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성정은 기자]지난해 서점에 나온 책은 모두 4만291종입니다. 이 가운데 베스트셀러라는 이름을 달고 살아남은 건 고작 몇 백 권 정도에 불과합니다. 아무리 좋은 책이어도 베스트셀러에 들지 못하면 제대로 독자를 만나지도 못하고 사라져 버리는 이 안타까운 현실에 몇몇 편집자들이 뜻을 모았습니다. 지난 2000년부터 2010년까지 나온 책들 가운데 베스트셀러에는 못 올랐지만 그냥 놓치기엔 아까운 책들을 결산하는 작업에 나선 것입니다. 이들 편집자는 문학, 인문, 사회, 경제ㆍ경영, 과학, 문화ㆍ예술 등 6개 영역의 전문가들을 필자로 섭외하는 일부터 시작했습니다. 강수돌 고려대 경영학부 교수와 우석훈 2.1연구소 소장, 하지현 건국대 의대 교수,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 등 46명이 그들입니다. 서평 전문 매체들이 매년 한 해를 결산하면서 베스트셀러가 아닌 양서들을 소개하는 문화가 자리를 잡은 외국과 달리 이런 시도가 없었던 한국에서 '지난 10년 놓쳐서는 안 될 아까운 책'의 필자를 섭외하는 일은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내로라하는 글쟁이들을 필자로 섭외한 뒤엔 각자의 전문 분야에서 책 1~3권 정도씩을 추천받고 또 추리는 작업을 반복했습니다. 그렇게 나온 책이 지난 7월말께 출간된 '지난 10년 놓쳐서는 안 될 아까운 책' 입니다. 그런데 얼마 전 제목 그대로 놓쳐서는 안 될 아까운 책들을 모은 이 책에도 들지 못한 진짜로 '아까운' 책들이 있다는 얘기를 듣게 됐습니다. 부키의 한 편집자를 만났을 때의 일입니다. 그는 "'지난 10년 놓쳐서는 안 될 아까운 책'에도 채 못 담긴 책들이 꽤 있다"며 "여러 가지 이유로 절판되는 책보다 더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책이 바로 이런 책들"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편집자가 책에 담지 못한 책들의 목록이라며 건네 준 종이엔 우석훈 소장이 추천한 'Best Price'와 강신익 인제대 의대 교수가 뽑은 '윤리적 노하우', 인간관계론으로 유명한 데일 카네기의 책 등을 번역한 노태복씨가 꼽은 '1마일 속의 우주', 그리고 또 다른 필자들이 추천한 '지젝이 만난 레닌', '대마를 위한 변명', '죽음과 함께 춤을', '남쪽 손님 빗장 열기' 등이 적혀 있었습니다. 우리 출판계에도 외국 서평 전문 매체들이 'Too Good to Miss(놓치기엔 너무 아까운 책들)'등과 같은 이름을 달고 내놓는 글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베스트셀러가 아닌 좋은 책들을 소개할 자리가 늘어나면 이렇게 안타까움을 느끼는 일이 적어질테니 말입니다.성정은 기자 jeun@<ⓒ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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