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해외입양 예정 아기 50명 합동 돌잔치'에 참석한 김창범 한화L&C 대표이사가 입양 예정인 한 아기를 안고 있는 모습. 이날 행사에는 탤런트 김희선(사진 제일 왼쪽)씨도 참석해 축사를 했다. <br />
[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어린이 날을 이틀 앞둔 지난 3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 탤런트 김희선씨가 들어섰다. 이제 갓 돌을 지났거나 돌잔치를 앞둔 아이들 50명의 생일 잔치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김희선씨의 축하를 받은 주은이도 이날 생일잔치를 한 50명 가운데 한 아이다. 주은이는 화려한 장식과 케이크를 바라보며 연방 생글생글 웃었다. 처음 받아보는 생일상이었다. 위탁모의 품에 안긴 이 아이는 주변을 둘러싼 수많은 사람이 신기한 듯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기도 했고 또래 친구들을 바라보며 미소를 짓기도 했다. 위탁모와 함께 케이크 커팅도 했다. 첫 돌을 맞은 여느 아기들처럼 주은이도 돌잡이를 했다. 연필을 잡아들고 유심히 관찰하던 주은이는 박수소리에 놀란 듯 다시 한 번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주은이는 태어날 때 몸무게가 790g이었다. 미숙아였다. 친부모는 주은이를 버렸고, 복지시설에 맡겨진 이 아이는 지금까지 1년을 위탁부모 밑에서 살았다. 하지만 얼마전 미국인 부모를 만나게 됐다. 국제 입양이 결정된 것이다. 그런 사정 탓에 주은이는 자칫 돌 잔치도 제대로 못 하고 고국을 떠날 뻔했다. 미숙아라는 꼬리표를 단 주은이를 데려가려는 한국인 양부모는 어디에도 없었던 것이다. 주은이에겐 이번 돌잔치가 자신을 낳아준 나라에서 맞이하는 처음이자 마지막 생일파티일 수도 있다. 물론 이 아이는 자기를 둘러싼 모든 상황을 알지 못할 것이다. 먼 훗날 한 장의 사진으로 남은 돌잔치를 보며 멀리 미국 땅에서 자신을 버린 조국을 원망해야 할 지도 모른다. 이날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입양전 아동 돌잔치'에는 주은이를 포함해 여자아이 11명과 남자아이 39명이 참석했는 데, 전부 미국과 호주 등지로 입양이 확정된 아이들이였다. 모두 지난해 4~5월 출생한 아이들이다. 이날의 뜻깊은 잔치는 서울사회복지공동모금회(회장 이연배)와 동방사회복지회(회장 김진숙)가 공동 주최하고, 한화그룹(회장 김승연)이 후원했다. 김창범 한화 L&C 대표의 개회사로 시작된 잔치는 이연배 회장과 김진숙 회장의 환영사, 입양가족 합창단의 축하공연, 케이크 커팅, 돌잡이 순으로 이어졌다. 김희선씨의 축사도 있었다. 김 회장은 "국내에서 양부모를 못 찾고 해외로 입양되는 아이들을 위한 뜻깊은 자리를 마련할 수 있어 감사하다"면서 "아이들이 해외에 나가서도 오늘의 자리를 오래 간직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해외로 입양된 아동은 모두 1013명이었다. 2006년 1899명이었던 해외입양 아동 수는 2007년 1264명, 2008년 1250명, 2009년 1125명으로 조금씩 줄어드는 추세다. 지난해 국내입양 아동 수는 1462명이었다. 김효진 기자 hjn2529@<ⓒ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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