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초대석]기상정보는 사람살리는 의술...IT와 결합 3년내 맞춤형 예보

[대담=황석연 사회문화부장 정리=조유진 기자]전직 '기상캐스터'답게 막힘이 없었다. TV화면 대신 'I-PAD'를 세워놓고 화면에 손가락 터치를 하며 술술 기상정책을 설명해 나가는 것이 자연스러웠다. 그리고 한마디 "사람을 살리는 기술" 그것이 기상정보라고 했다. 지난 2월 14대 기상청장으로 취임한 그는 취임직후부터 일본의 대지진과 쓰나미, 한반도로 날아올지 모르는 방사선 물질로 마음을 졸였다. 최근 집중호우로 인한 자연재해까지 끊임없이 터져 나오는 이슈들을 방어하느라 숨돌릴 새 없이 달려왔다는 그다. 지난달에는 세계기상기구(WMO) 집행이사로 재선임되면서 지구촌 곳곳을 날아다니며 한국의 기상IT기술을 개도국에 전파하고 있는 조석준 기상청장을 만났다. 퇴임 후 어떤 기상청장으로 기억되고 싶냐는 질문을 던지자 '나는 기상정보 유통인'이라고 대답했다. 기상청이 오보논란에 휩싸이는 것은 정보 생산이 문제가 아니라 정보 유통과정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측면이 크다는 해석이다. 따라서 앞으로는 기상청의 예보 유통 업무에 전력을 기울이겠다는 구상이다. 기상청을 전 직원 1300명 중 30% 이상이 석ㆍ박사 출신인 베테랑 조직이라고 추켜세운 그는 지난 63년간 키워 온 예보 중심이 아니라 기후변화, 융합행정, 기상산업 등 유통기상, 산업기상 업무를 필두로 하는 맞춤식 기상정보 유통에 주력해 국민들로부터 사랑받는 기상청을 만드는 것이 그의 목표다.-"맞춤형 예보 시스템 도입하겠다 "네비게이션을 통해 이동 중에도 시시각각 변하는 기상정보를 안내해주는 시스템은 현재까지 지구촌 어디에도 없는 기술이다. 첨단 IT와 기상기술이 만나 이르면 2~3년 후 현실화될 이 기술은 조석준 기상청장이 오랫동안 구상해 온 '맞춤형' 예보 시스템이다. 16일 동작구 신대방동에 있는 기상청 내 사무실에서 만난 조석준 청장은 '맞춤형 예보'를 화두로 던졌다. 근 40년간 기상과의 인연 때문인지 그의 말은 조목조목 명쾌했고 기상청에 대한 애정이 묻어났다. 올 가을 시범서비스를 시작으로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제공될 '웨비게이션(weavigation)'도 같은 맥락이다. 웨더(Weather)에 내비게이션(Navigation)을 합성시킨 이 서비스는 주체의 움직임에 따라 정확한 일기예보가 가능하다. 조 청장은 "이르면 2012년에 정식 서비스를 목표로 하는 이 '웨비게이션' 서비스는 1~3시간만에 발생하여 소멸되는 위험기상 등에 대한 피해를 줄이고 기상정보를 좀 더 빠르고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한 취지에서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기술은 향후 국소지점의 안개나 결빙, 집중호우 등 도로기상 상황까지 제공해 위험기상 발생에 따른 피해를 줄일 수 있게 된다. 이런 맞춤기상 정보 제공은 웨비게이션에 머물지 않는다. 내년말 시작될 디지털방송을 앞두고 1개 채널은 국가적 재난예방은 물론 지역경제와 살림을 돕는 생활기상 정보가 제공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른바 '기상채널'이다. 기상채널이 오픈하면 연안어업에 종사하는 어민들에게 실시간으로 입체적인 기상정보가 제공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KT와는 업무제휴를 통해 스마트폰으로 실시간 기상정보를 제공하게 될 것다. 과거엔 기상청이 예보 업무에 집중해 왔다면 이제는 기상정보를 예보한 이후에도 국민들이 자신의 환경에 맞게 완벽하게 이해할 때까지 '통보'하는 업무에 주력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하기도 했다. "예보에서 통보까지가 기상청의 책임인데 그 동안은 통보를 전통적인 미디어에만 맡겨 놓은 셈이었다"고 말했다. -날씨 정보도 소통이 중요한 시대"KBS기상전문기자 생활을 마친 뒤 그는 한때 기상정보의 합리적 유통을 위해 전도사 역할을 자임했다. 500인 이상의 각계 리더들에게 강연을 통해 '신뢰'에 대한 일깨움을 받았다. 기상정보가 신뢰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왜 기상청은 하는 일에 비해 늘 국민들에게 부정적인 평가를 받아왔을까를 고민해보니 기상청의 오명은 예보의 '생산'이 아니라 '통보'에서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불과 발생 1~3시간 전에 예측 가능한 국지성 집중호우 등 갑작스런 기상변화로 인한 재해상황은 언제든 닥쳐올 수 있고 이를 위해 국민과의 소통업무가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이런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유통이나 농수산업, 레저와 숙박, 교통 등 기상과 민감한 산업 전반의 책임자들과 소통을 강화하겠다는 말도 했다. 이들이 기상정보의 고급 수요자인 만큼 이들이 필요로 하는 기상정보를 가공해 제공하기 위함이란다. 그래서 기상산업을 일으키는 데도 일조하고 싶다는 말을 했다. 국내 기상산업의 규모가 이미 1300억원을 넘어섰다는 말도 했다. 날씨를 제대로 알아야 사업도 잘할 수 있다는 것이다.조 청장은 "지난 63년간 축적된 세계 7위권의 선진 기상기술을 갖추고 있지만 기상청에 대한 여론은 밝지 않다"며 새로운 국가 기상업무의 틀을 짜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고급 정보를 생산하고 유통하려면 1300명에 이르는 기상인력을 보다 고급화해야 한다며 피라미드형 기상청 조직을 연구와 통보인력을 보다 강화한 항아리형 조직으로 바꿔나갈 것이라고 했다.-기상청이 이어가는 기술한류그는 '기상외교'분야에 대해서도 남다른 애정을 표현했다. 아시아나 아프리카에서 쌓은 대외 신인도와 서서히 싹을 틔워가는 국내 민간 기상산업을 발판 삼아 기상산업을 수출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것이 그것이다. "서울 장충체육관을 지어준 필리핀에게 우리가 기상원조를 하기 시작했다"며 "대기업의 투자를 유도해 국산 레이더 등 자체 기술을 확보함으로써 세계시장을 개척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조 청장은 지금까지 연구 중심에 머물러 있던 기상청의 활동영역을 서서히 다른 분야와 융합시켜 나갈 것이라고 했다. 전문 연구에 필요한 데이터를 다른 학문간의 결합으로 기상 연구의 폭을 넓히고 수준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국가 기상업무 차원에서도 외교, 산업과 다른 행정부처와의 융합을 통해 국정에 기여할 부분을 모색할 것이라는 것이다. 지난 6월 기상청이 국방부, 국토해양부, 행정안전부와 '기상ㆍ강우 레이더 공동 활용 업무협약'을 체결한 것은 그런 노력의 하나라는 것이다. 조 청장은 북한의 기후변화 이슈에 대한 언급도 놓치지 않았다. 밑면적이 전라북도 만한 백두산이 폭발한다는 학계 주장이 나오고 있는데 그는 "화산분화가 한반도에 자연적 영향과 정치적ㆍ사회적 영향 등 여러 방면에서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며 기상청은 이런 변화와 관련해 '최악의 시나리오'를 상정해 대책 마련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조 청장은 세계기상기구(WMO) 재선임으로 기상한류 실천에 더욱 매진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기상기술은 의술과 같다"며 사람을 살리는 기술인 기상 IT 기술을 활용해 "재난 예방 경험이 풍부한 선진국형 기상 조직으로 기상청을 키워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사람을 살리는 의사처럼 기상인은 사회를 살리는 업무를 맡고있다는 자부심으로 가득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플 때 첨단 과학기술 장비로 몸 구석구석을 살펴 화면으로 보듯이 날씨도 그렇게 구석구석 살펴 날씨 정보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화면으로 낱낱이 보여줄 수 있는 세상이 열리고 있다는 말이 가슴에 와 닿았다.대담= 황석연 사회문화부장정리=조유진 기자 tint@조유진 기자 tint@<ⓒ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사회문화부 조유진 기자 tint@ⓒ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