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정석희 (칼럼니스트)
편집. 이지혜
톡식이나 게이트 플라워즈처럼 가족의 지지를 받는 경우도 있지만 대다수는 집안의 반대며 생활고를 겪는 것으로 보였어요.
그런 대중의 외면 속에서도 그 많은 밴드들이 자생력 있게 뿌리를 내리고 있었다니, 참으로 가슴 뭉클한 감동이 아닐 수 없습니다. <톱밴드> 예선에 무려 600팀이 넘게 참가했으니 말이에요. 하지만 예상대로 대부분의 참가자들의 생활은 녹녹치가 않더군요. 물론 톡식의 김슬옹 군이나 게이트 플라워즈의 염승식 씨처럼 가족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경우도 있다지만 대다수는 집안의 격렬한 반대며 생활고 등, 갖은 고충을 안은 채 음악 활동을 하는 것으로 보였어요. 하기야 저 역시 자식이 음악을 한다면, 더구나 재능이 엿보인다면 물심양면 지원을 해줄 마음이 있지만, 글쎄요. 남편이 음악에 미쳐 가정을 소홀히 한다면, 그건 다시 고민해봐야 할 문제일 거예요. <톱밴드>를 통해 그토록 남편의 밴드 활동을 결사반대한다는 블루니어마더의 기타리스트 한준희 씨의 부인을 필두로 몇몇 참가자 배우자들을 만나 볼 수 있었는데요. 심사위원으로부터 극찬을 받은 기타 실력이긴 하지만 날로 커가는 아이들을 둔 한준희 씨 아내 입장에서는 반길 수만은 없는 상황이지 싶어요. 그런가하면 성장형 밴드라는 칭찬을 받은 라떼라떼의 기타리스트 조동준 씨의 아내 정은혜 씨. 그녀의 마음 속 스타는 실은 8강전 상대 팀인 제이파워에서 건반 치는 꽃미남 송우진 씨라고 합니다. 말씀은 ‘그래서 양 쪽으로 문자를 다 보내야 하나 고민 중’이라고 했지만 “노력한 것만큼 결실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하지만 만약에 떨어진다 해도 크게 실망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라는 격려의 말을 남긴 만큼 4강 진입에는 실패했지만 그래도 계속 든든한 지원자가 되어주실 것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문제의 송우진 씨의 아내 홍은지 씨도 도시락을 싸들고 연습실을 찾았는데요. 처음에는 16강쯤에서 떨어지길 바랐지만 4강에 진출하고 보니 이젠 좀 더 좋은 결과를 얻길 기원하게 되셨다고 해요. <톱밴드> 무대에 선 남편의 열정적인 모습이 아내의 마음을 다소 누그러뜨린 모양이에요.<H3>열악한 현실 속에서 아내들의 희생이 너무나 크지 싶네요</H3>라떼라떼(왼쪽)나 제이파워의 멤버 중에는 가장인 경우도 있어 아내들의 고충이 걱정이 되었어요.
하지만 솔직히 그분들께 변치 않고 지금처럼 응원해주시기를 기대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톱밴드>로 인해 주목을 받는다한들 밴드 음악이 호구지책이 되어줄 리는 없다고 하니까요. 사람의 일은 동전의 앞뒷면과는 달라서 그 어떤 일에도 장점과 단점, 안과 바깥을 모두 논할 수 있겠지만 그래도 이 열악한 현실 속에서의 밴드 활동은 가족의, 특히 부인의 희생이 너무나 크지 싶네요. 저는 우리나라 밴드 음악이 이처럼 굳건히 자리 잡을 수 있었던 데엔 전설들 못지않게 뿌리가 되어준 무명의 뮤지션들의 희생 또한 컸으리라고 생각합니다. 현실적인 수준의 지원이 뒤따라 준다면 몰라도 그렇지 않은 이상 희생과 갈등은 끊임없이 이어질 수밖에 없겠죠. 한상원 코치의 말대로 <톱밴드> 무대가 그동안 속 끓여온 가족 여러분들께 선물이 되어 준다면, 조금이라도 위로가 된다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모처럼 일기 시작한 밴드 음악에 대한 관심이 사그라지지 않고 쭉 이어갈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힘을 보탰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