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월 4주 예스24 종합부문 추천도서 3
[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영화에서 ‘이야기’는 관객을 극장으로 불러 모으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그래서 영화는 검증된 이야기를 원작으로 삼고자 한다. 피터 잭슨감독은 J.R.R. 돌킨의 <반지의 제왕>을 영화로 제작한 뒤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다. 이 외에도 스티븐 킹, 이사카코타로, 강풀 작가처럼 작품을 내놓기만 하면 영화로 만들어지는 작가도 있다. 그러나 아직 영화화 되지 않았지만 영화에 적합한 좋은 이야기를 가진 소설은 많기만 하다. 스크린에 걸리기만 하면 아카데미나 칸에 가는 건 당연지사라고 생각될 만큼 스토리 구성이 탄탄한 책 3권을 소개한다.
정이현은 『오늘의 거짓말』에서 도시남녀의 생활을 감각적이고 발칙하게 잘 그려냈다. 특히, 정이현 소설의 재미는 ‘세대적 공감’에서 온다. 군중 속에 살아가는 평범하고 고민 많은 30대 초반의 인간군상을 정이현의 글 속에서 담백하게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정이현 작가는 이미 인기 드라마로 방영됐던 『달콤한 나의 도시』로 2-30대 여성들의 공감을 샀다. 현대문학상 수상 작가이자 한국문학의 차세대 작가로 주목 받고 있는 정이현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모두가 모른 척 해왔던 바로 그런 이야기들을 그녀 특유의 경쾌한 문체를 통해 감각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D등급 그녀』는 화려하고 가벼운 듯 보이지만 또 한편으로는 불안하고 흔들리는 이 시대 20대 여성의 이야기를 빠른 전개와 잘 짜인 구성, 유머와 위트로 담아낸 소설이다. 작가는 가족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며 살아온 20대 여성상을 그렸다. 사랑했던 남자와 이별을 겪으면서 스스로의 가치와 삶의 방향을 찾아가는 과정을 칙릭소설이자 감동적인 성장소설로 유쾌하게 풀어낸다.남들에 비해 특별히 뛰어날 것 없는 주인공 고우신. 화려한 20대의 삶을 즐기기는커녕 삶 자체가 고스란히 짐이 되어버린 그녀의 상황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20대들의 단편이기도 하다. 결혼정보업체로부터 D등급이라는 딱지를 받은 그녀는 "D등급이 아니라 Z등급이라고 해도, 이제는 오롯이 자신만 바라볼 수 있게 된 기분이 들었다."고 말한다. 고우신의 이야기는 그녀와 같이 세상의 잣대 위에 위태롭게 서 있는 오늘의 청춘들에게 따뜻한 위로가 된다.
65년 전의 '오늘'에서 민족의 미래를 찾는다고 말하는 『해방일기』에는 현장감이 있다. 저자는 역사를 과거와 현재 사이의 '대화'보다 '씨름'으로 보고, '대화록'을 정리해 주기보다 '생중계'를 펼치겠다고 나선다. 65년 전 상황의 '생중계'라니! 말이 안 되는 소리 같지만 그 대상이 '해방공간'이라서 그 필요가 성립된다. 한국현대사의 결정적 기로였던 그 시기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이 아직도 차단과 굴절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에 '생중계'는 더욱 반갑다.3년 전부터 왕성한 저술활동을 펼치고 있는 저자 김기협은 특이한 배경의 역사학자다. 1968년 서울대 이공계열 수석으로 물리학과에 입학했다가 1년 후 사학과로 전과해서 중국사 전공을 시작한 뒤 석사과정은 경북대에서, 박사과정은 연세대에서 수학했다. 1990년 대학교수를 그만둔 이후 칼럼니스트와 번역가로 활동하다가 근년 들어 본격 저술활동을 시작한 작가이다. 이후 40주째 매주 100여 매씩 글을 올리고 있다. 그 방대한 서술에도 불구하고 독자들이 질리지 않도록 해 주는 것이 김기협 작가의 재능이기도 하다. 이 이야기야 말로 영화화 된다면 방대한 대하물로써 관객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할 수 있을 것이다.나주석 기자 gonggam@<ⓒ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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