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연미 기자] KBS TV수신료는 사실상 준 공공요금과 같다. 전국 모든 가구가 매월 내야 하고, 전기요금에 포함돼 강제 징수되는 탓이다. 그래서 수신료가 오르면 국민들은 전기요금이 비싸졌다고 느낀다. 체감물가를 끌어올리는 요인이다. 그런 수신료가 조만간 월 2500원에서 3500원으로 1000원씩 오를지도 모르겠다. 지난 20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한나라당이 인상안을 처리했기 때문이다. 8명의 법안소위 위원 중 한나라당 강승규·김성동·조윤선·한선교 의원과 자유선진당 김창수 의원이 찬성표를 던졌다. 처리 과정은 거칠었다. 한선교 법안소위 위원장은 민주당의 질의권을 제한한 채 표결을 강행해 날치기 논란을 빚었다. 민주당은 하루 뒤 문방위 소회의실을 점거하고 상임위 활동 중단을 선언했다. 반나절 가량 표류하던 의사 일정이 간신히 정상화된 건 여야 원내대표가 만나 '재논의'를 약속한 뒤다. 하지만 불씨는 남아 있다. 여야가 소위를 통과한 수신료 인상안을 두고 딴 소리를 하고 있어서다. 민주당은 "재논의"를 강조하며 사실상 무효라고 주장하지만, 한나라당은 "적법한 절차였다"며 22일 전체회의에서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만약 이대로 수신료가 오른다면, 각 가구의 수신료 부담은 연간 3만원에서 4만2000원으로 1만2000원씩 늘어난다. 전기요금을 매년 1만2000원씩 더 내는 셈이다. 국민도, 물가잡기에 나선 정부도 원치 않는 일이다. 하반기엔 이미 전기요금 인상이 예고돼있다. 전기를 많이 쓰는 여름을 앞두고 수신료까지 오르면 가계 부담은 더 커진다. 정부도 소비자물가에서 차지하는 수신료 비중이 부담스럽긴 마찬가지다. 통계청이 소비자물가를 계산할 때 수신료의 가중치는 0.23%로 지난해 가을 물가 폭등을 부른 배추(0.19%)보다 비중이 높다. 원안대로 수신료가 1000원(전년비 40%) 오르면, 소비자물가 지수는 약 0.1%포인트(0.092%) 상승한다. 수신료를 뺀 나머지 물가가 3.9%로 집계될 경우 수신료만 올려도 물가 지수의 앞 자리가 달라질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통신비 인하를 주장하면서 '1000원은 너무 적다'고 날을 세우던 여당이 물가를 자극하는 수신료 인상에 앞다퉈 나서는 건 모순"이라고 비판했다. 박연미 기자 change@<ⓒ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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