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파나마 야구월드컵에서 대표팀의 허리를 책임지는 윤지웅(넥센)
독일을 상대로 거둔 천신만고 끝의 승리. 하지만 (정)현석이 형과 (나)성범이의 부상으로 선수단의 분위기는 그리 밝지 않았다. 터닝 포인트가 필요했다. 4일 맞붙는 호주전을 기분 좋은 승리로 장식해야 했다. 대표팀은 오후 당도한 치트레 리코 세데뇨 구장에서 바람대로 희망을 엿봤다. 선발로 나선 (오)현택이 형은 7이닝 동안 호주 타선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피칭은 완벽에 가까웠다. 3회와 4회 다섯 타자를 연속 삼진으로 돌려세우는 등 삼진 10개를 잡아내며 선수단의 자존심을 일으켜 세웠다. 타선의 활약도 돋보였다. 메이저리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서 뛰었던 상대 선발 클레이튼 태너를 상대로 5이닝동안 5점을 뽑아냈다. 3회 1사 1, 2루에서 (최)주환이의 1타점 적시타로 선취점을 얻은 대표팀은 상대 포수의 실책과 이지영의 좌전 적시타 등에 힘입어 4-0으로 앞서나갔다. 승부의 쐐기를 박은 건 전날 독일전 끝내기 안타의 주인공인 (모)창민이 형이었다. 5회 1사에서 왼쪽 담장을 넘기는 솔로 홈런을 때리며 선수단에 승기를 가져왔다. 대표팀은 8회 전날까지 부진했던 (고)종욱이가 2타점 적시타를 때리는 등 3점을 추가해 8-0으로 승리했다.독일전에서 몸만 풀었던 나도 이날 중간계투로 마운드에 올랐다. 투구는 조금 아쉬웠다. 아웃 카운트 한 개를 잡고 바로 교체됐다. 많은 이닝을 책임지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내 역할은 원 포인트다. 경기 뒤 임무를 충분히 해내 승리에 보탬이 됐다고 나 자신을 위로했다. 선수들은 이날 대승의 비결로 대부분 전날 치른 독일전을 손꼽았다. 나 역시 같은 생각이다. 힘겨운 승부 속에서 집중력은 높아졌고 몸놀림은 가벼워졌다. 낯선 파나마에서의 적응에도 큰 도움이 됐다고 생각한다. 지금 분위기만 유지한다면 2라운드 진출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중심타선의 방망이는 점점 날카로워지고 있다. 창민이 형의 홈런에 모두 자신감을 회복한 것 같다. 투수진도 시간이 지날수록 짜임새를 갖춰 앞으로의 경기를 더욱 기대하게 만든다. 파나마에서 왠지 좋은 성적을 거둘 것만 같다. P S : 파나마에 대한 이야기를 보태자면 이 곳 사람들은 야구를 무척 좋아한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야구장을 찾아 경기를 즐긴다. 이들은 친절하기까지 하다. 경제적으로 풍족하지 않지만 늘 밝게 웃으며 긍정적으로 삶을 살아가는 것 같았다. 이들의 배려 덕에 선수단은 음식, 숙박 등에 크게 만족하고 있다. 사실 타지에 오면 가장 신경 쓰이는 부분이 음식이다. 입맛에 맞지 않거나 섭취 뒤 배탈로 고생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호텔에서 내놓는 식사가 국내 호텔과 큰 차이가 없어 선수단 대부분이 만족스러워하고 있다. 윤지웅 넥센 히어로즈 투수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 leemean@<ⓒ아시아경제 & 재밌는 뉴스, 즐거운 하루 "스포츠투데이(stoo.com)">
대중문화부 이종길 기자 leemean@ⓒ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