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예슬 사건, 누구의 책임인가

한예슬의 드라마 촬영 거부 사태가 일파만파 퍼지고 있다. KBS <스파이명월> 제작진과 갈등을 빚었던 한예슬은 14일 촬영 현장에 나타나지 않은 채 16일 오전 현재까지 잠적 상태다. 공식적으로 확인된 것은 아니지만 한예슬은 15일 오후 부모가 살고 있는 미국 로스엔젤레스로 출국한 것으로 알려져 <스파이명월>가 정상적으로 종영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제작사는 주연배우 교체라는 최악의 상황까지 고려 중이며 한예슬에 대해 소송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소속사 역시 한예슬과 연락이 닿지 않아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긴급 회의를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의 발단은 한예슬과 황인혁 PD 사이의 갈등이다. 촬영 초반 휴일 없이 이어지는 밤샘 촬영에 지친 한예슬은 황 PD에 ‘주5일 촬영’을 요구하며 갈등을 이어왔고 지난 13일 크게 다툰 뒤 14일부터 촬영장에 나타나지 않고 있다. 한예슬은 연출자 교체를 요구했으나 제작사와 KBS는 연출자를 교체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제작사 측은 연출자 교체 가능성을 배제한 상태에서 한예슬을 설득했으나 끝내 실패했다. 한예슬은 촬영 도중에도 잦은 촬영장 이탈과 지각 등으로 동료 연기자들과 제작진의 빈축을 사기도 했다. 한예슬을 설득하는 데는 소속사 싸이더스HQ와 한예슬의 어머니까지 나섰지만 드라마의 정상화는 사실상 어려워 보인다. 한예슬은 15일 지인들과 소속사 관계자들에게 간단한 작별인사를 문자로 남기고 현재까지 정확한 소재 파악이 되지 않고 있다. 15일 오후 3시 미국 LA행 대한항공 KE0017편에 한예슬의 영어 이름인 ‘Leslie Kim’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동일 인물 여부와 탑승 여부는 공식적으로 밝혀지지 않았다. 한예슬이 <스파이명월> 촬영을 거부한 뒤 일부 매체에서는 결혼설 등 다양한 추측을 제기하고 있지만,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밝혀진 것은 없다. 사실상 한예슬이 직접 이 상황에 대해 설명하지 않으면 누구도 정확한 진상을 알 수 없는 상태다. 또한 한예슬은 드라마 촬영에 복귀하지 않을 경우 소속사와 계약 해지 및 소송, <스파이명월> 및 각종 광고와 관련된 소송을 당할 가능성이 높아 현실적으로 입장표명이 필요한 상태다. 한예슬의 드라마 촬영 거부 사태와 관련해 드라마 제작 여부는 16일 오후 결정될 전망이다. 제작사 측은 16일 오전 현재 “여배우 교체 여부는 확정되지 않았으나 다른 여배우가 대신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고, 소속사 관계자 역시 “자세한 진행 상황에 대해 말할 수는 없지만 최악의 경우 계약해지와 소송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밝혔다. 주연배우의 부상이나 사망 등을 제외하면 배우와 제작진의 갈등으로 드라마 제작이 방송 도중 중단된 것은 거의 찾아보기 힘든 일이다. 이는 1차적으로 한예슬에게 책임이 있지만, 빡빡한 드라마 제작 환경이 문제의 발단이 됐다는 점에서 제작사와 연출자 역시 책임을 면키 어렵다. 제작사 역시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사건에 대해 “연출자의 책잘못이 80%”라는 발언으로 연출 과정에도 문제가 있음을 간접적으로 시인했다. 배우와 제작사, 연출 모두 일정한 책임이 있는 셈이다. 드라마 제작이 정상화되지 않는다면 한예슬의 정상적인 연예계 복귀는 사실상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고, 제작사 역시 제작 과정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KBS와 <스파이명월> 제작사 측은 오후 2시 공식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10 아시아 글. 고경석 기자 kave@<ⓒ즐거움의 공장 "10 아시아" (10.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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