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여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어제 0~4세 영유아에 대한 무상보육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낮은 출산율 해소를 위해 영유아 교육을 의무교육 개념에 준해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심각한 저출산 문제를 생각할 때 나라의 미래를 위한 투자라는 측면에서 일리가 있다. 무상보육이라는 방향은 맞다고 본다. 하지만 연간 4조원 이상의 재정이 소요되는 중요한 사안을 정부와 협의도 없이 불쑥 제기한 것은 책임 있는 집권 여당의 원내대표로서 취할 태도가 아니다. 확실한 재원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는 점도 문제다. 민주당은 물론 한나라당 내에서도 '개인 의견일 것'이라고 평가절하 하는 이유다. 게다가 무상급식에는 반대한다고 하니 진정성에도 의구심이 든다. '반값 등록금'으로 재미를 보더니 이젠 무상보육을 들고 나오느냐는 비아냥이 나오는 까닭이다. 황 원내대표의 충정을 폄훼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예산이 뒷받침돼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한나라당은 대학 등록금 인하, 기초노령연금액 인상 등을 명분으로 모두 10조원 규모의 복지확대 예산을 정부에 요구한 상태다. 예산의 뒷받침이 없는 무상복지 확대는 선거용 포퓰리즘일 뿐이다. 표가 급하다고 나라의 재정은 생각도 않고 곳간을 터는 격이다. 더구나 그 돈은 누가 내는가. 다 국민 부담이다. 우리 경제는 지금 대외 악재로 어려운 지경에 처해 있다. 따지고 보면 미국의 더블딥 우려와 유럽의 위기는 다 재정 악화에서 비롯된 것이다. 지난해 우리의 국가부채는 국내총생산(GDP)의 33.5%다. 다른 나라에 비해 아직 걱정할 단계는 아니라고 하지만 공기업과 지방정부 몫까지 합하면 그렇지만도 않다. 낙관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정치권은 여야 가릴 것 없이 막대한 재정이 소요되는 복지확대 정책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재정건전성은 뒷전이다. 국민의 믿음을 얻으려면 눈앞의 표만 보고 재원이 뒷받침되지 않는 아이디어 차원의 설익은 정책을 중구난방 식으로 불쑥불쑥 내놓을 게 아니다. 재정을 감안한 큰 그림을 그리는 게 바른 길이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미국의 신용등급을 강등하면서 재정적자와 함께 정치권의 국가부채를 관리할 의지와 능력이 부족하다는 점을 꼽았다. 정치권이 새겨들어야 할 얘기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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