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난국이다. 밥상물가는 물론 기름값, 집세까지 사방이 고물가다. 여름휴가가 절정인데 피서지 파티 단골 메뉴인 삼겹살과 상추ㆍ깻잎 가격이 최고조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 들어 7개월째 4%대의 고공행진이다. 지난해 초 2%대와 비교하면 그 심각성을 알 수 있다. 지표물가가 이 정도니 서민의 체감물가는 오죽할까. 정부가 물가와의 전면전에 나선 지 7달째지만 결과는 참패다. 물가관리는 선제적 대응이 중요한데 금리인상 시기를 놓쳤다. 찍어 누르기식 물가관리도 서툴렀다. 기름값 100원 한시적 인하는 부작용만 키웠고, 통신료 1000원 인하는 여태 소식이 없다. 성장과 물가,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다 선제적 물가관리에 실패한 것이다. 정부와 한국은행이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을 3%대에서 4.0%로 올려 잡았지만 이마저 지키기 어려운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물가를 자극할 요인은 널려 있다. 장마와 폭우로 농축수산물 가격이 급등하는 데다 추석마저 예년보다 이르다. 지자체들이 시내버스ㆍ전철 요금과 상ㆍ하수도 요금을 올리는 등 공공 요금과 서비스 요금도 뛰고 있다. 산업용을 중심으로 오른 전력 요금이 공산품 가격에 반영될 것이다. 전ㆍ월세 상승 행진도 멈추지 않고 있다. 지금의 물가불안은 공급 요인뿐 아니라 수요 압력과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가세해 나타나는 복합적인 상황이다. 따라서 물가안정 대책은 이를 모두 풀어가는 방향으로 초점을 맞춰야 한다. 당장 물가불안 심리부터 잡아야 한다. 현실적으로 정부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공공요금 인상 시기를 최대한 늦추면서 분산시키는 것이다. 요금 인상에 앞서 공공기관의 경영 효율화를 꾀하는 것은 기본이다. 공급 애로를 해소하려면 단속 점검 등 과거부터 해온 방식 대신 물가구조 체계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 농축수산물 가격 안정에는 유통구조 혁신이 필수라는 점을 강조하지 않은 정부가 없는데 아직 달라진 게 없다. 수요를 억제하려면 금리ㆍ환율 등 적절한 거시정책이 중요하다. 명목금리에서 물가상승률을 뺀 실질금리가 마이너스인 상황을 놓아둘 것인가. 말로만 경제정책의 최우선 순위를 물가안정에 둘 것이 아니라 정책 기조를 성장에서 안정으로 확실하게 바꿔야 물가난국을 풀 수 있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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