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휴렛팩커드(HP)가 태블릿PC 생산을 중단하기로 한 지 10일만에 '터치패드' 생산을 재개하기로 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터치패드 가격을 지금처럼 99달러에 책정할 경우 대당 22만원 가량 손해가 나는데도 이 같은 결정을 내린 이유를 놓고 일각에서는 HP가 자체 모바일 운영체제(OS) '웹OS'를 높은 값에 매각하기 위해 웹OS 띄우기에 시동을 걸었다는 분석을 제기하고 있다.마크 버젤 HP 대변인은 30일(미국 현지시간) 회사 블로그를 통해 "웹OS 기반의 제품 생산을 중단하기로 했지만 터치패드의 수요가 높아 이 제품을 추가 생산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생산 시기 및 생산량은 밝히지 않았다.터치패드 생산 재개 결정은 HP가 하드웨어 부문을 분사하기로 한 지 10일 만에 나온 것이다. HP는 하드웨어 매출이 부진하자 지난 18일 웹OS 등 소프트웨어만 남겨 놓고 PC 사업은 분사 또는 매각, 모바일 사업은 포기하기로 결정했다. 7월 출시된 터치패드도 아이패드2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하는 등 하드웨어 사업이 어려운 상황에서 내린 극약 처방이었다.상황이 반전된 것은 HP가 터치패드 재고 처리를 위해 16기가바이트(GB) 모델을 399달러에서 99달러로 대폭 인하해 판매하면서부터였다. 같은 사양의 아이패드2보다 400달러 낮은 가격에 소비자들이 폭발적인 반응을 보이며 터치패드 재고는 단시간에 소진됐다. 터치패드가 품귀 현상을 보이자 99달러였던 가격이 2배 이상 오르기도 했다.HP는 새롭게 생산하는 터치패드의 가격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손해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터치패드의 인기가 가격 경쟁력에 기인한 만큼 HP는 향후 생산할 터치패드 가격도 크게 올리지는 못할 전망이다. 99달러나 소폭 인상한 수준에서 결정될 공산이 크다. 시장조사업체 IHS 아이서플라이는 터치패드의 제조 원가가 306달러로 이를 99달러에 판매할 경우 대당 207달러의 손실을 입을 것이라고 분석했다.일각에서는 신중하지 못한 처사라는 비판도 있지만 HP의 결정에는 계산된 전략이 숨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구글이 모토로라 모빌리티를 인수하면서 모바일 OS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진 가운데 매각설이 흘러나오는 웹OS의 가치를 올리려는 성격이 짙은 셈이다.삼성전자가 웹OS 인수에 시동을 걸었다는 등 삼성과 HP와 빅딜설도 꾸준히 흘러나오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6월 삼성전자가 HP의 웹OS를 갤럭시탭에 탑재하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삼성전자가 레이몬드 와 전 HP 부사장을 영입했고 웹OS 구매를 고려하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지고 있다.이 같이 웹OS의 매각 가능성이 열려 있는 가운데 HP가 터치패드 생산을 재개해 OS 시장에서 웹OS의 점유율을 늘리고 가치를 높이려는 포석이라는 분석이다.웹OS의 애플리케이션(이하 앱) 다운로드 수는 터치패드를 99달러에 판매한 이후 현재 약 3~5배 뛰었다. 사용자가 많아지면서 HP는 지난달 30일 앵그리버드 리오 HD와 플라이트 프리딕터 HD 등 앱 6종을 새로 발표했다. 향후 터치패드 기능 향상을 위해 업데이트도 실시할 예정이다. 권해영 기자 roguehy@<ⓒ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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