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보 간판' 김현섭, '세계선수권 金, 결혼식 못올린 아내와 아들에게 선물하고파'
[화성=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김현섭(삼성전자, 26)에게 포기라는 말은 없다. 골인 지점까지 쉴 새 없이 내달린다. 어느덧 그는 한국 경보의 희망으로 떠올랐다. 오는 8월 27일 개막되는 2011년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가장 메달권에 근접한 대표주자로 꼽힌다. 올해 20km 부문 세계랭킹은 7위다. 김현섭은 이 자리에 오르기까지 숱한 어려움을 이겨내야만 했다. 최대 난관은 비인기 종목의 설움도, 끝없이 펼쳐진 레이스도 아니었다. 예비신부 신소현에 대한 미안함이 가장 컸다. 강원도 속초 출신인 김현섭은 설악중학교 2학년 때 경보를 시작했다. 이전까지 육상 중ㆍ장거리 선수였으나 당시 코치의 권유로 방향을 틀었다. 신소현 씨를 만난 건 이 무렵이었다. 훈련장이기도 했던 외웅치 해수욕장의 모래사장을 밟으며 꿈과 사랑을 동시에 키웠다. 하지만 속초상교 진학 뒤로 그는 운동에 전념해야 했다. 부모님이 긴 별거 끝에 이혼한 것도 악재였다. 갑작스럽게 생계를 책임지게 된 고교생에게 주어진 길은 외길에 가까왔다. 경보만이 그가 선택할 수 있는 돌파구였다. 그러나 그의 기록은 밑바닥에 가까웠다. 빈혈 증세로 8개월가량 레이스를 이탈하는 불운도 겪었다. 공백을 메울 지름길은 더더욱 보이지 않았다. 남들보다 더 많은 땀을 흘리는 것이 유일한 해법이었다.가까스로 기록 단축에 성공한 김현섭은 졸업과 동시에 삼성전자 육상단에 입단하는 기회를 거머쥐게 됐다. 기쁨을 가장 먼저 나눈 사람은 물론 신소현 씨였다. 운동에 전념하느라 소홀했던 지난날에도 끝까지 그를 지켜준 것에 대한 고마움 때문이었다. 둘은 이내 사랑의 결실을 맺었다. 그가 21세이던 2006년 김현섭은 아둘을 두게 됐다. 하지만 아직 정상적인 가정은 꾸리지 못했다. 잇따른 훈련과 대회 출전으로 웨딩마치를 올리지 못했기 때문이다."휴가를 내서라도 날짜를 잡았어야 했는데 쉽지 않았다. 세계대회에서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해 마음도 편치 않았고. 오는 11월 26일 소현이와 백년가약을 맺는다. 그 전에 열리는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꼭 좋은 결과를 얻어 아내와 6살 된 아들 민재에게 부끄럽지 않은 가장이 되고 싶다."
출발선으로 다가가는 발걸음은 경쾌하다. 그는 지난 3월 일본 이시카와현 노미에서 열린 2011년 아시아경보선수권대회 남자 20km에서 1시간19분31초의 한국 신기록으로 정상에 올랐다. 지난해 10월 전국체전에서 작성한 자신의 한국기록 1시간19분36초를 5초 단축했다. 해외에서 열린 국제대회에서 1시간19분대에 처음 진입하며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출전 A 기준기록 1시간22분30초를 훌쩍 뛰어넘었다.하지만 김현섭은 만족하지 않는다. 큰 대회에서 간발의 차로 몇 차례 우승을 놓친 데 대한 아쉬움도 컸다. 2006년 그는 도하 아시안게임 20km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동메달에 그쳤다. 한유청, 왕하오에게 각각 밀리며 중국의 벽을 절감해야만 했다.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는 설욕의 무대다. 준비는 여느 때보다 알차 기대가 크다. 지난 3월부터 5차례 대회에 출전하며 실전 감각 유지에 주력했다. 최근에는 대구의 기후 특성을 고려, 무더위 적응에 나섰다. 52kg에도 미치지 않던 몸무게를 60kg까지 늘리며 체력을 보강하는 한편 약점으로 지적받던 12km 지점에서의 줄어드는 스피드를 대폭 끌어올리고 있다. 이민호 대표팀 코치는 "그간 국내대회에서 더 좋은 성적을 냈다. 타고난 유연성에 체력까지 끌어올려 좋은 성적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김현섭의 다부진 의지도 메달 쟁취의 청신호가 아닐 수 없다. 그는 두 손을 모으며 조용하지만 결연하게 말했다."가족을 위해 뛰겠다. 지칠 때마다 그들을 생각하며 힘을 내겠다. 줄곧 결승점에서 가족과 기쁨을 나누는 상상을 했다. 이제는 꿈을 현실로 만드는 일만 남았다."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 leemean@스포츠투데이 사진 정재훈 사진기자 roze@<ⓒ아시아경제 & 재밌는 뉴스, 즐거운 하루 "스포츠투데이(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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