은 명백히 서울시의 재산권 침해다"고 밝혔다. 지난해 고덕주공2단지는 사업 지연에도 불구하고 합리적인 지분률 확보를 위해 조합장 교체에 나서는 등 잡음이 발생한 곳이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모든 공사는 입찰제안서를 받고 공사를 발주하는 도급제 방식이고 확정지분제는 법적으로 없는 제도"라며 "이를 보완하기 위해 미분양시 협의하에 무상지분율을 허용하기로 보완책을 담아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한편 고덕주공2단지는 기존 지상 5층, 70개동 2771가구 규모의 노후아파트를 헐고 임대주택을 포함한 공동주택 총 4077가구를 신축하는 대규모 정비사업이다. 1년 반만에 시내에서 처음으로 시공사를 선정하는 곳이라서 건설업계의 관심도 높은 편이다. 추진위원회 단계에서 시공사 지위를 노렸던 삼성건설과 GS건설이 적극적인 가운데 현대건설과 포스코건설 등이 참여를 검토 중이다. 또 대우건설과 롯데건설, 현대산업개발 등도 입찰참여 방안을 타진 중이다.<표준계약서 주요내용>▲산출 내역서 근거로 한 계약 체결 의무화-입찰시부터 입찰금액에 대한 산출 내역서 제출-계약 문서에 산출내역서 포함▲공사계약과 자금 대여 계약 구분 명확화-공사계약과 이주비 등 자금 대여를 명확히 구분▲기성률에 의한 공사대금 지급-기성률에 따라 산출내역서에 의한 공사대금 지급▲시공자에게서 조합으로 자금관리 권한 전환-자금 관리권을 사업주체인 조합으로 전환진희정 기자 hj_jin@<ⓒ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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