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현장에서 이제 더이상 여성은 선수나 관중에 머물지 않는다. 보이는 곳에서, 또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많은 여성들이 거친 스포츠 현장을 이끌고 있다. 스포츠 현장의 각 포지션에서 이방인이 아닌 주인공으로 힘차게 뛰고 있는 '그녀'들을 '우먼 인 스포츠'에서 만나본다. <편집자 주>[스포츠투데이 전성호 기자]축구는 남성성이 도드라지는 스포츠다. 특히 K리그 현장은 '수컷'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곳이다. 그만큼 축구 관련 종사자 중 여성을 찾아보기란 쉽지 않다. 김양희 오앤디 대표는 국내 축구계에서 유일함은 물론 해외에서도 보기드문 여성 에이전트다. 그것도 90년대 도입기부터 지금까지 활약해온 베테랑. 여느 누구와 마찬가지로 영화 '제리 맥과이어'를 통해 에이전트를 시작했지만 여성에게 편견의 벽은 높았다. 그만큼 더 성실히 노력했고, 도전했다.김 대표는 이을용을 터키로, 제파로프를 K리그로 이적시킨 장본인이다. 이운재가 노란색 대신 검은색 대표팀 골키퍼 유니폼을 선호했던 것도 김 대표 때문이었다. 그는 에이전트가 단순한 선수의 '대리인'이 아닌, 멘토이자 동반자라고 강조한다. 철저한 프로 의식과 도전 정신은 물론 빼어난 미모까지 갖춘 여성 에이전트 이야기. 궁금하지 않은가.◇ 꿈 많던 20대女, 에이전트에 도전하다스포츠투데이(이하 스투) 사실 현장에서 처음 만났을 때 에이전트 중 여성이 있다는 걸 알고 놀랐던 기억이 있다. 모두 나와 비슷한 생각이었을 것 같다. 원래 스포츠에 관심이 많았나 김양희(이하 김) 어린 시절 농구선수로 활약했다. 학창 시절 주장도 하고 프로 가는 데 무리가 없는 수준의 기량이었다. 그런데 프로 3년차에 허리부상을 당해 조기에 은퇴했다. 내가 워낙 스포츠를 좋아하고, 결혼도 축구선수와 했다. 구기 종목 선수 출신이다 보니 다른 사람에 비해 이쪽 세계에 접근하기 수월했다. 스투 그래도 에이전트라는 직업은 생소한 직업이었을 텐데 어떻게 이쪽 길을 택하게 됐나김 선수 은퇴 후 영화·만화 등 각종 컨텐츠 라이센스 관련 회사에 다녔다. 그때도 내심 운동선수의 고민을 들어주고 도와줄 수 있는 사업을 하고 싶었다. 특히 내가 거쳤던 과정을 시행착오 없도록 도와주고 싶었다. 늘 그런 꿈을 이야기하고 다녔는데 당시 한 직장동료에게서 우연히 '제리 맥과이어'라는 영화를 추천받았다. 내가 지향하던 직업관이 이 영화 안에 들어있다고 얘기해줬다. 봤더니 정말 그런 거였다. (웃음) 내가 잘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이후 적극적으로 에이전트에 대해 알아보게 됐다. 당시는 별도의 자격시험을 거치지 않고 10만 스위스프랑을 예치하면 에이전트 등록이 바로 가능했다. 스투 당시만 해도 한국에는 에이전트 시장이 거의 없었을 텐데, 고충이 많았을 것 같 다.김 그렇다. 브라질, 동유럽 외국인선수나 국내선수의 J리그 이적 시에만 에이전트가 활용됐고 K리그에서의 이동에는 스타 선수 외에는 괴리감이 있었다. 2002 한일월드컵 이후로 활성화가 됐다. 그때 축구선수가 스타가 되면서 할 일이 많아졌다. 이적이나 연봉 협상 외에도 광고나 캐릭터 산업 등 2차 사업을 진행할 대리인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시장이 점점 커지면서 선수뿐 아니라 클럽도 의뢰인이 됐다.스투 국내 축구 에이전트 시장에서 여자는 김 대표가 유일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동안 적잖은 어려움이 있었을 것 같다.김 지금도 어렵다. (웃음) 축구가 워낙 남성적인 스포츠라 그런 듯하다. 국내든 해외든 대부분이 협상을 위해 직접 대면하기 전까지 내가 여자일 거란 생각을 한 번도 못 한다고 한다. 직접 만나도 내가 부하직원이나 통역, 심지어 와이프인 줄 아는 이도 있다. 해외의 경우 실례가 될까 봐 차마 얘기를 못 꺼내다 친해지고 나면 조심스럽게 '너 여자인 줄 몰랐다'고 털어놓는다. 그리고 나선 '축구 좋아하냐. 힘들지 않냐'는 말도 건넨다. 스투 여성이란 이유로 편견도 많았을 텐데김 '여자가 뭘 알아?'라는 반응도 있었다. 말은 안 해도 표정이나 태도, 눈빛에서 알 수 있었다. 그런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게 에이전트가 축구를 잘 안다고, 일반 법률 지식이 많다고 되는 건 아니었다. 여자축구도 없던 시절이었다. 또 동양사람은 외국인의 눈에 어려보인다. 이을용이랑 터키 나갔을 때도 계약하러 갔더니 부인이랑 같이 온 줄 알더라.(웃음) 사람들이 다 놀라고 신기해 했다. 스투 그런 부분을 넘어서는 게 쉽지 않았을 것 같다.김 그들의 시선이 확 달라지는 타이밍이 언제냐 하면 바로 경기를 볼 때다. 구단주나 프런트와 함께 경기를 보는데 정확하게 게임의 맥과 선수 상태를 짚어내면 깜짝깜짝 놀란다. 남자 에이전트보다 축구 지식이 더 풍부하다는 거다. 실제로 선수출신인 것도 도움이 됐다. 농구와 축구도 경기장과 선수 숫자의 차이일 뿐 전술은 흡사하다. 그러다 보니 알기 편했다. 오히려 나에게 배운다는 구단 관계자도 있었다. 해외 구단 관계자들은 경기가 끝난 뒤 내게 찾아와 '오늘 우리 팀이 왜 진 것 같냐', '우리 팀 문제점이 뭔가'라며 질문까지 했다. 스투 사실 여성이 축구 지식이 많은 경우는 보기 드문 게 사실이라 더 놀라웠을 것이다.김 여자는 보통 두시간 씩 앉아서 축구 보는 거 힘들어하는데, 난 너무 재밌다. 내가 유일하게 잘할 수 있는 일을 직업으로 선택한 것 같다. 천직인 셈이다. 사실 여자라는 핸디캡은 있지만, 극복은 가능하다. 물론 어려움은 아직도 있다. 여자로서의 겉모습만 보고 내가 그런 부분을 이용한다는 소문이 돌 때 속상하기도 하다. 그래서 동료가 좀 못 생기게 성형수술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농담도 한다. (웃음) 축구가 남성적인 스포츠이다 보니 그렇지만 여러 해를 거쳐 극복해나가고 있다.스투 축구에 대한 풍부한 지식 외에도 에이전트로 성공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어디에 있었을까 김 허투루 선수 소개를 안 한다. 국내 선수든 외국인 선수든 클럽 경기를 많이 보고 왜 이 선수가 이 팀의 이 포지션에 필요한지, 감독 플레이에 어떻게 녹아들 수 있을지를 설명한다. 감독은 시간이 없다. 자기 선수나 상대팀 분석만으로도 바쁘다. 그래서 그 팀의 취약 포지션 등을 지적하며 직접적으로 카운슬러 역할을 해주면 감독도 만족해한다. 에이전트는 선수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야 한다. 또한 선수를 소개할 때 장점은 물론 단점까지 숨기지 않고 솔직하게 얘기해야 한다. 그래야 감독도 그 선수의 능력을 제대로 파악하고 잠재력을 끌어낼 수 있고, 선수도 이를 준비할 수 있다. 스투 그럼 여자라서 더 이익이 됐던 부분은 없을까?김 크게 이익이 됐다는 건 잘 모르다. 그래도 선수를 관리하면서 여성 특유의 섬세함, 심리를 읽는 능력 등으로 몸상태나 컨디션 등을 잘 짚어낸다. 여자의 육감이랄까?(웃음) 에이전트로서 쌓은 노하우라고 볼 수도 있지만 주변에서 오래한 남자 에이전트 보다 나은 걸 보면 확실히 다르다. 솔직히 여자라서라기보다는 선수 출신이라서 도움 이 된 부분이 더 많다. 선수가 매너리즘이나 슬럼프, 부상당했을 때 심리 상태, 벤치 멤버였을 때의 압박감이나 불안감, 환경의 변화 등을 다 알고 있는 덕분이었다. 운동선수 출신이지만, 사실 난 반쪽짜리 선수였다. 기술은 좋은 반면 너무 말라 체격 조건이 안 좋았다. 지금도 우리 선수들 중 나 같이 한쪽만 갖춘 케이스가 있다. 그런 선수를 완성형 선수로 만들도록 서포트하는게 내 역할이다.◇ "곽태휘 머리 삭발, 이운재 3자 머리 모두 내 작품"
스투 선수 관리하는 방식이 여타 에이전트에 비해 특별하다고 들었다.김 잘하는 선수는 신경 쓸 일 없다. 오히려 경기 출전 못 하거나 문제가 있는 선수들을 꼭 체크한다. 경기는 최대한 직접보고 안되면 DVD라도 구해서 꼭 분석해서 도와준다.필드에서의 스타일과 매너까지도 조언한다. 곽태휘가 대표팀 갈 때 머리 자르게 한 것도 나다. 이운재가 2002 월드컵에 뛰었을 때도 유니폼 색상까지 정해줬다. 살이 쪄 보이고 둔해 보이니 노란색 대신 검은색을 입게 했다. 3자 머리스타일도 잡아줬다. 위압적으로 보이도록. 단순히 멋으로만 하는 게 아니라 왜 필요한지를 짚어준다. 반대로 중앙수비수가 너무 왜소해 보이면 파마를 시키거나 머리를 기르게 한다. 스피드가 빠른 풀백은 좀 더 스피디한 느낌이 나도록 바람머리 스타일을 시킨다. 스투 모든 면을 굉장히 섬세하게 관리하는 것 같다.김 선수가 신바람나게 뛸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승렬의 경우에도 LA갤럭시 친선전이 데뷔전이었는데, '네가 잃을 게 뭐가 있냐'며 골 넣고 베컴 머리에 키스하고 나오라고 얘기했다. 결국 골은 못 넣었지만(웃음) 매 경기를 그렇게 할 수는 없지만 특별한 코멘트가 필요할 땐 주문하는 편이다. 포지션보다 롤모델도 만들어준다. 그 선수에게 가장 비슷한 선수를 주고 장점을 따라가도록 도와준다.
[사진=박준태, 인천유나이티드 제공]
스투 경기 내적이나 기량 면에서는 어떻게 관리하나.김 롤 모델을 제시하는 편이다. 우리 선수 중 박준태(인천)가 있다. 신장은 작지만 굉장히 빠른 선수다. 준태에게는 리오넬 메시를 주문했다. 그러면 난 잠 안 자고 메시 경기도 봐야 한다. 최근 '엘 클라시코' 4경기를 전부 생방송으로 봤다. 다음날 준태에게 조언을 주기 위해서다. 선수는 잠을 자야 하니 경기를 녹화해서 훈련 끝나고 꼭 보라고 건네준다. 그리곤 다음날 메시의 플레이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물어본다. 얼마 전 페페가 퇴장당하고 메시가 두 골 넣은 경기가 있었다. 그때 메시가 전반에 굉장히 움직임이 적었다. 그러다 후반 페페가 퇴장당하고 두 골을 넣었다. 비효율적으로 집중마크된 상황에서 체력 소진할 필요가 없다는 걸 안 거다. 사자가 신경전을 벌이듯 천천히.. 공교롭게 페페까지 퇴장당하니까 마구 휘저은 셈이다. 장신 사이 숨어있다 튀어나가는 그런 부분을 준태가 보길 원했다. 다음날 만나서 물어보니 그 점을 정확하게 짚어내더라. 그 녀석 역시 발견한 거다. 축구 지능이 좋은 아이다. 이런 식으로 내가 직접 알려주는 것보다 본인이 스스로 어떻게 움직임을 가져가야 할지 알려준다. 사생활 면에서도 배울 점을 알려준다. 메시는 아직도 초등학교 시절 여자친구를 사귄다. 그만큼 한결같다는 거다. 유망주는 집중 관리해야 할 타이밍이 있는데 준태는 바로 올해다. 스투 재밌는 방식이다. 또 다른 예가 있는가?김 곽태휘에게는 카를레스 푸욜을 제시했었다. 개인적으로 굉장히 좋아하는 선수인데, 헌신적이고 알차게 플레이하는 선수다. 태휘가 체격이 큰 만큼 둔탁해 보일 수 있는 부분을 상쇄하길 바랬다. 구구절절 설명하는 것보다 롤 모델을 제시하면 그만큼 선수가 쉽게 알아갈 수 있다. 이승렬은 페르난도 토레스로 잡아줬다. 둘의 상태가 요즘 좀 닮았다. 대표팀도 안 되고 클럽에서도 부진하다 보니.(웃음) 승렬이는 요즘 조급한 모습이 보인다. 토레스가 비싼 돈 받고 이적했으니 뭔가 해줘야 되는 것처럼. 그래서 승렬이에게 '슬럼프인 토레스와 너의 모습이 같다. 네가 토레스라면 어떻게 헤쳐나갈래'라고 얘기해줬다. 영리하고 승부욕 있는 선수라 잘 이겨낼 거다.
◇ 에이전트, 돈이 아닌 마음을 보여줘야 한다 스투 에이전트를 하면서 가장 힘든 일은 무엇이었는가 김 이 일을 하며 가장 슬픈 일이라면.. '배신'이란 표현은 그렇지만 상처받는 일이 많다. 어떤 선수의 기량이 에이전트가 정한 목표치에 아직 도달하지 못했는데, 힘든 성장과정을 피하고 많은 돈이나 편안한 길을 선택하는 경우가 있다. 잘 되면 괜찮은데, 이후에 정말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하고 묻히는 선수가 있다. 한 번은 2군 경기를 관전하러 갔는데 그 선수가 나오고 있는 거다. 미완성인 선수가 꽃을 피우려고 몽우리가 지고 있는데 그걸 돈으로 유혹해 누군가 채갔고, 그리고 망가져 버린다. 열심히 발굴해서 좋은 선수가 되도록 키워나왔는데…정말 속상할 때다. 스투 그렇다면 다른 곳으로 가서 만약 잘되면? 김 그건 짜증난다.(폭소) 그래도 그건 기분은 나쁘지 않은데 앞에 말한 경우가 더 많은 게 문제다. 가장 슬픈 일이다.스투 오앤디 소속 선수들은 굉장히 오랫동안 함께하는 걸로 안다. 김 선수들이 잘 안 나간다.(웃음) 가족처럼 된 선수도 많고, 스스로 '패밀리','종신 계약'이라고 하는 애들도 있다. 그만큼 나를 믿고 따라준다. 스투 오앤디로 옮기려는 경우도 있겠다.김 에이전트 만의 방식이 있지만, 오앤디의 방법과 분위기를 좋아하는 선수도 있어서 먼저 연락 오는 경우도 종종 있다. 사실 꼭 우리처럼 선수를 관리할 필요는 없다. 품이 많이 들어가고 귀찮을 수 있다. 에이전트 입장에서도 돈만 받으면 편하다. 하지만 내가 이런 일을 즐거워하고 스스로 기뻐한다. 다 좋아서 하는 일이다. 스투 특별히 즐거운 기억이 있다면김 나름대로 선수마다 다 좋은 기억이 있어서 누구 하나만 고르기 어렵다. 선수마다 사연이 없고 기쁨을 안 준 선수가 거의 없다. 2군 경기에서조차 기쁨을 주는 선수도 있다. 누구만 콕 집어서 얘기하면 나머지가 서운해 할 거다. (웃음)스투 그래도 하나만 꼽아본다면 김 굳이 얘기하자면…기존 팀에서 기회를 잡지 못했던 선수가 이적하며 가능성을 발현시킬 때도 좋다. 그보다 더 좋은 건 이제 경력이 끝났다고 생각했던 선수가 살아나는 모습을 발견할 때다. 커다란 희열을 느낀다. 길고 힘든 시간을 견디고 성공한 선수를 볼 때도 너무 기쁘다. 고요한(FC서울)만 봐도 그렇다. 올해로 8년 차인데 요즘 날아다닌다. 묻혀있다 꽃을 피우는 선수를 보면 정말 행복하고 보람을 느낀다. 어떨 때는 경기가 끝나도 한참을 서서 선수가 인사하고 들어오는 모습까지 지켜본다. 감격스러워서.(웃음) 운동장에서 선수가 자기 역할을 해낸다면 고개를 뻣뻣이 들 수 있는 게 에이전트다.
[고요한, 사진=FC서울 제공]
스투 고요한의 경우 솔직히 8년이나 서울에서 계속 뛰게 한 이유가 있었나? 보통이라면 좀 더 1군 출전기회를 잡을 수 있는 구단으로 이적시켰을 텐데.김 가끔 선수가 이적을 요구할 때도 있다. 그래도 내가 봤을 때 충분히 팀 내 경쟁력이 있다면 소속팀에 남아 최선을 다해 운동에 임할 것을 주문한다. 선수의 미래를 봤을 때 반드시 그래야 한다. 그래도 정말 안된다고 판단될 때는 상의해 이적을 추진한다. 솔직히 에이전트 입장에선 이적 자주 추진하고 그만큼 수수료 많이 받는 게 남는 장사다. 하지만 에이전트가 그래선 안된다. 그것도 어떤 면에서 큰 손실이다. 아무리 좋은 선수라도 클럽과 맞지 않으면 서로 돈과 시간만 낭비한다. 연봉이나 팀만 보고 이적을 추진하고 정작 선수와 구단이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하면 나중에 '저 에이전트 뭐냐'란 말을 들을 수 있다. 스투 정말 '제리 맥과이어'랑 비슷하게 느껴진다.김 에이전트가 돈을 벌게 해주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동반자로 함께하는 것. 그 영화 속에서도 '왜 당신에게는 저런 마음이 없지?'란 대사가 있다. 선수와 교감을 나누는 것이 중요하다. 선수들과 솔직 담백한 대화를 많이 하고, 즐겁고 편안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난 내 생일도 먼저 알려준다. 생일 까먹으면 기분 안 좋지 않나. 상대방이 실수하는 걸 발견하지 말고, 실수하지 않도록 도와줘야 한다. 속으로만 기분 나빠하면 안된다. 사람이기 때문에 실수할 수 있고 챙겨주지 못할 수 있다. 솔직하게 알려주면 내가 먼저 배려할 수 있다. '나한테 실수하지마!'라고 편하게 얘기하니까 선수들과의 관계도 좀 더 깊어지고 교감이 된다. 우리가 그렇게 하다 보니 선수들끼리도 소속감이 생긴다. 3년 전부터 연말에 모임도 하고 자원봉사도 남몰래 같이 나간다. 스투 자원봉사를 한다는 얘기는 전혀 몰랐다.김 우리끼리 좋아서 하는 일인데 뭐 알리나. 봉사나가서 같이 공도 차고, 선수 가족들도 불러 함께한다. 이런 활동이 어린 선수들에게도 도움이 된다. 우리 선수 중 이을용이나 곽태휘는 참 배울 점이 많은 선배다. 자기관리는 물론 모든 면에서 모범이 된다. 그래도 팀 내에서나 경기장에서 만날 때는 어려운 선배일 수 있지만, 우리끼리 자주 어울리다 보면 가족이 된다. 덕분에 어린 선수들도 그들과 함께 얘기를 나누며 조언을 구한다. 동업자 정신이나 교감도 나누고. 선수들끼리 응원해주다 보니 서로 정신적으로 버팀목이 돼준다. 가끔은 우리 선수가 몰래 놀러가거나 나쁜 짓을 할 때면 다른 선수가 내게 일러바치기도 한다(웃음). 스포츠투데이 전성호 기자 spree8@<ⓒ아시아경제 & 재밌는 뉴스, 즐거운 하루 "스포츠투데이(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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