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23년 만에 이룬 LPGA 100승 쾌거

'땡그랑'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골프장(파71ㆍ6208야드) 마지막 18번홀. 최나연의 퍼터를 떠난 공이 경쾌한 소리를 내며 홀컵으로 빠져들어 갔다. 최나연은 환하게 웃으며 두 팔을 번쩍 치켜들었다. 동료들이 그린으로 뛰어들어 최나연에게 축하의 물 세례를 퍼부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한국(계)선수 통산 100승의 마지막 퍼즐 조각은 그렇게 맞춰졌다.  최나연은 어제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골프장에서 막을 내린 LPGA투어 사임다비 LPGA 말레이시아 대회에서 우승했다. 1988년 구옥희가 한국 선수로는 최초로 스탠더드레지스터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이후 23년 만에 이룬 미 LPGA 통산 100승째의 승전보다. 지난 7월 유소연의 US여자오픈 우승 이후 번번이 100승을 가로막았던 세계랭킹 1위 청야니(대만)의 추격을 따돌리고 이룬 쾌거여서 한층 값지다.  첫 승의 주인공 구옥희는 "한국 여자 골프계에 경사스러운 날"이라며 "후배들이 대단하고 자랑스럽다"고 감격해 했다. 통산 25승에 역대 최연소로 명예의 전당에 오른 '맨발의 여제' 박세리는 "한국 여자 골프가 세계 무대에서 다시 한 번 우뚝 선 날이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최나연은 "통산 100승 달성이 크게 부담됐다"면서도 "이젠 깨졌으니까 200승을 노려야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지난해 7월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에서 통산 100승을 달성한 한국 여자 골퍼들은 미국에서도 100승 고지에 올라서며 명실상부한 여자 골프계 강국의 반열에 올랐다. 변방에 머물렀던 한국 여자 골프가 세계에 그 힘을 알린 계기는 박세리의 등장이라고 할 수 있다. 1998년 7월 US여자오픈 연장전에서 보여준 박세리의 '맨발의 투혼'은 외환위기로 실의에 빠져 있던 한국인들에게 용기와 희망의 메시지가 됐다.  이후 숱한 '세리 키즈'들이 태어났고 그들이 지금 LPGA를 호령하고 있는 것이다. 100승의 주인공 최나연도 '세리 키즈'의 한 명이다.  미 LPGA 통산 100승은 34명 개개인 선수들의 영광이기도 하지만 한국 골프계와 한국인의 자긍심을 한껏 높여준 자랑스런 기록이기도 하다. 끝없는 도전으로 영광을 이룬 선수들에게 큰 박수를 보낸다. 한국 낭자들의 계속되는 승전보를 기대한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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