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목 드라마의 시청률이 치열하다. 지난 9일 AGB닐슨미디어리서치 기준 세 드라마의 전국 시청률은 MBC <최고의 사랑>이 자체 최고인 18.4%, SBS <시티헌터> 는 14.2%였다. 그리고, KBS <로맨스 타운>은 10.5%로 지상파 3개 방송사 드라마 중 가장 고전 중이다. <최고의 사랑>보다 한 주 늦게 시작한 <로맨스 타운>은 3,4회까지 조금씩 시청률이 올랐지만 5회 부터 10%대 시청률에서 멈췄다. 그 사이 <시티헌터>까지 시작되면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진 탓도 있다. 하지만 <로맨스 타운>의 시청률 정체는 단지 다른 드라마 때문만은 아니다. <로맨스 타운>은 5월을 기점으로 쏟아져 나온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와는 다른 노선을 걸었다. MBC <파스타>의 서숙향 작가가 참여, 로맨스가 중심인 드라마처럼 보였지만 <로맨스 타운>은 1회부터 4회까지 예상과 다른 길을 걸었다. 정상적인 노동으로 돈을 벌고 있지만 3대 째 가정관리사를 하고 있는 주인공 노순금(성유리)과 돈 많은 아버지를 만나 고생 한 번 안 했지만 뚱뚱한 몸 때문에 무시 당하고 사는 강건우(정겨운), 돌아가신 할아버지 그림 값으로 남부럽지 않게 살아가는 김영희(김민준)까지 <로맨스 타운> 캐릭터들은 현대 한국 사회가 가진 현실의 단면들을 너무 무겁지는 않은 톤으로 그려냈다. 특히 부자들만 모여 산다는 1번가 주인들과 가정관리사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주인공들의 로맨스와 함께 버무려지며 빈부격차에 따른 사회의 현실들을 잘 표현했다. <로맨스 타운>은 로맨스와 현실이 잘 섞일 수 있는 가능성을 가졌다.
하지만 알콩달콩한 로맨스와 돈이라는 현실 이야기의 조합은 작품의 호흡을 느리게 했고, 시청자들에게 다소 산만하다는 인상을 줄 수도 있다. 특히 노순금이 복권 당첨금을 숨기고 산다는 설정은 드라마의 긴장감을 높이는데는 성공적이었지만 그만큼 강건우와의 로맨스를 더디게 하는 원인이 됐다. 노순금이 강건우에게 자신의 당첨금에 대한 비밀을 감추고, 마치 1인 2역하듯 다른 이름으로 강건우와 데이트하면서 둘 사이의 본격적인 화학작용이 일어나지 못했다. 그 사이 복권 당첨금에 대한 비밀이 밝혀질 것인가에 대한 내용과 갑자기 등장한 ‘1번가’ 사람들의 불륜 등 풀려야 할 갈등은 점점 늘어났다. 여기에 강건우가 명품 옷과 풀 메이크업으로 치장한 노순금을 알아보지 못하고 관심을 갖는 설정은 겉모습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현실을 보여주기 위해 필요했을지도 모르지만, 시청자들에게는 비현실적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로맨스 타운>이 20부작인 만큼 이제 작품이 반에 이른 상황에서 지금 시청률을 나쁘다고만은 할 수 없다. 느리지만 충실히 쌓아온 설정을 통해 붙잡아둔 고정시청자들은 이야기의 결말을 기대하며 이 드라마를 볼 것이다. 하지만 하필 만만치않은 경쟁작들과 드라마의 전개로 인해 초반 시청자들을 더 유입할 수 없었던 것은 아쉽다. 다만 <로맨스 타운>은 7,8회를 기점으로 핑퐁처럼 주고 받는 대사와 함께 애정 라인이 살아나고 있다. 10회에서 편의점 유리를 사이에 두고 정겨운이 노순금에게 “떨어진 토마토먹지 말고 쫌! 그러면 남자 바보 만드는 거야. 내가 얼마나 속상한 줄 알아?”라며 중얼거리고, 노순금은 알아 듣지 못해 웃고만 있는 상황은 귀여우면서도 예쁜 장면이었다. 김영희의 마음을 얻기 위해 함께 잠을 잤다는 거짓말을 한 정다겸(민효린)이 그저 동생일 뿐이라는 김영희에게 “피가 통했어, 성이 같어? 뭐가 여동생이야?”라며 소리칠 때도 앞으로의 로맨스를 기대하게 만들었다. 살아나는 애정 라인과 함께 조금씩 노순금을 의심하는 1번가 사람들이 등장하면서 긴장감도 고조된다. 정체된 시청률이지만 뚝심있게 하고자하는 이야기를 밀고 나가는 <로맨스 타운>이 과연 나머지 반을 어떻게 채울까. 작품의 완성도와 함께 시청률에서도 반전을 노릴 수 있을 지 기대된다. 10 아시아 글. 한여울 기자 sixteen@<ⓒ즐거움의 공장 "10 아시아" (10.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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